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시더라도 방에서...추워도 죽지마라"

"술을 마시더라도 방에서...추워도 죽지마라"

송충현 기자
2011.11.21 15:44

서울시, 음주 노숙인 위해 여인숙·쪽방·고시원을 숙소로 활용

서울시가 연말을 앞두고 노숙인 월동대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복지'를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6일 한 노숙인의 빈소를 찾아 "올 겨울 거리에서 외롭게 돌아가시는 노숙인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한데 따른 것이다.

서울시는 특히 노숙인 '숙소'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서울시내 노숙인 숙소는 △상담보호센터 △쉼터 △응급구호방 △임시주거지원 △자유카페 등 크게 5가지로 준비돼있다. 이들 숙소의 정원은 약 3500명으로 시가 추정하고 있는 전체 노숙인 규모인 2900명을 웃돈다.

현재 서울역에 3개소, 영등포역에 2개소가 마련된 상담보호센터에선 350여명의 노숙인이 추위를 피해 잠을 청하고 있다. 서울시 곳곳에 위치한 39개 쉼터에도 몸 뉘일 곳을 찾는 1000여명의 노숙인이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노숙인 대부분이 알콜 중독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술에 중독된 노숙인은 음주를 금지하는 서울시 시설에 입주를 거부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21일 "노숙인 숫자보다 많은 숙소를 마련해도 술을 좋아하는 노숙인들이 시설에 들어가길 거부하면 사실상 강제로 입소시킬 방법도 없다"며 "매서운 추위가 와도 알콜중독에 시달리는 노숙인은 차라리 거리에 있길 원한다"고 하소연했다.

서울시가 추정하고 있는 알콜중독 노숙인은 서울역과 영등포역 주변에 각각 250명, 100여명 수준이다. 이에 따라 시는 지난 15일부터 내년 3월15일까지를 '겨울철 노숙인 특별보호대책' 기간으로 정하고 술을 먹은 노숙인도 숙소에 들어가서 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응급구호방과 임시주거지원, 자유카페 등이 그곳이다.

소규모 여인숙의 방을 빌려 노숙인의 겨울철 쉴 곳을 제공하는 '응급구호방'은 여인숙당 방 40개를 빌려 최대 120명의 노숙인을 수용할 수 있다. 시는 해당 여인숙에 월 50만원 가량을 지원한다.

또 월 25만원씩을 지불하고 쪽방과 고시원을 빌려 노숙인이 개별 생활을 하도록 임시주거 지원 대책도 추진하고 있다. 정원은 200명 수준이다. 하루에 8000원씩 내고 쪽방을 이용하는 기초생활수급자와 달리 노숙인은 무료로 쪽방과 고시원을 이용할 수 있다.

시는 아울러 서울역 인근에 1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자유카페 1곳을 마련할 예정이다. 자유카페는 24시간 운영되며 노숙인이 휴식과 취침을 취할 수 있도록 한 시설이다. 다만 만취자도 입출입이 가능한 탓에 지역 주민의 민원이 끊이지 않아 실제 시행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이우룡 서울시 자활정책팀장은 "겨울철에 동사할 위험이 있어 차라리 술을 먹더라도 방에서 먹고 잠도 그곳에서 자라고 유도하고 있다"며 "만취 노숙인이 사회적 문제이긴 하지만 사람 목숨만큼 소중한 게 없기 때문에 겨울철 숙소 마련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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