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속도전' 주문한 인터넷은행, 국회서 '표류'… 이유는?

朴대통령 '속도전' 주문한 인터넷은행, 국회서 '표류'… 이유는?

이상배 기자
2015.10.06 14:46

[the300] 인터넷은행 '은산분리' 완화 법안 표류…불발 땐 'IT주도 新금융' 취지 못 살려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속도전'을 당부했지만, 인터넷은행에 대한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금지) 완화를 위한 법 개정이 국회에서 발목이 잡히면서 정보기술(IT) 주도의 '신(新)금융'이라는 당초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을지 우려가 제기된다.

현행 법대로 산업자본의 의결권이 4%로 제한될 경우 IT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와 경영참여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에서다.

6일 청와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전날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과거 20여 년 간 신규 진입이 없었던 은행시장에 인터넷은행 진입을 허용하고 크라우드펀딩과 같은 다양한 핀테크(FinTech·금융+기술)를 육성하면서 계좌이동제와 같이 금융소비자의 은행선택권을 강화하는 과제들을 보다 속도감 있게 추진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지난 1일 마감된 인터넷은행 1차 예비인가 신청 접수 결과, △다음카카오가 주도하는 카카오뱅크 △KT가 이끄는 K-뱅크 △인터파크 중심의 I-뱅크 등 3개 컨소시엄이 도전장을 냈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과 외부평가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12월 중 1∼2곳에 예비인가를 내줄 예정이다. 예비인가를 받는 컨소시엄은 내년초 본인가까지 완료되면 내년 상반기 중 인터넷은행 영업에 나설 수 있다.

그러나 당초 1차 예비인가 신청을 낼 것으로 기대됐던 중소·벤처기업 중심의 500V컨소시엄은 내년 6월 이후 2차 예비인가 신청 때 도전키로 하고, 이번엔 접수를 포기했다. 은행법 개정으로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되는 것을 확인한 뒤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구상이다.

현행 은행법에 따르면 산업자본은 은행에 대해 의결권을 4%까지만 행사할 수 있고, 지분은 10%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이 같은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되지 않는다면 인터넷은행 인가를 받더라도 IT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와 경영참여를 끌어내기 쉽지 않다는 게 500V컨소시엄의 판단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신동우 새누리당 의원이 7월 인터넷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지만, 야당의 반대에 가로막혀 아직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에 상정조차 못하고 있다. 개정안은 계열 전체 자산총액 5조원 미만의 비금융사는 인터넷은행의 지분을 50%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개정안은 이르면 이달말 정무위에 상정될 예정이지만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 의원들이 "은산분리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어 처리가 쉽지 않다. 국회 안팎에선 내년초까지도 통과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2월 국회까지 처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 법안은 19대 국회 임기 종료와 자동폐기될 공산이 크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행 법 아래에서도 인터넷은행에 인가를 내주고 영업을 시작하게 할 수는 있다"며 "그러나 법을 개정해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지 않으면 IT가 주도하는 새로운 금융이라는 당초 기대한 효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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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장입니다. △2002년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2011년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 졸업 △2002년 머니투데이 입사 △청와대, 국회, 검찰 및 법원, 기재부, 산자부, 공정위, 대기업, 거래소 및 증권사, IT 업계 등 출입 △2019∼2020년 뉴욕특파원 △2021∼2022년 경제부장 △2023년∼ 정치부장 △저서: '리더의 자격'(북투데이), '앞으로 5년, 결정적 미래'(비즈니스북스·공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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