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cy 2.0]<5>일몰 없는 조세지출 ③
올해 말 70건이 넘는 조세지출의 일몰이 한번에 도래하는 가운데 국회에는 조세특례제한법(이하 조특법) 개정안이 쌓여만 간다. 22대 국회 들어서도 하루에 한 개가 넘는 조특법 개정안이 발의되는 등 정치권은 '조자룡 헌 칼 쓰듯' 조특법 개정안을 활용하고 있다.
세제 혜택을 통해 특정 산업을 육성하거나 민생경제를 지원한단 취지지만 법안 남발과 포퓰리즘성 입법 수단으로 조특법이 변질됐단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일몰이 임박하면 사실상 무조건적으로 연장을 반복하는 관행을 바로 잡아야 한단 목소리가 크다.
2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 개원 이후 이날까지 발의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총 378건이다.
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1년이 채 안된 것을 고려하면 22대 국회 회기 중 발의될 조특법 개정안은 21대 국회(842건)의 기록을 가볍게 웃돌 전망이다.

특히 국회의원의 조특법 개정안 발의가 눈에 띄게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5월말 개원한 22대 국회의 경우 1년이 채 안 된 시점, 의원들이 발의한 조특법 개정안은 376건에 이른다. 19대 국회 4년 간 의원들이 발의한 조특법 개정안(354건)을 뛰어 넘는 수준이다. 20대 국회(606건), 21대 국회(830건) 등 갈수록 의원들의 조특법 개정안 발의는 증가하고 있다.
정치권의 조특법 개정안 남발은 조특법 고유의 구조 때문이란 분석이다. 조특법은 다른 세법과 달리 대부분 조항에 일몰제가 적용된다. 일정 시점이 지나면 효력을 잃기 때문에 정부나 이해관계자의 반대가 상대적으로 덜해 법 개정이 수월한 측면이 있다.
특히 조특법이 전통시장 보호, 지역상권 활성화, 청년 창업 지원 등 민생과 밀접한 사안에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경우가 많아 의원들의 조특법 사랑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의원들로선 법안 통과와는 별개로 발의 자체만으로도 민생을 챙기고 있단 메시지를 유권자들에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일몰이 종료되면 해당 조항의 연장이나 소폭 조정을 위한 법안을 발의하는 것만으로 입법 성과를 손쉽게 챙길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일몰을 전제로 한 조특법이 실제로는 일몰되는 경우가 적다는 점이다. 일몰을 전제로 한 조세특례가 사실상 영구화되고 있는 셈이다. 조특법을 통한 세법 예외가 지나치게 많아지면서 조세법 체계가 '누더기'가 되고 있단 지적이 나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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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9~2023년 일몰이 도래한 조세특례 319건 중 277건(86.8%)이 연장됐다. 218건은 기존 제도 그대로 일몰이 뒤로 미뤄졌고 59건은 제도를 일부 재설계 한 뒤 연장됐다.
황성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보고서에서 "현재 조세특례 일몰기한이 연례적으로 연장되는 등 당초 일몰제도 도입 취지대로 운영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원칙적으로 일몰기한이 설정된 조세특례 제도만을 조특법에 규정하고 이외 제도는 개별 세법으로 이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조세특례 일몰기한은 원칙적으로 동일하게 3년으로 설정하고 조세특례 일몰기한(2회의 일몰기한 연장 허용)이 도래하면 자동적으로 일몰되도록 하는 '일몰의무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일몰기한이 없거나 추정곤란한 항목도 일정한 경우 의무심층평가 대상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