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이의 가치. 광고 등에서 종종 접하는 언어유희다. 하지만 단지 언어유희만은 아니다. 정치의 요체는 가치를 주변과 나누는 것이고 이 나눔을 통해 친구를 만드는 것이다. 한류라는 우리의 대중문화 자산을 더욱 키우고 해외 친구를 더욱 많이 만들기 위해 한류를 이웃나라 사람들과 향유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문화가 한쪽으로만 흐른다면 언제가 역류를 만날 것이다.
우리는 박진영이 프로듀싱한 트와이스라는 걸그룹의 성공모델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트와이스는 9명의 능력 있는 아이돌이 모인 그룹인데 우수한 보컬과 댄싱 실력이 성공에 크게 기여한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기존 케이팝 그룹들과 달리 일본인 멤버가 3명이나 되고 대만 멤버도 1명 포함된 것이 주효했다. 트와이스가 데뷔할 즈음은 한일관계가 얼어붙어서 일본이 가장 큰 수출시장이던 케이팝이 국내 시장만으로 겨우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트와이스는 과감히 그룹의 3분의1을 일본인들에게 개방해 혐한의 허들을 가뿐히 넘어버렸다. 지금도 트와이스는 일본에서 가장 사랑받는 케이팝 그룹이다. 일본 팬들에게 트와이스는 자신들의 그룹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류가 한국만의 것이 아니라 일본,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의 것도 된다면 한류문화산업은 지금보다 몇 배, 몇십 배 커질 것이며 이에 따라 한국의 문화외교적 영향력도 함께 커질 것이다. 한류는 우리가 하기에 따라 아시아인들의 질시의 대상이 될 수도 있고 긍지의 원천이 될 수도 있다. 미국,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인이 주목하고 사랑하는 한류무대를 아시아 이웃들과 나눈다면 근대 식민주의에 의해 고통받은 뒤 서구에 대해 열패감을 갖고 살아온 아시아인들에게 열패감을 떨쳐내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훗날엔 한류무대를 아프리카, 남미에도 개방할 수 있을 것이다.
한류무대를 개방해 이웃과 나눌 것을 제안한다. 우리 이웃도 세계인의 주목과 찬사를 향유토록 하자. 그러면 한국의 한류무대는 더욱 커지고 더 많은 이웃을 친구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정치와 마찬가지로 문화도 나눌수록 커지는 법이다. 우선 공영방송의 가요프로그램에 단 5분이라도 아시아 각국의 인기가수를 소개하는 코너를 만들자. 전 세계 수백만, 수천만 명이 즐겨 보는 이 가요프로그램을 통해 일본, 대만,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등 여러 나라의 가수가 이름을 알리고 새로운 팬들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 그러면 이들 나라에서 더욱 많은 사람이 이 가요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애청자가 될 것이다.
올해 그래미상에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APT'를 부른 로제, 캣츠아이가 후보로 지명됐다고 한다. 케데헌은 소니, 넷플릭스, 한국계 가수들의 합작이고 로제는 한국계 호주사람이며 캣츠아이는 하이브 소속 다국적 걸그룹으로 국적은 미국이 다수지만 유럽, 인도, 아프리카, 한국, 아시아계가 섞여 있다. 멤버십을 개방해 해외로 진출했듯이 이젠 무대를 개방해 해외의 시선을 한국으로 끌어들이는 방안을 시도해볼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