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광구 투매 때 세계는 자원 쇼핑
중·일은 차익 한국은 적폐 몰아 매도
자원개발 단절…네트워크·인력 붕괴
원자재값 급등에 공급망 위기 되풀이
브라질 국영 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는 2010년대 중반 부패스캔들로 재무위기를 맞았다. 현금이 절실해 자산을 투매해야 했다. 2014년 6월 배럴당 115달러였던 브렌트유가 2016년 1월 27달러까지 하락하던 시기였다. 헤알화는 같은 기간 달러당 2.3헤알에서 4.1헤알로 떨어졌다. 이 틈을 타 노르웨이의 에퀴노르(Equinor)는 카르카라 유전을 25억 달러에 사들였다. 정점 대비 1/8 수준이었다. 개발비용을 포함한 이 유전 프로젝트의 현재 가치는 100억~150억 달러 이상이다.
당시 중국과 일본 기업도 페트로브라스의 자산을 매입했다. 중국 CNPC와 CNOOC 등은 리브라, 부지우스 광구의 지분을 확보했다. 세계에서 가장 생산성 높은 심해유전들이다. 일본 미쓰이는 페트로브라스의 자회사 가스페트로 지분 49%를 4억9000만 달러에 인수해 차익을 거뒀다. JBIC·미즈호 등 일본 금융기관은 FPSO(원유 생산·저장·하역 설비) 프로젝트에 리스크 프리미엄이 반영된 고금리로 대출을 제공하며 일본 기업들의 설비 수주를 밀어줬다.
이 무렵 한국은 자원개발에 대한 마녀사냥에 여념이 없었다. 한국석유공사의 하베스트 인수건이 계기가 됐고, 한국가스공사와 한국광물자원공사 등의 부실한 해외자원개발이 부각됐다. 기획재정부(현 기획예산처)는 해외자원개발 예산을 삭감했고 감사원은 이들 공기업에 사업 매각을 검토하라고 했다. 그렇게 해서 처분한 대표적 사례가 광물자원공사의 산토도밍고 구리광산 지분(30%)이다. 구리 가격은 팔 때보다 40% 넘게 올라 파운드당 5.9달러를 넘어섰다. 이미 지분 70%를 보유한 캐나다의 캡스톤 마이닝은 추가 지분을 확보하며 개발이익을 사실상 독점하게 됐다.
흔한 오해와 달리, 해외 자원개발 정책은 처음부터 특정 정권의 프로젝트가 아니었다. 1997년 외환위기 즈음 에너지 가격급등으로 국가경제가 흔들리자 김대중정부가 해외자원 개발 기본계획을 수립한 게 출발점이다. 일본의 JOGMEC(석유천연가스·금속광물자원기구)과 종합상사가 결합된 '민관 합작 모델'을 벤치마킹했다. 이는 참여정부로 계승됐다. 암바토비 니켈 광산 투자도 참여정부 시절에 이뤄졌다. 이명박 정부는 그 연장선상에서 '자주개발률'이라는 목표를 내걸고 투자규모를 키웠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한 일부 오류가 '정치적 적폐'로 몰렸다는 점이다. 세 정부를 거친 국가적 노력이 'MB의 실패'라는 프레임에 갇힌 것이다. 전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고방식도 작동했다. 한국과 일본의 자원개발 접근 방식 차이는 다른 결과로 이어졌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지난달 17일에 발표한 일본의 석유·가스 자주개발률은 42.1%로 사상 최고치였다. 한국의 석유·가스 자주개발률은 2015년 15.5%로 정점을 찍은 뒤, 10% 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한국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약 94%고, 광물 수입의존도는 약 95%다. 그런 나라가 세계가 자원 급락기에 투자를 늘려 공급망을 장악하던 때 자산을 팔고 투자를 멈췄다. 중국이 요소수·흑연·갈륨·게르마늄 등의 수출을 통제할 때마다 공급망 붕괴 공포는 되풀이돼 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는 천연가스·석탄 공급망 붕괴로 위기를 경험했고, 미국의 이란 공격으로 유가가 폭등하며 스태그플레이션의 조짐이 짙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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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은 수십년을 갈 것이고, 그 사이 자원의 무기화 현상은 더 심화될 것이다. 정부가 광물 공급망 안정을 위해 한국광해광업공단을 중심으로 10년 만에 해외 자원개발 직접투자를 재개하기로 했지만 네트워크는 끊기고 인력은 사장됐다. 시장 가격보다 높은 프리미엄도 지불해야 한다. 세계가 자원을 사들일 때 우리는 팔았다. 그 비용을 지금 치르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만의 책임이 아니다. 적폐몰이에 가담했든 침묵했든, 그 대가는 우리 모두에게 돌아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