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부산서 맞붙은 두 대권주자, 부산 주민의 선택은?
"문재인은 대통령이 아니라 '특수' 대통령도 할 인물 아이가. 문성근은 영화배우 출신이라서 별로 안좋아 하지만 문재인이 지원해 주면 문재인 보고 찍을 기다."
부산 북구 덕천역 인근의 한 아파트 단지 앞에서 9일 기자와 만난 주민 김효일씨(74)는 "총선에서 투표할 후보를 정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뜸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얘기를 꺼냈다.
이 지역에는 민주통합당에서 문성근 후보가 출마했다. 하지만 김 씨는 "북구에서는 문성근보다도 문재인 인기가 장난 아니다. 나도 이쪽 토박이인데, 문재인도 부산 출신 아니냐"고 말했다.

부산 지역의 총선은 사실상 '미니 대선'으로 치러지고 있다. 야권의 대표적이 대권주자인 문 고문이 부산 사상에 출마하면서 '야풍(野風)'을 불러일으켰다. 여기에 여권의 독보적인 대권주자인 박근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장이 연초 한번, 최근 한 달 사이 4차례나 방문했다. 특히 사상에 출마한 새누리당의 손수조 후보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으면서 여야 대권주자 간에 자존심 경쟁이 벌어졌다. 야풍이 현실화되면서 문 후보의 대권 가도에 탄력이 붙으면 박 위원장으로서도 좋을 게 전혀 없다.
부산이 보수 정당의 '텃밭'으로 불렸던 만큼 아직까지 박근혜 위원장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 사하역 인근에서 만난 조영애씨(53)는 "박근혜와 문재인을 놓고 고르라면 아직까지 부산에서는 박근혜"라고 말했다. 근처에서 만난 이도윤씨(43)도 "주변의 말을 들어보면 부산 분위기는 박근혜 위원장이 확실히 앞서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도 "분위기가 예전 같지만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이같은 '분위기'는 문 이사장이 출마한 사상구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북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씨(55)는 "노무현 대통령이 자기 세력이 없어 험한 일도 많이 당했는데, 정치는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문재인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안경점을 운영하는 주모씨는 "부산에서는 한명숙 대표가 오는 것보다 문 고문이 지원하고 가는 게 이 쪽 후보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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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문 고문에게는 인근 지역 야권 후보들의 '지원'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지난 주말 문 이사장은 경남 김해와 부산 해운대구, 남구, 영도구, 서구, 사하, 북구, 강서구 등지를 방문해 지원 유세를 벌였다. 9일에도 오전 중 울산을 찾아 야권 단일후보 선거를 도왔다.
울산 남구갑에 출마한 심규명 민주통합당 후보는 "울산에는 새누리당 고정 지지층이 많아 문 고문이 왔다고 해서 움직이지는 않겠지만 부동층에는 문 이사장의 방문이 확실하게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사상에 출마한 손수조 새누리당 후보가 문 고문에 대해 선거 초반부터 "대통령에 도전할 사람이고 사상 떠날 사람"이라고 공세를 퍼부었지만 정작 문 고문은 대권 도전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문 고문은 지난 5일 부산 북구에서 문성근, 전재수 후보에 대한 유세를 하면서 "국회의원 한번 해 보려고 나선 것이 아니다"며 "부산 정치를 바꾸고 대한민국 정치를 바꾸는데 기여하고 싶어서 정치에 나섰다"고 말했다. '큰 인물론'이 자신의 지역구뿐 아니라 전체 부산, 경남 지역의 판세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현재 새누리당은 문재인발(發) '야풍'의 존재를 애써 축소시키는 데, 민주통합당은 '야풍'의 위력을 강조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새누리당은 부산 사상과 사하을은 '박빙'이고, 다른 모든 지역은 자당 후보가 우위를 달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민주통합당은 사상과 사하을 지역에서 자당 후보의 우세를 확신한다. 또 부산진갑과 북·강서갑, 북·강서을, 사하갑, 남을 지역에서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을 정도의 박빙 판세가 펼쳐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