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최초기획자 류시형씨… "강한 묵은지에도 외국인들 반응 좋아"

김치버스가 돌아왔다. 지난 400일 동안 세 명의 한국 청년을 태운 김치버스는 러시아와 유럽, 북미 전역을 누볐다. 청년들은 김치버스가 멈춰선 낯선 곳에서 '한국의 맛', 김치를 알렸다. 성공적인 '김치홍보' 활동을 마치고 돌아온 김치버스팀은 이제 해단식만을 남겨뒀다.
"미국 CIA(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 캐나다 조지브라운대학 등 세계적인 요리학교에서 쉐프와 학생들에게 김치와 한식 요리법을 전한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김치버스의 최초 기획자인 류시형씨(29)는 그 때의 흥분이 가시지 않은 목소리로 "말도 안 되는 일이 현실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김치버스팀의 일원인 류씨와 김승민씨(29), 조석범씨(25)는 경희대 조리과학과 선후배 사이다. 4학년인 조씨는 휴학 중이고, 류씨와 김씨는 졸업생이다. 이들은 자동차 세계여행을 준비하던 류씨의 제안을 계기로 김치버스팀을 결성하게 됐다.
"지난 2006년 떠난 유럽 무전여행에서 한국과 한식에 대해 궁금해 하는 외국인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때의 경험을 계기로 김치버스라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됐다."
준비는 쉽지 않았다. 수많은 기업에 찾아가 제안서를 냈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실패가 거듭될수록 제안서의 내용은 충실해졌고, 계획은 구체화됐다. 김치버스팀은 끊임없이 발품을 팔아 몇몇 기업의 지원을 이끌어 냈고, 준비 3년 만인 지난해 10월 23일 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시작으로 유럽과 북미의 26개국 130여개 도시에서 53회에 걸쳐 김치홍보 활동을 벌였다.

류씨는 "맛이 강한 묵은지를 썼음에도 외국인들의 반응은 매우 좋았다"며 "현지에서 즐겨먹는 패스트푸드와 김치를 접목한 퓨전요리를 통해 자연스럽게 한식을 접하도록 유도했다"고 설명했다. 애초 김치버스팀은 현지 전통음식에 김치를 첨가한 요리를 선보이려 했지만, 현지인들이 전통음식을 즐겨먹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고민을 거듭한 김치버스팀은 패스트푸드와 김치라는 새로운 조합을 찾았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미국 피츠버그에서 만난 한 노인은 이들에게 큰 감동을 안겨준 인물이다. 김치버스팀은 "나도 김치를 즐겨먹는다"며 다가온 이 노인에게 김치를 나눠줬다. 며칠 뒤 노인은 "나도 나만의 김치를 만들겠다"며 요리법과 재료를 촬영한 사진을 담은 메일을 보내왔다. 류씨는 "우리의 활동이 한 사람의 행동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사실에 그 어느 때보다 뿌듯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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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으로 돌아온 김치버스팀은 이달 18일 전남 광주시청에서 해단식을 가질 예정이다. 광주시는 '제19회 광주세계김치문화축제' 홍보대사인 이들에게 두 달에 한 번씩 묵은지를 제공했다. 류씨는 "김치버스 프로젝트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을 계획"이라며 "개인적인 사진전시회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요리사의 길을 걸으며, 여행과 관련된 일을 병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무전여행에서 인생의 해답지를 얻은 느낌이었다면,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덕분에 고민 많은 30대를 앞두고 있다."
김치버스는 멈춰섰지만, 팀원들 인생의 프로젝트는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