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왜 하필 지금 그런 얘기를 해서…"
이재명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 등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지난 9월말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대통령은 같은달 22일(현지시간) 운용자산 13조4000억달러(약 1경9000조원)의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을 시작으로 25일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씨티그룹, 블랙스톤 등 월가를 대표하는 금융사 수장 20인과 회동했다.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이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드러내는 일정들이었다.
그러나 당시 국내 여론의 관심은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청문회를 열겠다고 목소리를 높인 때문이었다.
최근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의 흥분이 가라앉기도 전에 여당은 이른바 '재판중지법'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나서며 주목받았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3일 "이 대통령을 정쟁의 중심에 끌어들이지 말기를 당부드린다"고 한 뒤에야 논란은 일단락됐다.
이 대통령의 중요한 외교 일정이 있을 때마다 여당이 스포트라이트를 가져가는 걸 여당이 의도했을 리 없다. 지지율 60%선을 넘나드는 집권초 현직 대통령을 상대로 여당 대표가 각을 세울 이유가 있을까. 더욱이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내년 8월 전당대회에서 재선에 도전할 공산이 큰데, 이 대통령과 선을 그어 좋을 리 없다.
일각에선 여당의 행보를 놓고 '수요 없는 공급'이란 평가가 나온다. 여당이 이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민감한 정쟁 이슈에 대해 선제적이고 과감하게 대응한다는 것인데, 오히려 '일하는 대통령'의 성과가 묻히는 부작용이 적지 않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가 당의 재판중지법 입법 시도에 대해 "선의일 것"이라면서도 고개를 떨군 건 이런 맥락이다.
야당은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등에 대한 공세를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상대방에 대한 네거티브 카드를 쓰지 않을 리 없다. 여당이 이에 대해 선제적이고 과감한 대응에 나서는 과정에서 자칫 또 다시 이 대통령의 성과를 지우고 불에 기름 붓듯 정쟁을 부추길까 대통령실은 우려하고 있다. 당정은 분리돼야 하지만, 소통까지 안 돼선 곤란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