[MT시평]4년 중임제, 주의할 점

[MT시평]4년 중임제, 주의할 점

김동규 (국제시사문예지 PADO 편집장)
2025.04.16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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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규(국제시사문예지 PADO 편집장)
김동규(국제시사문예지 PADO 편집장)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소동은 아직 형사소송이 남아 있긴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으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한국 정치체제의 취약성은 이제 치유불가 수준임이 드러났다. 대통령은 함부로 군대를 끌고나오려 하고 여야 사이엔 제로섬의 한 치 양보 없는 대립만 있다. 서울 광화문 거리에선 좌우 시위대가 확성기로 목소리 높여 싸우는 것이 일상이 됐다. 모든 대통령은 임기를 못 채우거나 채우더라도 비극적인 말로를 맞았다. 정치가 마비되면서 한국 사회는 컨트롤타워를 잃고 난파선처럼 떠돌고 있다. 국민은 우왕좌왕 각자도생한다.

개헌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이대로면 이 나라는 망한다. 그것도 세계 최강국들의 이해관계가 얽힌 동아시아 한가운데에 있는 우리나라다. 잠시 프랑스와 한국을 비교해보자. 프랑스는 1789년 혁명으로 부르봉왕조의 절대국가, 즉 강력한 중앙집권적 관료제를 온존한 채 왕정만 없애버렸다. 하지만 혁명은 했지만 절대왕정의 하부구조라고도 할 강력한 중앙관료제가 온존하다 보니 집정관(執政官)이든 통령(統領)이든 그 어떤 통치자가 등장해도 제왕적 권력을 갖게 됐다. 나폴레옹과 그의 조카는 아예 황제로 등극했다. 명색이 공화국이라면서도 통치자가 제왕처럼 됐고 제왕적 통치자는 민중의 봉기로 끌어내려졌다. 이름만 공화국인 프랑스는 제왕적 통치자의 등장과 민중봉기에 의한 타도가 이어졌다.

한국도 별반 다르지 않다. 1987년에 이른바 '민주화'를 하긴 했지만 대통령 직선제 외에 충분한 권력의 분산이 없었다. 제왕이라는 존재는 나라와 국민도 괴롭히지만 제왕 자신도 괴롭힌다. 제왕은 종신제가 아닌 한 세자와 차기 제왕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새로 제왕이 된 자는 물러난 제왕의 잔존한 권위가 성가시기 때문에 물리적으로나 인격적으로 죽이고자 한다. 살기 위해서라도 제왕은 결국 종신제를 택한다. 박정희 같은 절대적 권력자가 반드시 권력이 좋아서 종신제를 추구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도 일반 시민처럼 사적 즐거움을 누리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임기제 제왕이 된 이후부터 그는 차기 제왕의 손에 죽임을 당할 수 있다는 공포를 갖게 됐을 것이다. 제왕적 대통령의 숙명이다. 그래서 그는 3선 개헌을 했고 유신을 통해 종신집권을 모색했다. 권좌에서 물러나도 안전할 수 있는 제도개선, 즉 권력의 분산을 통한 제왕적 대통령제를 혁파하지 않는 한 한국의 대통령은 불행해진다. 현재로선 불행해지지 않으려면 종신제를 추구해야 할 것이다.

일각에서 너무 쉽게 '4년 중임제'를 이야기하는 것이 우려된다. '원포인트 4년 중임제 개헌'이라는 말은 공포스럽다. 87년 헌법을 만든 사람들이 '단임제'를 택한 것은 강력한 중앙정부의 힘이 여전한 상태에서 '4년 중임제'는 결국 '3연임' '4연임' '종신제'로 미끄러져갈 것이 뻔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개헌은 해야 한다. 이대로는 국민도 국가도 대통령도 불행하다. 다만 명심해야 한다. 권력분산을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를 고치지 않고서는 '4년 중임제'는 반드시 독재로 미끄러져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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