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닝'에 밤샘까지…문재인 대표연설 막전막후

'커닝'에 밤샘까지…문재인 대표연설 막전막후

김성휘,박용규 기자
2015.04.10 08:35

[the300]박지원 "지지층 납득할 것 A플러스"-새누리 "비관적..실망"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9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모란시장에서 4·29 중원구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정환석 후보와 함께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문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했다. 2015.4.9/뉴스1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9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모란시장에서 4·29 중원구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정환석 후보와 함께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문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했다. 2015.4.9/뉴스1

# 2012년 대선 기간 문재인 후보의 이미지 중 하나는 '충혈된 눈'이다. 대선이 임박한 수개월간 거의 예외없이 자정을 넘기며 유세원고나 정책공약집을 다듬었다고 한다. TV토론이라도 준비할라치면 오전 1-2시를 넘겼다. 그리곤 새벽부터 유세에 나선 문 후보는 눈이 빨갛게 충혈되곤 했다. 그나마 특전사 경력에 등산으로 다진 체력으로 버텨냈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9일 국회 교섭단체대표연설 데뷔전을 치른 문 대표는 이번에도 이런 면모를 드러냈다.

이달 들어 원고 작업을 본격화했다. 강기정 정책위의장과 민병두 민주정책연구원장, 당내 경제전문가인 홍종학 의원, 당대표실에서 메시지를 담당하는 신동호 부실장 등이 머리를 맞댔다.

연설문 기조는 문 대표가 꾸준히 말해 온 것이다. 대선 공약도, 당 대표가 된 뒤 가다듬은 내용도 있다. 하지만 구체적 문구를 다듬는 것은 생각만큼 되지 않았다. 마침 4.29 재보선 지원유세 일정이 겹쳤다. 문 대표는 "후보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겠다"며 언론에 알리지 않은 현장 방문도 여러차례 가졌다. 덕분에 연설문을 검토할 시간이 부족했다.

이런 가운데 7일 보고된 초안은 전면 수정됐다고 한다. 그 결과 경제 비중을 확 높이고 경제패러다임 대전환을 한 마디로 표현할 '새경제'가 선택됐다. 문 대표는 같은 날 당 정책엑스포의 안철수 의원 발표를 직접 들었다. 기자들에겐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커닝 좀 하겠다"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의 '공정성장론'을 연설문에 녹여낸 것은 이런 과정을 거쳤다.

8일 수정본을 받아든 문 대표는 대선 때 그랬듯 펜을 들고 한 줄 한 줄 자신의 언어로 다듬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한 작업이 9일 오전 2시가 다 돼 끝났다. 실무진이 이 원고의 오탈자 등을 최종 점검해 인쇄를 맡긴 것이 오전 3시30분경이다.

하루 전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연설이 야당에서 박수가 나올 만큼 호평 받은 것도 문 대표를 자극했을 수 있다. 그는 실제 연설에선 원고에 없던 내용을 두 가지 말했는데 모두 유 원내대표와 관련있다. "유승민 원내대표의 연설을 의미있게 들었다"와 "가계부채와 전월세 대책 마련을 위한 국회 내 기구 구성을 제안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마련된 연설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DJ) 외에 문 대표가 존경한다는 루즈벨트 전 미국 대통령도 인용했다. 대공황기인 1932년 경제정책 기조를 바꾸기 위해 '성전'이란 표현까지 쓴 점을 언급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가 "경제가 잘못되는 가장 큰 원인이 정치에 있다"고 말한 것도 포함시켰다.

여야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강기정 정책위의장은 "법안 몇 개 바꾼다고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라며 "기조와 철학이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박지원 의원은 "(문 대표가) 서민경제 진작을 위한 대안을 내고 외교국방, 대북 문제에 대해서 자세한 언급을 한 것은 잘했다"고 했다. DJ 과거 연설 인용은 "4월 보선에서 지지층이 납득할 수 있는 효과도 있었을 것"이라며 A+(에이플러스)를 줬다.

새누리당은 냉정했다. 박대출 새누리당 대변인은 "비관적·비현실적·비난위주의 3비 연설"이라 혹평했다. 정우택 정무위원장은 "소득주도성장만 주장하는 것은 경제 메커니즘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여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야당이) 늘 하던 이야기로, 주변 의원들도 실망스러운 눈치더라"고 지적했다.

문 대표 연설문은 200자 원고지 81매 분량.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87매짜리를 소화했다. 읽는 시간은 문 대표가 조금 더 오래 걸려 약 1시간을 채웠다. 새정치연합 중진 의원은 "안정적이었지만 디테일에 빠져 시간 조절은 잘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김성휘 국제부장

머니투데이 미래산업부(유니콘팩토리) 김성휘입니다. 국회/정당/청와대를 담당했고(정치부) 소비재기업(산업부), 미국 등 주요증시/지정학/국제질서 이슈를(국제부) 다뤘습니다. EU와 EC(유럽연합 집행위), 미국 워싱턴DC 싱크탱크 등을 경험했습니다. 벤처스타트업씬 전반, 엔젤투자, 기후테크 등 신기술 분야를 취재합니다. 모든 창업가, 기업가 여러분의 도전과 열정을 응원합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