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코로나19 팬더믹이라는 미증유의 재난은 우리가 알면서도 외면해왔던 사회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 주고 있다. 누구도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집단감염이 터져 나온 곳은 하나같이 우리 사회의 약한 고리였다. 감염병 확산으로 경제 활동이 위축되면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도 사회적 약자와 저소득층이다.
'재난 불평등'의 저자 존C.머터는 재난 피해의 크기가 재난 그 자체보다 사회 구조와 격차, 부조리, 불평등에 의해 결정된다고 지적했다. 전염병에서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의료 인프라가 부실했던 국가에서는 코로나19의 확산세가 두드러진다. 인종차별과 경제 불평등이 심각했던 나라에서는 감염병보다 사회 갈등이 더 큰 문제로 떠올랐다. 공동체의 안전과 안녕을 위해서는 구조적 문제점과 불평등을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나라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코로나19 사태를 관리하고 있지만, 결코 마음을 놓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미 2차 유행이 시작되었다. 방역에 집중하면서도 경제 충격을 최소화하며 지구전에 대비해야 한다. 21대 국회가 신속하게 원 구성을 완료하고, 국민의 고용과 생활 안정을 위한 3차 추경 처리를 서둘러야 한다.
한편으로 국회는 코로나19가 드러낸 격차와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시선을 돌려야 한다. 여성 최초의 국회 부의장으로서 우선 주목하게 되는 것은 위기 상황에 놓인 여성 노동자다. 유엔여성기구 마리아 홀츠버그 인도주의 및 재난 위험 특보는 “위기는 항상 성차별을 심화시킨다”고 말했다. 재난 피해는 결코 성평등하지 않다는 말이다.
6월 22일 기준 누적 확진자 가운데 여성 비율은 57.56%다. 여성 종사자 비율이 높은 보건의료 분야와 서비스업은 대면접촉이 불가피한 직업 특성 때문에 감염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높다. 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과 더불어 휴식권 등 노동권 보장이 중요하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민간소비가 위축되면서 내수 경제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한 일자리 위협도 가시화되었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감내해왔던 여성 노동자가 가장 먼저 해고 대상이 되었다. 여성 종사자가 많은 학습지 교사, 방과후 강사, 보험설계사, 스포츠 강사 등은 사실상 올 초부터 강제휴업에 들어갔지만, 급여도 휴업수당도 보장받지 못하는 형편이다.
정부는 고용불안정성이 높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프리랜서, 영세 자영업자, 무급휴직근로자 등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긴급 고용안정지원금’ 지급을 시작했다. 장기적으로는 일하는 사람 모두가 고용보험의 보호를 받는 ‘전국민고용보험제’를 도입해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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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3학년 이하 자녀의 등교 개학 전까지 무급휴가 사용자에게 지원하는 가족돌봄비용 긴급지원금의 신청자 중 64%가 여성이었다. 돌봄 노동의 책임이 여성에게 집중된 데다, 가족 중 누군가를 돌봐야 할 긴급 상황이 생겼을 경우 급여 수준이 낮은 여성이 먼저 휴직이나 퇴직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성별 임금 격차 문제도 시정해나가야 한다. 정부는 노동시장 내 임금 격차와 양극화 완화를 위해 올해 2월 ‘임금직무정보시스템’을 열었다. 이 시스템을 이용해 일자리 중계 서비스 기업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같은 대졸 이상 학력에도 남성이 여성보다 약 2000만 원까지 더 많은 연봉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노동자는 임금이 하락하는 시점 역시 빨리 찾아오는 것으로 분석됐다. 성별·고용 형태별 임금과 근로시간 등 노동 관련 정보와 임금 격차 현황을 의무 공개하는 범위를 확대해나가야 한다. 문제를 가시화할수록 해결은 빨라질 수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된 후에도 또 다른 감염병은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 반복되는 위기 앞에 여성 노동자가 또다시 생존의 위기, 생계의 위기 앞에 놓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막대한 임무를 부여받은 21대 국회는 ‘성평등 국회’가 되어야 한다. 여성 국회부의장이 탄생하고, 여성 국회의원 비율이 높아지는 국회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입법 과정에서 여성의 특수성이 반영되고, 정책의 결과가 성평등하게 구현되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성평등 국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