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갬이가 남이가"vs"여까지 떼가뿌면 우야노"…최대 격전지 된 대구[르포]

"부갬이가 남이가"vs"여까지 떼가뿌면 우야노"…최대 격전지 된 대구[르포]

대구=박상곤 기자
2026.04.22 05:30

[the300]
6·3 지방선거 대구 민심 르포
대구 경제와 당내 갈등으로 국민의힘에 '2번 실망'
김부겸 기대하지만…'민주당 싹쓸이' 우려도
정치 회의감 속 "대구 미래 제시하는 후보 뽑을 것"

동대구역 광장./사진=박상곤 기자
동대구역 광장./사진=박상곤 기자

"'김부갬(김부겸)이 남이가' 하는 정서가 있지예. 무소속이었음 무조건 당선인데 국민의힘이 쉽지 않을 낍니더."

"국민의힘에 실망 마이 했지요. 근데 여(대구)까지 민주당이 떼가뿌면 나라가 어떻게 되겠십니까."

6·3 전국동시지방선거를 44일 앞둔 20일 대구.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현장을 찾아 들은 대구의 민심은 '보수의 성지'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국민의힘에 싸늘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불법계엄과 탄핵 이후 보수 진영의 분열로 TK(대구경북) 지역의 지지층 이탈을 부르긴 했지만 민심 이반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지역 경제에 대한 불만이었다. 이날 대구 동대구역·서문시장·반월당 지하상가 등에서 만난 시민들은 이구동성으로 대구의 어려운 경제 상황의 책임을 국민의힘에 돌렸다.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시선도 곱지만은 않았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안보 관련 SNS(소셜미디어) 발언 등에 대한 불신도 세대를 가리지 않았다. 여권에 불만을 호소한 이들은 대구까지 민주당에 넘어갈 경우 견제 장치가 아예 사라질 것이란 우려를 나타냈다.

"국민의힘, 대구 경제에 무슨 도움 됐나"…"새 시대 새 인물 필요"

국민의힘에 실망한 이유로 시민들은 가장 먼저 침체된 대구 경제 상황을 꼽았다. 비상계엄 이후 보수 내부 갈등은 그 다음이었다.

대구 칠성시장에서 만난 60대 택시 기사 A씨는 "그동안 국민의힘이 대구에서 해온 걸 생각하면 단순히 이력서에 줄 하나 붙이려 출마했지, 대구 경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 게 무엇이 있나"라며 "앞으로 살길을 선택하겠다면 여당으로 흘러가는 사람이 많지 않겠냐. 국민의힘이 지면 크게 질 것이고, 이겨도 크게는 못 이긴다"고 말했다.

대구 동성로에서 만난 30대 남성 B씨는 "어찌됐든 대구가 정책과 산업 혜택에서 밀리다 보니 피로감을 느끼는 것 같다"며 "'머리가 깨져도 보수를 찍는다'는 의견은 주변에서 덜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실용적이지 못한 정치를 보였다"며 "중도 성향의 사람들이 국민의힘을 찍었을 때 윤석열을 지지하는 모양새가 되게끔 분위기를 만들어 둔 것이 패착"이라고 했다.

대구 반월당역 지하상가./사진=박상곤 기자
대구 반월당역 지하상가./사진=박상곤 기자

이들은 정부·여당에 대한 기대감보다도 김부겸 민주당 후보 개인에 대한 호감을 주로 표했다. 반월당 지하상가에서 휴대폰 케이스 매장을 운영 중인 40대 남성 C씨는 "김부겸이 대구 사람 아니냐. '우리가 남이가' 정서가 있는 대구에선 당을 떠나서 남 같지 않다"며 "국민의힘에 대한 실망은 김부겸이 와서 더 겹치는 것도 있다. 아마 김부겸이 무소속으로 나왔다면 무조건 당선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성로에서 만난 30대 여성 D씨는 "회사 안에서도 김부겸 지지가 높다"며 "연령대별로 표가 나뉠 것 같지만 이전에 비해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는 낮아진 것 같다"고 했다. 동대구역에서 만난 60대 직장인 E씨도 "국민의힘은 대구에서 책임 의식이 너무 부족했다"며 "지금은 새 시대와 인물이 필요할 때다. 김부겸은 대구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라고 했다.

"대구까지 떼가면 국민의힘 완전히 죽는다"…정치 이야기에 거부감도
대구 서문시장./사진=박상곤 기자
대구 서문시장./사진=박상곤 기자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지역답게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동대구역에서 만난 30대 남성 F씨는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향해 "본인 재판이 지금 몇 갠데 그 한 사람을 위해 법까지 바꿔 미루고 미루는 것이 대통령 격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부동산 정책도 지나치게 규제하겠다고 했다가 여론이 안 좋으니 아니라고 하는 것 같다. 완전 주먹구구식"이라고 했다.

서문시장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60대 남성 G씨도 "김부겸이 대구에서 당선돼 민주당이 (전체 광역단체장 선거를) 16대1로 이길 것을 17대0으로 이기면 뭐가 좋겠나. 김부겸이 그만큼 절박함을 갖고 나왔는지는 모르겠다"며 "그렇게 될 경우 나라에 무슨 이득이 되겠나. 반대 여론만 더 커지고 대한민국은 계속 한 쪽으로만 가지 않겠냐"고 했다.

반월당 지하상가에서 만난 70대 남성 H씨는 "대구까지 민주당이 떼어가면 국민의힘이 완전히 죽는다"고 했고, 30대 여성 I씨는 "대구 정치 지형이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많이 나오긴 하는데 정작 제 주변엔 지지 정당이 바뀌었단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 "민주당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지인도 적다"고 했다.

2024년 총선, 2025년 대선 때와 달리 정치 자체에 대한 회의감도 적지 않았다. 서문시장에서 국수집을 운영하는 60대 여성 J씨는 대구 민심에 관해 묻자 "요즘 시장에서 정치 이야기하면 분위기 안 좋아진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J씨는 국숫집 문을 나서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 기자를 붙잡고 "정치 이야기 조심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당보단 경제 정책 보고 투표할 것"

이날 만난 대구 시민들은 정당보다 후보가 제시하는 미래 비전을 보고 투표장에 들어설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동대구역에서 만난 20대 남성 K씨는 "젊은 층 사이에선 대구에서 IM뱅크, 공무원이 아닌 이상 먹거리가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며 "부산이 금융과 해운 중심으로 뜨고 있다면, 대구는 새 먹거리를 창출해 이름만 들어도 아는 기업을 유치하거나 굵직한 공공기관 이전을 추진해야 하는 게 가장 시급해 보인다"고 했다.

택시기사 A씨는 "우선 경제만 생각하는 후보를 뽑을 것 같다는 마음이 많이 든다"며 "정치하는 꼴을 보고 투표하기엔 지금 대구 경제가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결혼 준비하고 있다는 I씨는 "부동산과 경제 정책을 많이 살피다 보니 대구가 타지역에 비해 지원되는 게 적다고 느껴진다. 좀 더 적극적인 변화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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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곤 기자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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