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히말라야에 갔다. 목적지는 해발 4000미터도 넘어 세상에서 가장 높은 마을이라 불리는 팡보체였다. 네팔 카트만두에서 경비행기를 타고 루쿠라 공항까지 이동한 후 다시 몇일을 걸어야 도착할 수 있는 오지 마을이다.
모르는 사람은 아주 낭만적인 트레킹 여행을 다녀왔다고 한껏 부러워하겠지만 나의 히말라야 여행 소식은 주변의 지인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 뜻밖의 사건이다.
나는 산행을 기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등산은 1년에 1번 할까 말까다. 나는 평지가 좋다. 평지에서도 얼마든지 운동하고 깊이 사색할 수 있다고 믿는다. 굳이 산소도 희박한 저 높은 곳까지 갈 필요가 없다는 게 나의 평소 지론이다.
고산증 위험이 도사린 히말라야 산행은 힘들었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한 악전고투였다. 발을 내딛을 때마다 숨은 턱까지 차올랐고 체력은 금방 바닥났고 정신은 흐릿해졌다. 다리에 힘이 풀리니 내가 말등에 실린 짐짝 신세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산행과 멀찍이 거리 두고 살던 내가 그 멀고도 험하고 높은 곳으로 오른 것은 산악인 엄홍길 대장의 리딩 때문이었다.
국내의 여러 기업들과 수많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후원하는 엄홍길 휴먼재단은 이번에 세상에서 가장 높은 마을에 학교를 세웠다. 이름하여 '휴먼스쿨'이다. 교육의 기회, 미래를 개척할 기회, 세상 문물과 닿을 기회를 누리지 못하는 히말라야 오지 아이들이 가여웠던 엄홍길 대장은 뜻있는 기부자들의 정성을 모아 그곳에 학교를 열었다. 나는 감격적인 개교 현장을 목격하고 싶어 히말라야 산행이라는 고행에 나섰던 것이다.
팡보체 휴먼스쿨 개교 현장에서 가장 빛난 존재들은 그곳 아이들이었다. 환한 미소와 반짝이는 눈빛을 보니 어떻게든 돕고 싶었다. 작은 도움이라도 줘야겠다는 마음이 솟았다. 아이들이 앉아 공부할 책걸상을 기부하겠노라고 약속했다. 그런 약속을 할 수 있어 아주 행복했다.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 물질적 여유가 없어 교육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 몸이 아파도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없는 노인들, 꿈을 펼치고 싶지만 길을 잃은 청소년들을 도울 수 있을 것 아닌가. 돈은 인간을 노예로 부린다. 돈 욕심은 비극의 원천일 때가 많다. 하지만 돈을 착하게 벌어 착하게 쓴다면 그 돈은 어느 책 제목처럼 '아름다운 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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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벌기 위해 우리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회사에 출근하며, 이런저런 고난을 이겨내며 기업을 운영한다. 세상의 모든 돈이 착한 돈이 되기를 기원한다. 히말라야 오지 팡보체에서 나는 이윤 추구가 근사한 일이 될 수 있다는 걸 새삼 느꼈다.
그런데 어느 정도 돈을 벌어야 세상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을까. 억만금이 필요한 것일까. 최근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인 폴 앨런이 135억달러를 사후에 기부하겠다고 선언해 화제다. 우리 돈 16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또 폴 앨런의 비즈니스 동지인 빌 게이츠는 몇 년 전 약 580억달러의 기부를 약속했고 이미 실행하고 있다.
빌 게이츠와 '기부 경쟁'을 벌인다는 평가를 받는 투자가 워렌 버핏의 기부 약속 금액은 450억달러 가량이다. 이 갑부들의 기부액은 우리 돈으로는 140조원에 이르고, 이는 올해 우리나라 예산의 절반에 육박하는 어마어마한 돈이다. 경제 규모 세계 10위권 나라를 6개월 운영할 수 있는 거액을 세 사람이 조건 없이 내놓기로 한 것이다. 감탄하고 박수를 보낼 일이다.
하지만 꼭 거액을 기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팡보체에서 느낀 것은 작은 스킨십 기부의 큰 행복 효과다. 우리가 직접 만나 손을 맞잡고 대화하고 서로에게 필요한 작은 도움이라도 줄 때, 솟아나는 행복감은 상상 이상으로 크고 강렬하다.
나와 세상 모두를 행복하게 할 착한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 열심히 회사에 다니고 기업 활동해야 할 이유를 다시 확인했다. 그러고 보니 편안한 평지를 떠나 거친 히말라야에 오른 보람이 있었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