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16일 서울 양재동 본사 대강당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예고 없이 나타났다. '육아 전문가'를 넘어 '국민 멘토'로 불리는 오은영 정신의학과 박사가 진행하는 '마음 상담 토크 콘서트 : 요즘, 우리'에 참석한 것이다. 이날 콘서트는 800명 넘는 직원들이 참석했고 미리 받은 약 1300건의 사연 중 대표 질문을 뽑아 소개했다.
정 회장은 토크 콘서트가 끝난 후 진행자의 요청에 따라 마지막 질문자로 나섰다. 정 회장은 '직장 내 구성원 간 바람직한 의사소통 방식'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이에 오 박사는 정 회장에게 "반대 의견과 불편한 감정일수록 좋게 말하는 연습을 하고, 선을 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약 한 달 뒤인 지난 14일, 오 박사는 서울시청을 찾아 오세훈 서울시장과 시 직원들을 만났다. 시 공무원을 대상으로 시정 핵심가치와 미래도시 서울비전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위해 진행하는 '미래서울 아침특강'에 '육아가 행복한 매력 특별시 서울'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오 박사의 일정에 맞춰 특강 요일까지 바꿀 만큼 공을 들였다.
'초저출산 시대' 해결책을 찾고 있는 오 시장에게 오 박사는 "단지 출산율을 높일까에 대한 고민은 협소한 의미의 정책에 그칠 수밖에 없으니 큰 관점에서 정책을 수립하는 단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연을 들은 오 시장은 오 박사에게 민선 8기 역점 사업으로 추진 중인 '엄마아빠 행복 프로젝트(가칭)'에 대해 지속적인 조언을 당부했다.

아쉬운 목소리도 나왔다. 강연을 들은 한 직원은 "다양한 질문을 할 수 없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실제로 공개된 사진 속 분위기는 두 강연이 달랐다. 정 회장은 편한 복장으로 오 박사와 함께 질의응답을 했고 오 시장과 공무원들은 약간의 경직된 모습으로 강연장에 나왔다.
'미래서울 아침특강'은 시 간부 및 직원들이 학습하는 자리다. 주제도 시정과 관련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4차 산업혁명과 공간혁신, 디지털 전환, 청년 등 한국 사회에 던져진 화두들을 다룬다. 이를 두고 이뤄지는 특강은 박수받을 만하다. 민간 기업이 아닌 상황에서 강연자를 구하기도 녹록지 않다. 방식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마냥 자유스러운 분위기를 만들 수도 없다.
하지만 공간을 보면 그 조직의 문화를 엿볼 수 있다. 모든 공간은 그 조직의 문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사람은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은 사람을 만든다"는 영국의 윈스턴 처칠 총리의 말은 공간와 조직문화 관계를 잘 표현한 말이다.

지나치게 자유로운 분위기가 강의의 밀도를 낮출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형식의 파괴는 때론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오 시장은 '시정 혁신'을 강조하며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있다. '미래서울 아침특강'을 주재한 이유도 강의를 듣고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협의하고 좋은 정책을 만들 수 있도록 동기부여하기 위해서다. 공간을 바꾸면 많은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모든 주제에 맞춰 바꿀 순 없지만 때때로 달라진 공간이 새로운 소통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