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있는 것도 지원을 못 받는데 신규 투자를 누가 하겠나."
국내 LFP(리튬인산철) 공급망에 대해 업계 관계자가 내놓은 평가다. 전력거래소는 최근 ESS(에너지저장장치) 중앙계약시장 2차 입찰 설명회에서 '국내 생태계 기여도' 비중을 9.6%에서 12.5%로 늘린다고 밝혔다. 여기엔 ESS 산업의 국산화 토대를 세우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LG에너지솔루션이 오창에서 국산 ESS용 LFP 배터리를 생산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런 흐름에서 나온 움직임이다.
그러나 공급망의 기초가 되는 소재 단으로 내려가면 온도는 급격히 식는다. 현재 국내에서 LFP 양극재를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에코프로비엠 한 곳뿐이다. 이마저도 연간 4000톤 수준에 불과하다. 양극재 전 단계인 전구체 분야는 진입하려는 시도조차 감지되지 않는다. 돈이 안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 LFP 배터리의 99% 이상은 중국에서 생산됐다. LFP 양극재·음극재 등 소재 역시 중국이 절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풍부한 자원과 저렴한 인건비를 앞세운 데다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과 가격으로 경쟁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구나 국내 소재사들은 '상처'가 있다.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이 덮치며 각자도생으로 내몰렸고 그 후유증이 지금까지 이어진다. 음극재만 보더라도 글로벌 시장의 90%를 중국이 쥔 가운데 국내에 남은 기업은 포스코퓨처엠 단 하나다. 추가 진입은커녕 기존 기업조차 버티기 벅찼지만 지원은 빈약했다. "지원도 못 받는데 누가 뛰어들겠나"는 한숨은 여기서 비롯된다.
하지만 ESS 산업의 대전환은 이미 시작됐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2020년까지만 해도 ESS 시장의 주력은 삼원계였지만 올해는 LFP 비중이 90%를 넘길 만큼 뒤집어졌다. LFP가 글로벌 ESS 시장의 표준으로 자리잡은 셈이다.
문제는 공급망을 갖추지 못하면 이 흐름에 올라타기 어렵다는 점이다. 2017년만 해도 ESS 시장의 1위를 차지했던 한국이 그 자리를 중국에 넘겨준 것도 공급망을 놓쳤기 때문이다. 기업을 평가해 순위를 매기는 것으로는 공급망이 세워지지 않는다. 소재까지 내려가는 지원이 있어야만 진짜 생태계가 구축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