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에 좋은 정책이 많이 나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지난달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만난 기업 관계자들은 하나 같이 새 정부 경제정책에 큰 기대를 보였다. 이 대통령은 취임 9일 만에 재계 인사들과 만나 의견을 들었고 이 자리에서 '규제 합리화'를 약속하기도 했다. 새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신속하게 추가경정예산안을 마련했고, 이 가운데 13조2000억원을 투입하는 '민생 회복 소비쿠폰' 신청이 21일 시작된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상의 회장단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72%가 새 정부 출범 후 경제 성과에 "기대된다"고 답했는데 이런 새 정부의 신속하고 과감한 정책 추진이 평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최근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게 나온다. 발단은 지난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이었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고, 사내이사인 감사위원뿐 아니라 사외이사인 감사위원도 선출 시 합산 지분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내용 등이 골자다. 재계는 부작용 우려를 제기하며 강하게 반대했지만 여당이 강력하게 추진하는 이 대통령 '핵심 공약'을 막을 방법은 없었다. 여당은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고, 분리 선출하는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을 늘리는 등 '더 강한' 상법 개정도 추진 중이다.
설상가상으로 정부가 법인세를 높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재명 정부 첫 경제부총리인 구윤철 부총리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윤석열 정부 때 24%로 내렸던 법인세 최고세율을 25%로 다시 올릴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세율 등 법인세를 원상회복하는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제안에 "응능부담(납세자 부담 능력에 따른 과세 원칙)이나 효과를 따져서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법인세율 인상 추진과 관련 "아직 논의된 바 없다"고 했지만 이달 말 발표가 예상되는 새 정부 첫 세법개정안에 법인세 인상안이 담길 가능성이 높다.
구 부총리는 지난 정부의 세금 감면이 기업 투자를 촉진하는 '선순환'을 형성하지 못했으며, 세입기반을 약화시켰다고 평가했다.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에서는 "OECD 국가 중 한국과 비슷한 경제 규모인 국가와 비교하면 지방세를 포함한 법인세율은 다소 낮은 수준으로 알고 있다"며 법인세 인상 여지가 있음을 암시했다. 재계 시각은 다르다. 한국 법인세 최고세율은 OECD 평균(21.5%)보다 높아 이미 기업에 큰 부담이라는 평가다. 세계 주요국이 자국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법인세를 낮추는 추세인데 한국만 높이면 상대적으로 경영 여건이 더 악화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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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관세 정책 등 대외 리스크 확대로 국내 주요 기업 위기감은 이미 최고조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더 강한 세법 개정, 법인세 인상이 함께 추진되면 아예 버텨낼 힘을 잃는 기업이 생길 수 있다. "모든 정책은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옳고 그름을 명확히 판단하긴 어렵다. 그러나 최소한 '지금이 이 정책을 추진하기에 적절한 시기인가'는 제대로 판단해야 한다"는 한 기업인의 목소리에 정부도 한 번쯤 귀 기울여 볼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