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하기 안좋은 지자체[우보세]

기업하기 안좋은 지자체[우보세]

정진우 기자
2026.04.08 06:00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청주=뉴시스] 서주영 기자 = 지난해 11월7일 충북 청주시 서원구 현도면의 재활용선별센터 건립 예정지 앞에서 현도면 주민들이 집회를 열고 센터 건립을 반대하고 있다. 2025.11.07. juyeong@newsis.com /사진=서주영
[청주=뉴시스] 서주영 기자 = 지난해 11월7일 충북 청주시 서원구 현도면의 재활용선별센터 건립 예정지 앞에서 현도면 주민들이 집회를 열고 센터 건립을 반대하고 있다. 2025.11.07. [email protected] /사진=서주영

충북 청주시 서원구 현도면 일대에 조성된 현도일반산업단지(산단)는 대한민국 중부지역의 젖줄 '금강'을 끼고 있는 친환경 산단으로 유명하다. 30여년전 조성된 이곳엔 국내 대표 주류회사 하이트진로(청주공장)와 오비맥주(청주공장)가 입주했고 두 공장엔 1000명 이상의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다. 참이슬 등 하이트진로가 생산하는 전체 소주의 30%와 카스 등 오비맥주가 만드는 전체 맥주의 30%가 여기서 출고된다.

청정 식품 산단으로 각광받던 이 곳은 4년전부터 시끄럽다. 청주시가 2022년 11월 이 산단 인근에 폐기물 선별장 건립을 추진하면서다. 폐기물장 부지는 오비맥주 공장에서 350m, 하이트진로 공장에서 900m 거리에 있는데 하이트진로 직원 기숙사와는 담벼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맞닿았다.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는 이 사업 초기부터 소송과 집행정지 신청 등을 통해 공사를 막아 왔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법원이 1심 판결에서 이들 기업의 신청을 기각, 공사가 시작됐고 현재 약 5%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두 회사는 즉각 항고를 하는 등 지금도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다.

청주시는 폐기물장 부지 선정 과정도 투명했고 법적 문제도 없다는 입장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수년전부터 입주 기업들과 계속 논의를 해왔고 환경 영향도 제한적이다"며 "기업 측에서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 충분한 대책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의 설명은 다르다. 사업 초기부터 기업들의 상황은 반영이 안됐고 부지선정 과정도 불투명했다는 것이다. 두 회사는 연일 집회 등을 통해 "공사를 당장 중단하고 폐기물장 부지 선정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1일엔 양측 공장장들이 직원들과 거리로 나와 공동 입장문을 통해 "폐기물장이 건립되면 공장 폐쇄와 이전도 불사할 것"이라고 했다.

법원의 2심 판결이 곧 나올 예정이지만 그동안 청주시가 기업들의 상황을 제대로 살폈는진 의문이다. 식품기업의 생명은 '위생'과 '청결'이다. '청정한 물 맛'을 경쟁력을 삼는 주류기업에겐 특히 그렇다. 폐기물장이 실제 운영되면 하루 수백대의 폐기물 차량이 오가고 폐기물 선별 과정에서 악취·분진·바이오에어로졸 등 오염물질이 발생한다. 공장에 오염 물질이나 해충 유입 등은 제품 신뢰도에 치명타다. 이들 기업이 공장을 이전하겠다고 한 것도 '식품회사'의 존폐가 달렸기 때문이다.

30년 이상 아무런 문제없이 가동되던 공장의 현실적인 고민을 청주시가 과연 헤아렸을까. 이들 기업이 실제 공장 문을 닫고 떠나면 양질의 일자리는 사라지고 폐기물만 남아 허허벌판이 되는 산단을 생각이나 해봤을까.

'6·3지방선거'가 50여일 앞으로 다가오자 각 지방자치단체(지자체)장 출마자들마다 '기업하기 좋은 곳'을 만들겠다며 기업 유치를 위해 파격적인 세제 혜택과 인프라를 약속한다. 하지만 현실을 외면하는 행정을 고집하는 지자체에 둥지를 틀고 싶은 기업이 있을리 만무하다. 기업을 내쫓는 행정을 원하는 지역민은 더더욱 있을리 없다. 기업이 안심하고 투자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게 지자체장의 책무란 걸 까맣게 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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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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