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카이스트 영재, 정신복지는 '전무'(?)

[기자수첩]카이스트 영재, 정신복지는 '전무'(?)

배준희 기자
2011.03.23 07:00

카이스트(KAIST)는 한국 영재교육의 요람이다. 고급 과학기술 인재의 양성과 국가 과학기술의 첨단화를 위해 설립된 특수 국립대학이다.

이같은 영재의 요람에서 3달 사이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속칭 '엄친아'들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진 것이다. 지난 20일 오후 6시35분쯤에는 카이스트 2학년에 재학 중이던 김모씨(19)가 경기 수원시 영통구 한 아파트 앞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는 지난 19일 오후 자신의 블로그에 '우울하다, 힘들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A4 한 장 분량의 유서에는 '여동생과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지난 1월에는 조모씨(19)가 다량의 수면제를 복용하고 스스로 생을 포기했다. 전문계고 출신 '로봇영재'로 카이스트에 입학해 유명세를 탔던 조씨는 성적부진과 여자친구와의 결별 등으로 힘들어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평점 3.0 미만인 학생에게 부과되는 '징벌적 수업료'는 여론의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반면 김씨는 추가 수업료 부과대상도 아니었고, 학교생활에도 큰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카이스트는 조씨 사건 이후 신입생들의 대학생활 적응을 돕기 위해 '즐거운 학교생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그럼에도 자살사건이 재발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09년 대학(원)생 자살자 수는 268명이다. 자살 사유는 정신적 문제가 31%로 가장 많았다. 2008년에는 대학(원)생 자살자 332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175명이 염세, 비관 등 사유로 목숨을 끊었다.

그동안 국내 대학은 학생들의 '정신복지' 관리에는 소홀했다. 대부분의 4년제 대학은 학생수가 1만명 안팎이다. 하지만 이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전문상담 인력은 10명이 되지 않는 곳이 태반이다. 깊이 있는 상담이 이뤄지기 힘든 구조다.

사고 후 인원을 늘렸다는 카이스트도 6명의 상담요원이 약 5000명의 학부생을 상담하고 있다. 상담사 1명이 833명을 상대하는 셈이다. 지나친 성적경쟁에 학생들이 '정신복지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는 건 아닌 지 먼저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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