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민주당 원내대표가 31일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의 핵심 쟁점인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에 대한 절충안을 마련했지만 야5당의 반대기류가 만만치 않아 합의 처리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30일 저녁 두 차례 회동을 통해 한미FTA 비준안 처리 문제를 놓고 장시간 의견을 교환했다.
이 자리에서 양당 원내대표는 우선 비준안을 처리한 후 FTA 발효 뒤 3개월 안에 ISD 폐지 문제와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문제를 미국과 다시 협상하고, 친환경 무상급식 프로그램을 미국산 농산품 공급 유보 대상에 포함시키는 내용에 합의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다른 야당에서는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정희 대표 등 민노당 의원들은 양당 원내대표 합의문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사실상 '한미FTA 처리 합의문'과 다름이 없고 야당과 시민사회가 요구해오던 핵심적 문제들을 완전히 빗겨간 누더기 합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이 독소조항이라고 주장해 왔던 ISD는 재협상이 아닌 '서한교환(Exchange of Letter)'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돼 있고, 그마저도 협정 발효 후 3개월 이내 협의를 시작하는 것으로써 사실상 한미FTA 처리를 묵인하는 합의"라며 "실효성이 전혀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민주당 원내대표는 그 누구도 책임지지 못할 합의문에 서명함으로써 불과 며칠전 야5당 대표들의 합의사항을 거꾸로 돌리고 있다"며 "민주당은 합의문을 당장 폐기하고 야5당 대표들의 합의정신으로 돌아오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강한 반대기류가 감지된다. 손학규 대표 등 지도부는 이날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합의문 내용을 보고 받았으며, 오전 11시쯤 의원총회를 열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ISD 재협상'을 비준안 처리 뒤로 미룬 내용에 대해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야권통합 주도권을 놓고 당 밖과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통합'의 핵심 고리인 한미FTA를 쉽게 내 주기는 어렵다"며 "원내대표단의 역할은 절충안 마련이니 나름의 역할을 한 것이고, 당론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후 4시로 예정된 야5당 합동 의총에서도 민노당 등의 강력한 반발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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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남경필 외통위원장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야 의총이 모두 끝난 뒤인 오후 5시쯤 전체회의를 열어 한미FTA 비준안 처리를 시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합의문에 서명한 민주당조차 저지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물리적 충돌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