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적자 지하철, 이대로 달릴 수 있나④

전국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적자는 해결되지 않는 고질병처럼 지속돼왔다. 정치권의 책임회피, 회사 경영진의 무능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손실을 방치해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지하철 운영기관의 재정상황에 숨통이 트이게 하기 위한 우선 과제로 운임 요금 현실화가 꼽힌다.
현재 지하철 요금이 수송 원가에 못 미친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승객 한 명을 태우는 데 약 2061원의 돈이 들어가지만 서울 지하철 요금은 1250원으로 지난 2015년 인상된 이후 6년째 동결돼있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정치적 결정에 의존하는 현 요금체계 개편 구조를 탈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 대중교통 기본조례에 따르면 서울시장은 대중교통 요금 수준의 적정여부를 2년마다 분석해 조정해야 한다.
그러나 총선거, 지방선거 등 주기적으로 열리는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의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고, 요금 인상은 그 필요성이 지적돼도 정치적 부담때문에 좌절되는 경우가 많았다. 오세훈 시장의 과거 재임 시절인 2007년 4월, 박원순 시장이 재임한 2012년 2월과 2015년 6월 등 시장 임기 초반에 한 번씩만 요금 인상이 이뤄졌다.
물가상승률 등을 반영해 정기적으로 요금 수준을 정하는 협의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유정훈 아주대학교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지하철, 버스 요금 인상의 필요분을 모아놨다가 몇 년마다 한 번씩 올리는 건 예측가능하지 않은 구조"라며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매년 최저임금을 정하듯이 지하철뿐만 아니라 버스 등 대중교통요금을 상시 위원회를 통해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적자의 한 원인으로 꼽히는 무임승차 손실 문제에 대해서는 국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만 65세 이상 노인, 장애인, 국가유공자가 지하철 무임승차 혜택을 보고 있다.
김시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철도경영정책학과 교수는 무임승차 정책과 관련해 들어가는 비용을 국가에서 최소한 50% 정도는 지원해야 한다고 봤다. 김 교수는 "해외 사례를 보면 국가, 도시별로 천차만별이지만 보편적으로 무임승차 요금을 50% 안팎으로 지원한다"며 "교통복지 측면에서 살펴봤을 때 우리나라처럼 중앙정부에서 하나도 지원을 하지 않고 부담을 넘기는 건 특이 사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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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임승차는 지하철 사업 초기에 이미 세운 계획으로 이를 이제와 문제 삼는 건 선후관계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 교수는 "무임승차의 경우 이미 시행된 정책으로 이제와 적자난을 이유로 이를 문제삼는 건 기관 이기주의로 비춰질 수 있다"며 "복지 차원에서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앞으로는 정책 추진 단계에서 재정건전성이 떨어지는지 면밀한 검토를 해야 한다는 합의가 이제 필요하다고 밝혔다. 복지도 중요하지만 수지타산도 고려해 사업을 진행하자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유 교수는 "예컨대 철도 노선 신설 주장이 최근에도 나오지만 사업 계획단계에서부터 비용과 편익을 잘 살피고 추진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지하철 공사 경영진의 무능도 적자난을 눈덩이처럼 키운 이유로 지목한다.
한 연구원 소속 철도전문가 A씨는 "적자는 결국 회사 경영진이 경영을 잘 못해서"라며 "6대 도시 지하철 운영기관의 수장들이 회사의 문제점을 얼마나 잘 해결될 사람들이 임명했는가부터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사 사장은 지자체장이 임명하는데 친소관계, 자신의 정책 추진에 잘 따라와줄 것 같은 사람을 찾는 경향성이 있다"며 "경영을 잘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검증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측이 제시한 구조조정 등 자구안에 노조와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 사측이 합리적 로드맵을 제시해야 된다는 의견이 나왔다. 단순히 인력 감축에 그치지 않고 어느 정도 설득에 이를 수 있는 경영능력을 보여야 한다는 것.
다른 연구원 소속 철도전문가 B씨는 "적자 때문에 사람을 줄인다는 방식은 전형적으로 구태적인 관계설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예컨대 철도 기술의 발전으로 사람이 더 많이 필요하지 않다면 현재 시대적 요구인 안전 가치에 인력을 배치시키고 '그래도 필요없는 인력이 생겼다'는 데이터를 보이는 등 노조 측에 설득을 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퇴직자와 신입사원 충원 등을 고려해 인력을 줄이는 연착륙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