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친박-비박 계파갈등…총선 '과반의석' 확보 부담감에 일단 '봉합'

4.13 총선 후보등록 마감시한을 2시간 남겨놓고 새누리당의 '공천전쟁'이 극적으로 막을 내렸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친박계'(친박근혜) 최고위원들은 우여곡절 끝에 유승민 의원과 이재오 의원 지역구 등 3곳을 '무공천' 지역으로 남기기로 했다.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의 공천은 최종의결됐다.
이번 '옥새투쟁'은 김무성 대표는 바닥에 떨어졌던 존재감을 일부 회복하고 친박계는 일부 '진박' 후보를 살리는 방향으로 매듭이 지어졌지만 이 과정에서 계파 갈등을 적나라하게 생중계, 결국 상처만 남긴 '내전'이 됐다는 평가다.
◇피말리는 기다림…추경호·정종섭·이인선 '생존'
후보등록 마지막날인 25일 새누리당은 숨가쁘게 움직였다. 원유철 원내대표를 비롯한 친박계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긴급 간담회를 개최하고 김무성 대표의 최고위 소집을 호소했다.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법적인 책임은 모두 당 대표가 져야 한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전날 서울 은평을, 대구 동구을 등 공천 보류 지역 5곳에 대해 무공천을 선언하고 부산으로 떠난 김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로 상경했다. 한동안 '입장변화는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취하던 김 대표는 결국 오전 11시30분께 최고위원회를 소집했다.
최고위는 5시간의 논의 끝에 공천 결정이 보류돼 있던 서울 △은평을 △송파을, 대구 △동구갑 △동구을 △달성 △수성을 중 대구 동구갑, 달성군, 수성을 등 3곳의 공천을 의결했다. 김 대표의 완강한 반대로 서울 은평을(이하 후보명 유재길), 서울 송파을(유영하), 대구 동구을(이재만)은 최고위 안건으로 상정조차 되지 못한 채 무공천 지역으로 남게됐다.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대구 달성군)과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대구 동구갑)은 피말리는 기다림 끝에 후보등록 2시간여를 남겨놓고 공천장을 받아들었다. 여성우선추천지역으로 정해지는 과정에서 공천무효 가처분 인용으로 공천 효력이 정지됐던 대구 수성을의 이인선 전 경북도 경제부지사도 이날 재공모 절차를 거쳐 후보자로 확정됐다.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 직후 3개 지역구 무공천 결정에 대해 "잘못된 공천으로 민심이 이반돼 수도권 선거가 전멸 위기 상황"이라며 "당의 갈등을 봉합하고 파국을 막기 위한 결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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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유승민·이재오 구하며 존재감 과시…친박과 '타협'은 비판 여지 남아
김무성 대표는 이번 '옥새투쟁'으로 자존심을 일정 부분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공천 과정에서 시종 친박계를 등에 업은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에 밀리며 이렇다 할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던 그는 마지막 순간 무공천이라는 '반전 카드'를 내밀며 친박계의 허를 찔렀다. 당헌·당규상 도저히 김 대표를 저지할 방법이 없을 정도로 잘 짜여진 전략이었다는 평가다.
특히 초미의 관심사였던 유승민 의원과 '비박계'(비 박근혜) 좌장 격인 이재오 의원을 사실상 '구제'하는 데 성공하며 비박계의 신임을 다시 얻을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도 성과로 꼽힌다.
하지만 당초 공언했던 '5개 지역구 무공천'에서 한 발 후퇴해 결국 친박계와 '타협'을 했다는 점에서 이번 파동이 김 대표 일방의 승리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끝까지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며 비판의 여지가 남아있다는 것이다.
'벼랑 끝 대치'로 가던 김 대표와 결국 한 발 양보하며 타협점을 찾은 것은 '어쨌든 총선은 치러야 한다'는 위기감도 존재했던 것으로 보인다. 안방인 대구를 비롯해 수도권까지 총 6석을 포기하기에는 당 대표가 감수해야 할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결국 유승민·이재오 의원 두 사람을 살리는 데서 매듭을 지은 것은 총선에서 과반의석에 실패했을 경우 '역풍'을 고려, 파장을 최소화 하려는 의도였다는 설명이다.
친박계는 '텃밭'인 대구에 정종섭, 추경호 등 '진박' 후보 2명을 생존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당초 목표였던 '유승민 죽이기'에는 실패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패배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친박계는 유승민 의원의 공천탈락, 더 나아가 당선을 어렵게 만들기 위해 (공천에서) 무리한 모습을 보였던 것이지만 결국 실패했다"며 "당초 설정한 핵심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며 비판은 비판대로 받고 실리도 챙기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분석했다.
새누리당내 친박계의 입지가 흔들리는 등 역학구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무공천이 현실화되면 당장 대구지역에 친유승민계 의원들을 몰아내고 '진박' 인사들을 대거 당선시키려던 친박계의 구상이 깨지게 된다. 이미 일부 친박계 후보들이 공천갈등 영향으로 경선에서 고배를 마신 상황에서 대구지역마저 비박계가 장악하면 친박계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4년 차에 접어든 박근혜정부의 레임덕이 가속화되는 등 국정운영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지적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