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빵으로 점심 때우자"…1089개 학교서 급식 안나온 이유

"얘들아, 빵으로 점심 때우자"…1089개 학교서 급식 안나온 이유

유효송 기자
2025.11.20 16:46
(청주=뉴스1) 김용빈 기자 = 학교 급식·돌봄 업무 등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돌입한 20일 오전 충북 청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빵과 과일, 주스 등 대체식을 먹고 있다. 2025.11.20/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청주=뉴스1) 김용빈 기자
(청주=뉴스1) 김용빈 기자 = 학교 급식·돌봄 업무 등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돌입한 20일 오전 충북 청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빵과 과일, 주스 등 대체식을 먹고 있다. 2025.11.20/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청주=뉴스1) 김용빈 기자

학교 급식·돌봄 등 교육 현장 필수 업무를 담당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20일 서울과 세종 등 5개 시·도 곳곳에서 급식이 중단됐다. 비정규직 노조원이 파업한 학교들은 빵·음료수 등 대체 급식을 제공하거나 도시락 지참 등을 미리 안내해 큰 혼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부실한 식단에 도시락을 따로 준비하는 경우도 적잖았다. 매년 되풀이하는 파업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학부모들과 교원단체는 급식과 돌봄을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날 서울과 세종, 강원, 인천, 충북 등 5개 시·도에서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 소속 6921명이 총파업에 참여했다. 5개 교육청 교육공무직원(5만3598명)의 12%가 파업에 나선 것이다. 학비연대는 급식·돌봄 노동자 등 비정규직 10만명이 소속된 조직이다. 교육당국과 집단임금교섭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이날부터 4일간의 총파업을 시작했다. 이번 파업으로 5개 시도 교육청 관내 3분의 1 규모인 1089개교에선 이날 급식을 운영하지 못했다. 초등의 경우 25개교(1.6%)가 돌봄을 운영하지 않았고 유치원도 20곳(1.9%)에서 방과후가 중단됐다.

급식이 중단된 학교들은 대체식을 점심으로 제공했다. 변질 우려가 적고 간단히 먹을 수 있는 빵이나 샌드위치, 햄버거 등 간편 식사 종류가 대부분이었다. 학부모들은 아침 일찍부터 도시락을 준비하기도 했다. 강원도의 한 학부모는 "자녀 두명이 오후 늦게 수업이 끝나는 중·고등학생인데 학교에 매점도 없어 사 먹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급하게 반차를 내고 아침부터 유부초밥을 싸느라 힘들었다. 성장기 남자 아이들이 빵으로 허기가 채워질리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학교에서 급식으로 저녁까지 해결하는 고등학교나 기숙사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불만이 특히 컸다. 이날 국회 앞에서 열린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기자회견에 참석한 학생 대표 김하진씨(충남 강경상업고)는 "매년 파업 소식이 들릴 때면 '이번에는 점심을 제대로 먹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부터 앞선다"며 "저처럼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생들에게 학교 급식은 단순한 한 끼가 아니라 건강과 성장 그 자체"라고 호소했다.

이번 파업에 국공립 유치원 소속 노동자들도 동참한 가운데 돌봄 공백에 맞벌이 부부들도 한숨을 지었다. 한 학부모는 "파업으로 급식과 수업 일정이 바뀌는걸 유치원에서 이틀 전에야 공지해줬다"며 "갑자기 점심쯤 하원을 시켜야 하는데 부부 둘다 연차를 쓰기 눈치보이는 상황이라 친정 부모님을 불렀다"고 했다.

향후 '릴레이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전국에서 급식과 돌봄에 공백이 생길 전망이다. 21일에는 광주·전남·전북·제주 지역이 파업에 돌입한다. 다음달 4일 경기·대전·충남, 5일 경남·경북·대구·부산·울산 지역에서 파업을 진행한다.

교육부는 추가 교섭 일정을 조율 중이다. 학비연대는 △최저임금 이상 기본급 지급 △중앙행정기관·지방자치단체 공무원·공무직과 동일한 기본급 120% 명절휴가비 지급 △방학 중 무임금 관련 생계대책 마련 △학교급식실 고강도 위험노동 대책 마련 △합리적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정부 주도 협의기구 설치·노사 공동 직무분석 실시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해마다 발생하는 파업 사태를 막으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은 '학교파업피해 방지법'의 조속한 제정을 국회에 요구하고 학교 급식·돌봄·보건 등을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업 시 최소한의 대체인력 투입을 가능하게 하자는 것이다. 현행법에선 노조의 파업이 진행돼도 대체인력 투입이 금지돼있다. 교총은 "학교는 한순간도 멈춰선 안 되는 필수 공공재"라며 "노동자의 처우 개선 요구는 존중하지만 아이들의 밥 먹을 권리와 안전하게 보호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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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송 기자

안녕하세요. 정보미디어과학부 유효송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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