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아슬아슬 '변전소 위 수족관'…제2롯데 편법 의혹

[단독]아슬아슬 '변전소 위 수족관'…제2롯데 편법 의혹

남형도 기자
2014.12.18 05:01

제2롯데, 규제 있는 변전소부터 완공 후 수족관 준공… 관련 규정 '구멍'

제2롯데월드에 위치한 아쿠아리움.
제2롯데월드에 위치한 아쿠아리움.

누수에 공사장 사망자까지 발생해 운영이 중단된 제2롯데월드 수족관의 설치과정이 도마 위에 올랐다. 변전소 설치규정 상 수족관을 세울 수 없지만 롯데 측이 완공 순서를 달리하는 편법을 동원해 규정을 피하고, 이를 서울시가 안일하게 허가했다는 지적이다.

변전소 인근에는 습기가 많은 시설을 두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 세계적으로도 그 유례를 찾기 힘들다. 규정상 수족관 밑에 변전소를 세울 수 없지만 롯데는 변전소 허가를 먼저 받아 짓고, 다시 그 위에 수족관을 설치해 규정을 비껴갔다. 서울시도 롯데가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조건으로 수족관 설치를 허가해 책임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제2롯데 수족관은 지하 1층에 있고 그보다 아래인 지하 3~5층에 걸쳐 변전소가 위치해 있다. 이 때문에 누수로 인한 대량 방류 시 변전소로 물이 들어가 심각한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변전소 설치 규정에도 변전소는 물에 노출될 염려가 없는 곳에 설치돼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국토해양부의 규정에 따르면, 변전소는 침수나 물방울이 떨어질 우려가 없는 곳에 설치해야 하며 특히 변전실 위층에서 물이 샐 우려가 없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2롯데 수족관이 변전소 위에 설치될 수 있었던 이유는 변전소가 수족관보다 앞서 설치됐기 때문이다. 롯데 측에 따르면 변전소는 지난 2008년 완공된 후 임시사용승인을 받았다. 변전소 완공 이후인 지난 2012년 롯데 측은 문화시설을 확충한다는 계획에 따라 수족관을 들여오는 것으로 설계를 변경했다.

수족관 설치 규정에는 별도로 전기가 있는 곳을 피해 세워야한다는 기준이 마련돼있지 않다보니 무리 없이 허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수족관을 변전소보다 나중에 설치하기만 하면 관련 규정을 피해갈 수 있다는 결론이다.

서울시는 규정상 문제가 없어 안전장치를 마련한다는 조건 하에 제2롯데 수족관을 허용해줬다고 설명했다. 시 관계자는 "관련법에 어긋나는 게 없어 수족관이 들어올 수 있었다"며 "심도 있는 검토는 했고, 전문가들도 괜찮다고 해 안전 장치를 마련하는 조건으로 추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변전소 인근 수족관 설치는 국민안전처가 주축이 된 정부합동점검단조차 의문을 제기했던 사항이다. 정부합동점검단장을 맡은 김찬호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지난 11일 기자설명회를 통해 "외국의 수족관은 지하에 변전소 같은 시설이 아예 설치돼 있지 않다"며 변전소 위 수족관 문제를 지적했다.

특히 변전소를 관리하는 한전도 변전소 설치 당시 수족관이 들어오는 사실을 몰랐고 설계변경 당시에도 수족관을 세우지 말 것을 요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전 관계자는 "사고가 나면 안되니 수족관은 불가하다는게 기본입장이었다"며 "침수 방지대책을 세우는 조건으로 합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 측은 안전하다 주장하지만 대량 누수가 발생할 경우 안전장치가 이를 확실히 차단할 수 있는지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제2롯데에 위치한 15만4000볼트급의 석촌 변전소는 송파구 일대 1만9000여 가구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재난발생시 복구에 상당한 시간과 시민불편이 초래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제2롯데 수족관 같은 사례가 나오지 않도록 수족관 설치 기준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변전소 설치 시 물이 있는 곳에는 설치하지 않는다"며 "이에 대한 변전소 설치규정은 있는데 수족관 설치규정이 없어 이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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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형도 기자

쓰레기를 치우는 아주머니께서 쓰레기통에 앉아 쉬시는 걸 보고 기자가 됐습니다. 시선에서 소외된 곳을 크게 떠들어 작은 변화라도 만들겠다면서요. 8년이 지난 지금도 그 마음 간직하려 노력합니다. 좋은 제보 언제든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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