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유승민vs문재인, 여우와 두루미

[현장+]유승민vs문재인, 여우와 두루미

김성휘 기자
2015.04.10 16:44

[the300]교섭단체 대표연설에 쏠린 에너지, 무엇으로 바꿀까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왼쪽)와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15 다함께 정책엑스포' 개막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2015.4.6/뉴스1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왼쪽)와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15 다함께 정책엑스포' 개막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2015.4.6/뉴스1

여우는 두루미에게 넓적한 접시를 내놓아 먹기 곤란하게 한다. 두루미는 여우에게 목이 긴 호리병을 줘 여우를 '멘붕'에 빠뜨린다. '여우와 두루미' 우화다.

제목만 보고 오해는 말자. 누구를 여우나 두루미에 비유하는 것은 아니다.

여야 교섭단체 대표연설 대결만 보면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8일) 점수가 더 높아 보인다. 특히 "야당의 언어로 '진보적 보수'를 선언했다"는 평이 주목된다.

그동안 교섭단체 연설에서 여당 대표는 자신만의 언어로, 야당도 여당이 이해할 수 없는 언어로 목소리를 높이기 바빴다.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별 관심을 못 받은 것도 그래서다. 이번엔 여당 대표가 "법인세도 성역이 아니다"로 상징되는 '야당의 언어'를 썼다. 여우에겐 넓은 접시를, 두루미에겐 기꺼이 호리병을 내준 셈이다.

10일 이 우화를 들려준 새누리당 의원은 유 원내대표와 가깝다. 그러나 야당에서도 호평이 나온다. 새정치연합의 한 정책통 보좌관은 "멋있는 말만 늘어놓은 게 아니라 각 주제별로 자신의 오랜 고민을 축적해 정제한 연설문"이라고 칭찬했다. 이어 "수려한 연설을 하는 것만이 정치의 과제는 아니지만 그만한 연설을 할 사람이 야당에 있을까"라고 털어놨다.

문재인 대표의 연설(9일) 평가가 아주 나쁜 것은 아니지만 유 원내대표엔 못 미친다. 비주류 격인 박지원 의원도 A+(에이플러스)를 주긴 했지만 앞장서 엄지를 치켜 들었다기보다 "A+를 줘도 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굳이 부인하지 않고 동의한 정도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정치인의 연설은 역시 자신의 성찰과 직관, 판단 그리고 의지를 담아야 한다"며 "신문, 보고서의 수치와 실태에 의존하는 것은 토론전략으로는 모르겠으나 연설에 좋은 전략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요컨대 유승민 원내대표의 '영민함'을 문재인 대표의 '근면함'이 미처 이기지 못한 셈이다.

하지만 둘의 승패가 얼마나 중요할까. 오히려 교섭단체 연설이 이토록 화제가 된 적이 없단 점을 주목한다. 유 원내대표가 파격의 연속이어서 비교됐지만 문 대표 연설도 기록에 남을 요소가 많다. '경제'에 대부분을 할애한 점, 대형화면에 슬라이드를 띄우는 등 설득력에 애쓴 점, 초선 당대표의 본회의장 연설 데뷔…. 결국 교섭단체 연설을 핫이슈로 끌어올린 건 누구 하나가 아니라 두 사람의 합작품이다.

정치인의 에너지를 '지지든 반대든 관심 갖는 사람의 수 ×(곱하기) 관심의 강도'라 가정하면 두 사람은 이틀새 엄청난 에너지를 끌어모았다. 이 에너지는 다른 곳이 아니라 국민생활을 개선하는 정책과 법안개발에 쏟아부어야 한다.

"내 말이 더 옳으니 따라오라" 식이라면 애써 모은 에너지는 허공에 흩어질 것이다. 유 대표는 본인 말처럼 "진영을 넘은 합의의 정치"를 실천해야 한다. 문 대표도 "협력할 것은 하겠다"는 말에 '만약'이란 조건을 강조하지 않으면 좋겠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와 차기 원내대표도 책임이 적지않다.

여우에게 접시를, 두루미에게 호리병을 주자.

국민에겐 삶을 보다 낫게 바꿔줄 정책을 주자. 미래비전?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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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휘 국제부장

머니투데이 미래산업부(유니콘팩토리) 김성휘입니다. 국회/정당/청와대를 담당했고(정치부) 소비재기업(산업부), 미국 등 주요증시/지정학/국제질서 이슈를(국제부) 다뤘습니다. EU와 EC(유럽연합 집행위), 미국 워싱턴DC 싱크탱크 등을 경험했습니다. 벤처스타트업씬 전반, 엔젤투자, 기후테크 등 신기술 분야를 취재합니다. 모든 창업가, 기업가 여러분의 도전과 열정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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