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증권사 반발에도 "파생상품 거래세, 공평과세 위한 것" 입장 고수

요즘 경제 분야에서 단연 최고의 이슈 메이커는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이다. 당내 대표적인 경제통으로 '이슬람채권법'을 앞장서 공론화시켜 저지시켰던 그다. 이번에는 증권거래세를 들고 나왔다. 파생상품 거래에 세금을 매기자는 건데 벌집을 건드린 듯 증권업계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 의원은 '공평과세'에 방점을 찍었다. 다른 금융상품과 형평성을 맞추자는 거다. 실제 거래소나 코스닥 주식 매매에 대해서는 증권 거래세를 부과하면서 파생상품에는 과세하지 않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가 최근 '상장지수펀드(ETF) 수익증권에 거래세를 부과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파생상품에 대한 과세제도 정비 필요성도 빼놓지 않았다. 파생상품 시장의 과도한 팽창으로 증시가 왜곡되고, 키코와 같은 무분별한 상품 남발에 따른 피해도 줄여야 한다는 의미다.
증권업계의 거센 반발을 무릅쓰고 왜 '증권거래세법 개정안'을 발의할 수밖에 없었는지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 의원을 직접 만나 들어봤다. 이 의원은 "파생상품 거래세법은 다른 금융상품과의 공평과세 차원에서 추진되는 것으로 통과돼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다음은 이 의원과의 일문일답.
-왜 개정안을 발의했나.
▶ 국내 파생상품 시장이 과도하게 팽창했다. 키코와 같은 파생상품이 무분별하게 남발돼 투자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파생상품에 대한 과세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증권거래세법은 열거주의에 따라 과세대상 상품을 나열하고 있다. 지금까지 파생상품에 과세가 되지 않은 건 1978년 이 법 제정 당시 파생상품이 없어 과세대상 목록으로 열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새로운 금융상품이 생기면 과세 대상으로 추가하는 게 당연한 일이다. 이번에 정부가 발의해 'ETF 수익증권에 거래세를 부과하는 것 역시 동일한 맥락이다. 2009년에 법안이 통과됐다면 최근 '증시 매물폭탄 사건'으로 인한 피해도 줄일 수 있었을 거다.
-거래세가 부과되면 금융시장이 위축될 거란 우려가 있는데
▶ 첫 3년간은 세금을 매기지 않고 3년 후 '시장상황이 좋으면'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10만분의 1(0.001%)의 세율을 매기기 때문에 시장이 위축될 거란 말에 동의할 수 없다. 법조문은 기본세율을 0.01%로 하고 있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본세율의 10분의 1인 0.001%로 시작하기로 했다. 거래세보다 거래소가 회원사로부터 받는 수수료를 내리는 게 거래 활성화에 훨씬 더 도움이 될 거다. 이런 점에서 시장 위축 얘기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거래소가 회원사에 부과하는 수수료가 과하다는 건가.
▶ 지난해 감사원 감사결과를 보면 거래소와 예탁결제원이 과도한 독점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2008년 수수료 수입 등으로 영업이익이 1095억 원, 영업외 이익 1664억 원이 발생했다. 그동안 수수료를 과다하게 징수해 발생한 이익잉여금이 1조7548억 원 적립됐다. 향후 이를 축적하기보다 이익잉여금과 영업외이익을 수수료 감축 재원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시장 참가자가 보다 낮은 비용으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0.001%의 거래세보다 거래소가 독점적 지위를 바탕으로 회원사로부터 받는 수수료가 오히려 증권사나 투자자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 감사원 지적사항을 개선하기 위해 법 개정 등을 통해 증권사나 투자자들의 부담을 줄이도록 계속 노력할 거다.
- 파생상품에 거래세를 부과하는 나라는 대만 밖에 없고, 세금 부과 후 시장을 싱가포르에 뺏겼다는 지적이 있는데.
▶ 미국 등 해외 대부분의 선진국은 파생상품에 대해 최고 40%까지 자본이득과세를 하기 때문에 거래세가 필요하지 않다. 대만은 초기에 과도하게 높은 세율을 부과한 탓에 시장이 위축된 거다. 2008년까지 세율을 낮추고 나서는 시장점유율이 완전히 회복돼 오히려 싱가포르보다 높은 상황이다. 우리는 현재 대만이 부과하고 있는 거래세 0.004%보다 더 낮은 0.001%를 부과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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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세보다 자본이득과세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 나도 수년 전부터 주장해왔다. 파생상품에 대한 거래세 부과는 자본이득과세로 전환하기 위한 전 단계 조치다. 현재 우리나라는 주식 증권 등 다른 모든 금융상품에 대해서도 자본이득과세를 못하고 거래세를 부과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른 상품에 부과하지 않는 자본이득과세를 파생상품에만 부과하는 것도 형평성에 맞지 않다. 거래세 틀 안에서 상품 간 형평성을 맞추고 거래세 틀 자체는 자본이득 과세로 전환해 나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