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항공기와 '007' 뺨치는 '간첩'들

무인항공기와 '007' 뺨치는 '간첩'들

이상배 기자
2014.04.07 06:01

[이슈 인사이트] 산업스파이 검거 건수 2년새 3배 이상···심각한 보안 수준

# 1973년 옛 소련은 세계 최대 제트여객기 공장을 건설하겠다며 미국, 영국, 동독 등에 3억달러(3200억원) 규모의 사업을 제안했다. 냉전시대였지만 군사용이 아닌 여객용이라는 점에서 미국, 영국도 자국 기업의 사업 참여를 허용했다.

미국에서는 보잉, 맥도널드 더글라스, 록히드가 입찰에 뛰어들었다. 소련은 이 가운데 보잉을 우선 협상자로 선정하고 먼저 보잉의 여객기 공장에 대한 현장 실사를 요구했다. 보잉이 수락하자 소련은 20명의 항공 전문가를 보잉의 시애틀 공장으로 보내 1만장이 넘는 사진을 찍는 등 현장 실사를 벌였다.

그러나 실사단이 돌아간 뒤 몇년이 지나도록 계약은 이뤄지지 않았다. 급기야 소련이 보잉에서 얻은 정보를 토대로 대형 제트수송기 개발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보잉은 소련에게 뒤통수를 맞은 것을 그제야 깨달았지만 한가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있었다. 실사 당시에도 보잉은 소련 실사단에게 합금 소재에 대한 정보는 알려주지 않았다. 그런데 소련은 대형 제트수송기에 보잉가 쓰고 있던 그 합금 소재를 사용한 것이다.

보잉은 합금 소재에 대한 정보가 유출된 경로를 찾기 위해 실사 당시 찍힌 CCTV 등을 모조리 확인한 끝에 결국 유출 경로를 찾아냈다. 바로 실사단이 신고 있던 구두였다. 특수 제작된 구두를 신고 공장을 둘러보며 바닥에 떨어진 금속 가루들을 구두굽에 들러붙게 한 뒤 돌아가서 분석한 것이다. 영화 '007'을 뺨치는 첩보전인 셈이다.

손자병법 '용간'(用間)편에 따르면 간첩은 5가지로 나뉜다. △지역 주민을 활용하는 '인간'(因間) △적의 관리를 포섭하는 '내간'(內間) △적의 첩자를 역이용하는 '반간'(反間) △적의 첩자에게 허위 정보를 흘리는 '사간'(死間) △적을 정탐한 뒤 살아 돌아와 보고하게 하는 '생간'(生間) 등이다.

손자는 이 중에서도 '반간', 즉 '이중스파이'를 특히 중요하게 여겼다. 적의 정보를 캘 수 있는 동시에 적을 혼란에 빠뜨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만큼 위험 부담이 크고 확보하기도 어렵다.

정보의 깊이와 신뢰도 측면에서는 '생간'도 '반간' 못지않다. 가장 쉽게 쓰일 수 있는 첩자의 유형도 '생간'이다. '생간'이 있어야 '인간'과 '내간'도 만들 수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 국가의 '방첩 활동'이 '생간'에 초점이 맞춰진 이유다.

그러나 문제는 최근에는 '생간'이 사람이 아닌 경우도 있다는 점이다. 최근 추락한 채 발견된 무인항공기가 그 사례다.

군에 따르면 경기도 파주에 지난달 24일 추락한 무인항공기에서 북한이 자체 개발한 것으로 추정되는 '자이로센서'(gyrosensor) 등 부품들이 나왔다. 국내에는 등록되지 않은 지문들도 발견됐다. 군은 이 무인항공기가 북한 인민무력부의 대남공작 총괄부서인 정찰총국 소속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무인항공기는 청와대 상공 1km 등지에서 190여장의 사진을 찍었다. 그러나 군은 이 무인항공기가 추락할 때까지 청와대 등 핵심 보안시설들의 사진이 찍히고 있다는 것조차 몰랐다. 소형항공기까지 잡아낼 수 있는 레이더가 없다는 게 이유다.

'첩보전'은 비단 국가 간의 문제만은 아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국내 '산업기술 유출사범'(산업 스파이) 검거 건수는 2010년 40건에서 2011년 84건, 2012년 140건으로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미국 1500대 기업 가운데 1300여개가 해외에 정보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미쓰비시상사는 전세계 115개국에서 3000여명의 정보원을 운용하고 있다.

무려 1억건의 신용카드 정보까지 새어나가는 보안 수준을 가진 나라 입장에서 걱정해야 할 건 비단 무인항공기 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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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장입니다. △2002년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2011년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 졸업 △2002년 머니투데이 입사 △청와대, 국회, 검찰 및 법원, 기재부, 산자부, 공정위, 대기업, 거래소 및 증권사, IT 업계 등 출입 △2019∼2020년 뉴욕특파원 △2021∼2022년 경제부장 △2023년∼ 정치부장 △저서: '리더의 자격'(북투데이), '앞으로 5년, 결정적 미래'(비즈니스북스·공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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