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염 내뿜는 보조배터리 방염파우치…서울소방 "국가차원 기준 필요"

화염 내뿜는 보조배터리 방염파우치…서울소방 "국가차원 기준 필요"

정세진 기자
2026.06.20 06:00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항공기·지하철서 보조배터리 화재 느는데 '방염' 파우치 등 관련 기준 전무
방염 성능 있다며 판매하지만 화재실험결과는 천차만별
서울소방본부 "정부에 기준 마련 건의"

서울소방본부가 19일 오후 보조배터리를 과충전해 화재 적응성 실험을 하고 있다. 두 제품 모두 방염효과가 있다며 판매되고 있는 제품이지만 왼쪽제품은 화염이 치솟는 반면 오른쪽 제품은 연기만 발생하고 화염이 차단됐다./영상=정세진 기자
서울소방본부가 19일 오후 보조배터리를 과충전해 화재 적응성 실험을 하고 있다. 두 제품 모두 방염효과가 있다며 판매되고 있는 제품이지만 왼쪽제품은 화염이 치솟는 반면 오른쪽 제품은 연기만 발생하고 화염이 차단됐다./영상=정세진 기자

"화염이 치솟는 걸 보세요. 출근길 만원 지하철에서 저랬으면 어떻겠습니까."

이달 19일 오후 찾은 서울 은평구 서울소방학교 화재실험장. 시중에서 판매중인 여러 종류의 보조배터리와 보조배터리 방염 파우치의 로고가 가려진 채 전시돼 있다. 보조배터리 과충전으로 열폭주를 일으켜 파우치 성능을 실험하기 위해서다. 정부가 마련한 기준은 없지만 시중 판매 제품중엔 보조배터리 과충전으로 400℃(도)에 이르러도 화염을 차단해주는 제품도 있었다. 반면 빠르게 화염이 치솟는 제품도 있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이날 보조배터리 화재가 늘어나는 가운데 보관용 파우치에 대한 명확한 성능기준 마련을 건의를 위해 화재 적응성 실험을 시작했다.

재난본부는 시중에서 판매하는 방염 파우치 중 4개를 임의로 선별해 실험에 활용했다. 본부 관계자는 "방염 성능은 제조와 판매사의 주장일뿐 일정한 기준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파우치 제품별 실험에는 서로 다른 보조배터리를 사용했다.

실험결과 방염파우치제 성능은 천차 만별이었다. 대다수 보조배터리는 과충전을 통해 75도 이상으로 과열되면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로 인해 400도 이상 온도가 치솟았지만 연기만 발생할 뿐 파우치 밖으로 화염이 차단되는 제품도 있었다. 반면 화염이 치솟아 파우치가 담겨있던 가방까지 모두 불태워 본래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게 타버린 제품도 있었다.

본부 관계자는 "만약 가방 속에서 보조배터리 화재가 발생하면 가방 속 물건들과 주변에까지 불이 옮겨 붙을 수 있다"며 "화염을 차단하는 제품은 온도가 뜨거워지면서 연기가 발생하는 동안 주변에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소방본부가 19일 오후 보조배터리를 과충전해 화재 적응성 실험을 하고 있다. 왼쪽 제품은 파우치 없이 보조배터리를 시중에서 파는 가방에 넣어 화재를 유도했다. 오른쪽 제품은 방염파우치에 넣어서 과충전을 통해 화재를 유도했다. /사진=정세진 기자
서울소방본부가 19일 오후 보조배터리를 과충전해 화재 적응성 실험을 하고 있다. 왼쪽 제품은 파우치 없이 보조배터리를 시중에서 파는 가방에 넣어 화재를 유도했다. 오른쪽 제품은 방염파우치에 넣어서 과충전을 통해 화재를 유도했다. /사진=정세진 기자

여름철 고온 환경에 보조배터리가 노출되면 내부 온도가 상승하면서 열폭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보조배터리 화재사고는 2023년 15건에서 2024년 37건, 2025년 55건으로 매년 증가했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에 접수된 보조배터리 관련 위해사례도 2021년 22건에서 2024년 136건으로 3년 새 약 6배 늘어났다.

특히 규격에 맞지 않는 충전기를 사용하거나 보조배터리 내부 보호회로가 손상된 경우 열폭주 가능성이 높아진다. 보조배터리를 떨어뜨리거나 물체와 강하게 부딪힌 경우에도 화재가 발생할수 있다. 침대와 쇼파 근처 등 가정 내 충전장소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본부는 보조배터리 화재시 불길이 빠르게 치솟아 옮겨 붙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험 현장에는 한국공항공사(김포국제공항), 서울교통공사, 코레일 등 8개 관계기관 관계자도 참석해 보조배터리 화재 양상과 제한된 공간에서의 초기대응 필요성을 함께 확인했다.

본부 관계자는 "시중에 판매하는 보조배터리 방염 파우치 구조와 재질이 다양하지만, 화재 발생 시 연기 누출, 열 차단, 화염 확산 억제 등 시민 안전과 직결되는 성능을 판단할 객관적 기준이 없다"며 "배터리 용량에 따른 파우치 규격, 화염 차단 지연 시간 등 통일된 국가 차원의 성능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정세진 기자

안녕하세요. 정책사회부 정세진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