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오세훈 시장에게 예산을 허(許)하라

[우보세]오세훈 시장에게 예산을 허(許)하라

기성훈 기자
2021.06.28 05:30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01회 정례회 제1차 본회의에서 2021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01회 정례회 제1차 본회의에서 2021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정치가를 주의하라, 자신이 주인공이기 위해 끊임없이 타인을 이용한다"고 했다.

최근 '2021 서울시 1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심의를 하는 서울시의회 의원들을 보고 떠오른 말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한 서울시의회는 추경 예산안 중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의 주요 공약 사업 관련 예산을 전액 또는 대폭 삭감하겠다고 나섰다. 여당 시의원들은 "야당 시장 발목잡기는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오 시장과의 갈등으로 '시의원들이 서울시정의 주인공이 되려고 한다'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어 보인다.

현재 서울시의회는 전체 110석 중 101석을 여당인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 시장은 압도적 표차로 민주당 박영선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서울시민들의 뜻에 따라 오 시장과 서울시의회는 애초 우려와 달리 '허니문 기간'을 이어왔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유치원 무상급식, 서울시 수도요금 정상화 등에서 양측은 '협력 분위기'였다.

하지만 '웃음꽃'은 금방 시들었다. 오 시장의 첫 조직개편안에 대해선 서울시의회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조직개편안 통과까지 한 달여의 시간이 걸렸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의회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은 조직개편안 처리를 두고 의원총회를 여는 등 이례적인 모습까지 보였다. 시의원들과 의장단 등에서는 당론으로 정할 것인지, 시의원 개별 투표에 맡길 것인지 등에 대해서도 격론을 벌였다. 현재 추경 예산안 삭감 사태를 앞둔 예고편이었던 셈이다.

서울시의회는 숨겨온 발톱을 '예산 심사'에서 드러냈다. 대표적인 삭감 사업이 저소득층 대상 무료 교육 플랫폼 '서울 런', 서울형 헬스케어 시스템 구축, 맞춤형 1인 가구 지원, 서울형 공유 어린이집 등이다. 오 시장이 그동안 고민하고 구상해오던 것을 서울시정에 반영하기 위한 최소한의 것들이다. 오 시장도 지난 24일 서울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찾아가 자신의 역점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추경 예산안을 통과시켜달라고 공개 부탁하기도 했다.

물론 서울시의회 역할이 서울시 집행부의 잘못을 감시·견제하는 것이다. 하지만 오 시장의 공약 사업만 골라서 예산을 주지 않겠다는 결정은 '예산 삭감'이라는 서울시의회의 권한만 활용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서울시 관계자들도 "추경 예산을 확보하지 않으면 새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라며 "서울시의회가 오 시장에게 1년 동안 아무 일도 하지 말라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푸념했다.

서울시의회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오 시장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여당 시의원들과의 접점을 찾아내야 한다. 서울시의회는 오 시장이 일할 수 있게 하고 책임은 결과로 물으면 된다. 중요한 것은 보궐선거에서 오 시장에 표를 준 시민들은 오 시장이 구상하는 서울시정이 궁금하다는 점이다. 서울시 정책들이 서울시의회의 반발에 번번이 부딪히는 모습이 계속 나온다면 시민들은 서울시의회에 냉정한 시선을 거두지 않을 것이다. 서울시의회는 기억해야 한다. 서울시의 주인공은 '서울시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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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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