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갯벌 사고, 해경만 탓할 일인가

[MT시평]갯벌 사고, 해경만 탓할 일인가

구민교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2025.11.10 02:05
구민교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구민교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지난 9월11일 새벽 2시 인천 옹진군 영흥면 꽃섬 갯벌. 70대 중국 국적의 남성이 밀물에 고립됐고 인천해경 이재석 경사는 어둠 속 바다로 뛰어들어 그를 구조했지만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국정감사에서 이 사건이 크게 다뤄졌지만 질문은 "해경은 무엇을 했느냐"에만 집중됐다. 모든 책임이 해경의 대응실패에 있는 듯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단일 기관의 문제가 아니라 오래된 제도적 공백의 결과다.

정작 물어야 할 질문은 왜 새벽 2시에, 그것도 혼자 갯벌에 들어갔느냐는 점이다. 그 시각은 바닷물이 가장 낮아지는 간조(干潮)며 야간 해루질이 가장 활발한 때다. 영흥도와 선재도는 이미 무허가 해루질이 빈번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고 지역 어민들은 자원고갈과 생계위기를 호소해왔다. 하지만 단속은 느슨하고 처벌은 약하다. 이 문제는 불법 여부를 넘어 갯벌이 '안전 사각지대'로 방치됐다는 사실에서도 드러난다. 지난주에도 같은 갯벌에서 해루질하던 40대 여성이 밀물에 휩쓸려 숨졌다. 해루질이 합법인지 불법인지와 관계없이 갯벌은 누구에게나 사고가 가능한 공간이다.

갯벌이 사고의 현장으로 반복되는 이유는 법과 제도의 모호함 때문이다. 공유수면법은 갯벌을 국가 소유의 공유수면(公有水面)으로 규정하지만 국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열어뒀다. 지자체가 조례로 출입을 제한하지 않는 이상 새벽에 갯벌에 들어가는 행위도 불법이 아니다. 생계형·레저형 해루질과 상습적 불법채취의 경계는 흐릿하고 단속권한은 지자체·해경·해양수산부·환경부뿐 아니라 군사시설보호구역이 겹치는 곳에서는 국방부와 해병대까지 나뉘어 있다. 책임은 분산됐지만 위험은 개인과 구조자에게 집중된다.

국정감사가 진짜 문제를 짚었다면 갯벌이 왜 법과 행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지, 야간 무허가 채취나 환경훼손, 군사보호구역 인근 무단출입을 막을 단속체계가 왜 작동하지 않는지, 해경의 인력과 장비는 왜 여전히 과거 수준에 머물러 있는지 물어야 했다. 그러나 국회는 보고절차와 초기대응에만 매달렸다.

사고 이후 해경은 중국인에 대해 출입국관리법·수산자원관리법 위반 여부를 조사했지만 불법은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 출입제한구역도 아니었고 상업적 불법조업이나 보호종 채취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법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곧 정상 상태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조명도 없이 고령의 개인이 새벽 갯벌에 들어가는 것을 사회가 계속 방치해도 되는가.

이제는 허용과 방임의 경계를 제도적으로 분명히 할 때다. 계절·시간대에 따른 출입제한, 새벽 0~4시를 위험시간대로 지정하는 방안, 레저형 해루질 신고제 또는 허가제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야간에 채취도구를 가진 채 갯벌에 들어가면 '의제불법채취'로 간주하는 규정, 해양경찰이 현장에서 위험진입자를 제지·퇴거할 수 있는 권한도 필요하다. 군사보호구역이나 해병대 경계지역과 겹치는 해안에서는 해경-지자체-군의 협조체계 또한 마련돼야 한다. 갯벌은 국민에게 열려 있는 공간이지만 언제나 누구나 아무 방식으로나 이용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공유수면의 자유가 누군가의 희생 위에서 유지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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