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통수맞은 李·朴 "조심하고 고심하고"

뒷통수맞은 李·朴 "조심하고 고심하고"

오상헌 기자
2007.08.08 15:32

긴급회의 후 오후 들어 입장발표...李 '조건부 반대'vs朴 '원칙적 찬성'

조용했던 선거 사무실이 발칵 뒤집혔다. 간단히 일을 마무리짓고 아침 식사를 하러 가려던 이들은 발길을 멈췄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란 얘기도 나왔다.

'8.28 남북정상회담' 개최 사실이 발표된 8일 아침.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캠프 풍경이다. 박근혜 후보 캠프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8.28 남북정상회담 개최' 사실은 이날 아침 출근 전부터 '설'로 전해졌다. 이후 비공식 라인을 통해 '확인'되고 오전 10시께 청와대의 공식 발표가 이뤄지면서 '빅2' 캠프는 분주해졌다.

긴장감은 그 어느 때보다 더했다. 긴급히 소집된 회의. 그러나 입장은 곧바로 나오지 않았다. 청와대 발표 직후 반대' 논평을 낸 당과 달랐다. 조심스러웠고 신중했다.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는 모습이었다. '반대'를 분명히 한 당과의 '입장 조율', 경선 국면과 경선 이후의 상황 전개에 대한 판단 등 이리저리 재야 할 요소가 많았기 때문. 상대 후보 반응도 의식해야 했다.

이를 반영하듯 공식 입장 발표는 오후 들어서야 나왔다. 이 후보측의 공식 반응이 나온 건 오후 1시께. 박희태 선대위원장을 필두로 대변인단 등이 오전에 모여 입장을 조율한 후 박형준 대변인이 공식 논평을 내놨다.

결론은 "시기와 장소, 의제 등에서 우려스럽다"는 것. 당의 명확한 반대 입장보다 수위를 다소 낮춘 '조건부 반대' 입장인 셈이다.

박 대변인은 특히 "남북정상회담은 핵폐기와 북한 개방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국내 정치, 특히 대선 정국에 이용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며 정략적 활용 가능성을 경계했다. 지지율 1위 후보로서 '남북문제'가 '본선(대선)'까지 이슈화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측도 긴밀하고 신중하게 움직였다. 캠프 관계자들을 불러 모이는 대신 국방.안보 자문단을 소집했다. 정치적이 아닌 전문가적 접근을 꾀하려는 뜻으로 해석됐다.

입장은 오후 1시40분께 나왔다. 박 후보측 입장은 '원칙적 찬성'. 보수 성향의 박 후보가 당과 비슷한 '반대' 입장을 밝힐 것이란 예상을 보기 좋게 비껴간 반응이었다.

박 후보측 김재원 대변인은 "정상회담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우리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가장 위협하는 북한 핵문제를 반드시 매듭짓는 회담이 돼야 한다. 모든 의제와 절차 등을 국민 앞에 투명하게 해야 한다"는 박 후보의 말을 전했다.

여기에는 '현실론'이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어차피 정상회담이 성사될 텐데 원칙에 맞게 하라는 점을 강조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한 것"(박 후보 캠프 관계자)이란 설명.

이와함께 박 후보가 이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회담을 가진 전력이 있는 것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반대로 역공에 시달리기보다 통 큰 접근으로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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