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비 놓고 '초심'다지는 국회 '역사 지킴이'

죽비 놓고 '초심'다지는 국회 '역사 지킴이'

김경환 기자
2013.08.13 06:51

[재선의원을 말한다]유기홍 민주당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간사

중·고등학교 때부터 '조선왕조실록 500년사', '일성록(日省錄·국왕의 동정과 일지를 기록한 역사기록)' 등을 읽으며 역사학자를 꿈꾸던 소년이 있었다. 이 소년은 1977년 서울대 국사학과에 진학해 원하던 역사 공부를 맘껏 할 수 있다는 꿈에 부풀었다. 하지만 시대는 소년의 꿈을 오래가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그는 대학 1학년 때 수업을 들으러 가던 도중 잘 알고 지내던 선배가 교정에서 '유신독재 반대' 구호를 외치다 경찰들에 끌려가는 모습을 목격했다. 많은 학생들이 선배 주변을 에워싸고 있었지만 아무도 그를 보호하지 못했다.

유기홍 민주당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간사(서울 관악갑)는 아직도 그 장면이 눈 앞에 선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무력감이 그를 사로 잡았고 인생 진로를 송두리째 바꾸는 계기로 작용하게 됐다.

유 의원은 그 길로 반(反)독재 투쟁에 나섰다. 그는 이후 시위와 투옥을 반복했고, 1981년 고(故) 김근태 의원과 인연을 맺게 돼 민주화운동청년연합(민청련)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된다. 시대적 숙명이 그를 정치인의 행보로 이끈 것이다.

◇호주 교과서에도 실린 우리역사 지키미=유 의원은 역사학도 답게 지금도 역사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갖는 것은 과거를 돌아보는 것 뿐만 아니라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다"는 생각에 여야 의원 110명이 참여하는 '올바른 역사 교육을 위한 의원모임'을 만들고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다.

유 의원은 이 모임을 통해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중단 촉구 결의안을 발의했고,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등에 관한 전시회를 열었다. 그리고 중국의 동북 공정과 일본의 역사왜곡 등을 비판하고 있다.

유 의원의 이 같은 '우리 역사 지키미' 활동은 호주 교과서에까지 실릴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그는 지난 2007년 초선 시절 일본 자민당 보수 정객들이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를 강제 동원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망언을 하자 일본으로 건너가 당시 아베 신조 총리 관저 앞에서 시민단체·재일동포들과 집회를 열고 일본 외무성에 공식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대만 영자신문인 '타이베이타임스'가 이 항의 서한 내용을 보도했고, 때마침 호주 중학교 교과서가 일본군이 2차 세계 대전 때 저지른 만행을 소개하면서 이 내용을 실은 것이다. 유 의원은 "한국 국회의원의 항의로 일본의 만행이 실제로 있었던 역사적 사실이란 공신력이 높아지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기분이 좋았다"고 밝혔다.

◇모두가 불행한 교육, 개혁 필요=유 의원은 민주당 교문위 간사로 국회에서도 교육 전문가로 손 꼽힌다. 그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 모든 주체들이 불행한 현행 교육제도의 전면개편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초등학교뿐만아니라 모든 학교의 일제 고사를 폐지하고 학생들 스스로 올바른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학교가 도와야 한다. 학교를 스스로 학습에 재미를 느끼고 성취 동기를 제공하는 행복한 교육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그의 교육개혁에 대한 지론이다.

그는 '혁신교육'을 대안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혁신교육'이란 특목고·자사고 등 학교의 다양화가 아닌 학교 내부 학습의 다양화를 지향하는 것으로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 등의 소통과 협력, 참여를 중시한다.

◇삶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정치를 꿈꾸다=유 의원이 추구하는 정치는 '내 삶을 바꾸는 희망의 정치'다. 정치가 국민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꾸고 행복도를 높일 수 있어야 한다는 거다.유 의원은 이를 위해 무엇보다 자신의 지역구(관악갑)에서 삶의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교육부문에서는 인헌고를 혁신학교로 전환했고, 구암고를 신설했다. 제2 서울사대부고 설립도 서울대와 협의 중에 있다.

장애인들도 전동 휠체어를 타고 관악산을 쉽게 방문할 수 있도록 완만한 경사와 곳곳에 전기 충전소를 설치한 관악산생태길 '무장애 숲길'을 최근 개통했다.

서울대학교와 연계한 바이오기술(BT)산업단지 설립 계획도 추진 중이다. 3000명 고용이 이뤄지는 삼성 바이오R&D센터가 2014년 완공을 목표로 서울대 인근에 건축 중이며, 서울대와 연구병원설립 등도 구체화 되고 있어 산업적으로도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기대된다.

유 의원의 방에 들어서면 제일 처음 시선이 머무는 곳에 '초심'(初心)이란 글귀가 걸려 있다. 그리고 그 문구 밑에는 스님들이 수행할 때 쓰는 대나무 방망이 '죽비'가 놓여있다. 정치적 초심으로 돌아가는 수련을 게을리 않겠다는 의미다.

유 의원의 다음 목표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처우 개선이다. 대기업 비정규직은 하소연할 곳이라도 있지만 공공부문 비정규직, 그 중에서도 학교 비정규직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기 때문이다. 유 의원은 "우리 정치가 이런 문제들을 하나둘 고쳐 나가야지만 결국 국민들의 삶이 실질적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958년 서울 출생(55) △양정고 △서울대 국사학과 △민청련 의장 △17·19대 국회의원 △민주당 교육연수위원장 △민주당 정책위 제5 정조위원장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민주당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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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환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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