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무임수송 손실비용 국비 보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
서울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사가 지난 1일 임금·단체협약(임단협) 협상에 합의하면서 강조한 말이다. 올해 만이 아니다. 공사 노사는 임단협 합의 후 매번 같은 내용을 언급했다.
지하철 무임승차는 1980년 70세 이상 노인들에게 지하철 요금 50%를 할인해주면서 시작됐다. 1984년 5월 23일에는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지시로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100% 요금을 면제해주는 제도가 도입됐다. 지하철 무임승차 대상은 65세 이상 노인, 장애인, 국가유공자 등이다. 이 중 무임승차 대다수는 65세 이상이 차지하고 있다. 노인 지하철 공짜 탑승에 대한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노인복지법에 따라 65세 이상이면 돈이 많든 적든 지하철을 무료로 탈 수 있다.
전국 13개 도시철도를 운영하는 지방자치단체는 그간 도시철도망의 지속적 확대,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 약 40년간의 누적 손실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어왔다. 전국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1조6486억원으로 코로나19(COVID-19) 발생 이전인 2019년(1조1137억원)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

가뜩이나 지하철 요금의 운영원가는 밑도는 상황이다. 서울시 등 대부분의 지자체는 2015년 요금 인상 이후 동결하고 있어 수송원가 대비 운임이 평균 30% 수준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무임수송 승객이 계속 늘어나면 지하철 운영기관들의 '만년 적자'는 끝나지 않는다.
실제로 1984년 당시엔 무임승차 인원이 전체 승객의 5%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20%에 육박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고령화 추세는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다. 무임승차 제도가 도입된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의 4% 미만이었으나 올해는 17.5%를 차지했다. 2070년엔 이 비율이 46.4%가 될 것이란게 통계청의 전망이다. 돈 내는 승객은 줄어드는 데 공짜 승객이 늘어나면 지하철 손실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무임승차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은 사실상 없다. 지자체들은 무임승차 손실액을 정부가 보전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무임승차 제도를 최초로 도입한 건 지자체나 도시철도 운영기관이 아니라 정부라는 점에서 손실 보전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 정부가 무임승차 손실을 보전해주고 있는 한국철도공사와 형평성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정부는 단호하다. 무임승차를 지원하면 지하철이 없는 지역과의 형평성에 맞지 않기 때문에 지자체가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전국 도시철도 운영 지자체 협의회를 대표해 "서울·부산 등 대도시뿐만 아니라 기초자치단체 역시 정부 대신 도시철도 무임손실을 떠안으면서 재정적 한계상황에 도달한 상황"이라며 지원을 호소했다. 정부도 한정된 예산 상황에서 무작정 지원을 늘릴 수도 없다. 그럼에도 지하철은 '시민의 발'이다. 시민의 안전을 담보할 재정여건 확보를 위해서라도 무임승차 문제에 대한 현실적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