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도 시행착오 속에 학점제 안착…홍콩 등 亞사례 반면교사"

"美·유럽도 시행착오 속에 학점제 안착…홍콩 등 亞사례 반면교사"

세종=문영재 기자
2019.01.30 04:00

"진학이 아닌 진로경로 다양화…과목선택권 학생에게 주고 수준별 학습"

고교학점제 추진 로드맵(자료: 교육부)
고교학점제 추진 로드맵(자료: 교육부)

2022학년도 고교학점제(학점제) 도입을 앞두고 학교 현장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입시·성적 위주의 고질적 문제를 개선하고 고교교육을 정상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긍정론과 함께 성급한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부정론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보다 앞서 학점제를 시행하고 있는 미국과 핀란드·스웨덴·영국·독일 등 유럽 여러나라들도 지금의 교육시스템을 갖추기까지 100년의 시간이 걸렸다며 조급증을 버리고 학생·학부모·교사 등 교육주체들과 계속 소통하면서 시행착오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홍콩 등 최근에 학점제를 도입한 아시아 국가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을 것을 주문했다.

◇"주입식·암기식이던 홍콩, '다양한 성공스토리' 위해 개혁"

홍콩 푸이토중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과학실험을 하고 있다./사진=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 교수 제공
홍콩 푸이토중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과학실험을 하고 있다./사진=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 교수 제공

29일 교육부에 따르면 홍콩은 높은 교육열과 교육비 부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의 높은 순위, 치열한 입시 경쟁, 사교육시장 번성, 학생들의 낮은 행복감 등에서 한국과 매우 유사하다. 홍콩도 1990년대까지는 입시 위주의 주입식·암기식 교육에 치중했다.

그러나 2000년 이후 새로운 학제와 학점제 등을 도입하고, 2012년까지 일관되게 교육개혁을 추진했다. 홍콩의 미래 세대에게 창의·협업·소통 능력을 키워주고 공부에 흥미를 갖게 해주자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새로 도입된 고교 교육과정(2009년)은 문·이과 구분을 없애고 필수과목을 4개로 대폭 줄이는 대신 다양한 선택과목을 개설해 교육과정을 개별화한 게 특징이다. 진학이 아니라 진로 경로를 다양화하기 위해 직업교육과정을 신설하고 논술형(서술형) 문제를 통해 주입식·암기식 교육을 탈피하도록 유도한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GIST) 기초교육학부 교수는 "홍콩에서 학점제를 포함한 교육개혁 과정이 순탄하진 않았다"며 "교육주체들과 끊임없는 설득·이해의 연속이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06년에는 교육개혁으로 과중한 업무에 따른 스트레스로 교사 2명이 자살하자 교사들 수천 명이 개혁을 늦추라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김 교수는 "현재 홍콩 학생·교사를 비롯해 정치인, 전문가들은 자신들의 개혁이 옳은 방향이라는데는 대체로 동의한다"며 "1단계 개혁을 마치고 현재는 보완작업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학습량부터 줄여야…美·유럽, 학생중심 학점제 교육"

학점제 역사가 우리보다 비교적 긴 미국과 유럽 여러 국가들은 학생들의 소질·능력을 최대한 발휘토록 지원하고 개인의 요구와 흥미에 부합하는 교육을 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단순 지식보다 아이디어(창의적 지식)를 중시하는 미국에서는 과목 선택권을 학생들에게 주고 수준별 학습이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한국에서 고교에 입학한 뒤 미국에서 고2 과정을 거친 신모씨(35)는 "미국 학점제 교육과 한국의 교육 과정의 가장 큰 차이는 학생이 공부해야 하는 학습량"이라며 "한국 학생들은 너무 많은 양의 내용을 단기간 배운다"고 지적했다.

미국 학생들은 수강(선택)과목 수가 한국보다 적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천천히 배운다는 얘기다.

신씨는 "한국에서 1주일에 3일씩 한 학기 동안 배우는 내용을 미국에선 두 학기 매일 한시간 반씩 배운다"며 "자신이 선택한 과목과 학습범위가 한국보다 적지만 공부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다"고 설명했다. 미국 학생들의 수강과목 수는 한 학기 4~6과목에 불과하다.

영국의 경우 한국 고교에 해당하는 중등교육자격시험(GCSE) 준비과정(10~11학년)에서 종교철학(필수), 역사(또는 지리), 2외국어(택1) 등 3과목을 제외하고 나머지 과목은 학생들이 선택토록 하고 있다.

학생당 수강과목은 많아야 8과목을 넘지 않는다. GCSE 준비 과정 이후 Sixth Form(대학입수준비과정) 단계에서는 필수 과목이 정해져 있지 않고 자신의 진로를 고려해 개설과목 가운데 4개 과목을 선택·이수토록 한다.

독일에서는 한국 일반계 고교에 해당하는 김나지움과 후기중등과정인 오버슈투페(11~13학년)에서 학점제가 이뤄진다. 언어·사회·수리·예술·체육·심화과목으로 분류되는 이수 교과목에서 9개 안팎의 수업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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