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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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 수익을 내려면 몇 개를 팔아야 할 것 같으세요?" 최근 베트남에서 불고 있는 'K푸드' 열풍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호치민시를 다녀왔다. 한국인지 베트남인지 헷갈릴 정도로 현지 상점 매대에는 수많은 한국 스낵들이 놓여있었고 베트남 소비자들도 한국 제품이 좋다고 입을 모아 칭찬했다. 한글이 적혀있는 제품은 품질을 보장할 수 있다는 뜻으로 통용될 정도라고 하니, 한국 기업들이 해외에서 이렇게 국위선양을 하는구나 싶었다. 해외 성과를 설명하던 국내 한 식품기업 관계자의 표정은 실적에 대한 질문을 받자 이내 어두워졌다. 한국보다 구매력이 낮은 국가에서 개당 1000원도 되지 않는 제품으로 수년간 이런 실적을 냈다면 몇 개나 팔았을 것 같냐는 질문이 역으로 돌아왔다. 그제서야 'K푸드'가 하나의 브랜드로 해외에서 자리매김 할 수 있었던 건 반짝 인기가 아닌, 땀과 발품이 묻어있는 결과였단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 등을 통해 식료품 물가 상승 문제를 지
게임이용장애(게임중독)에 별도 질병코드를 부여해야 하는지를 놓고 민관협의체가 2019년부터 논의했으나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현행 체계로도 진료가 가능한 데다 주요 국가 가운데 선례가 거의 없음에도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질병분류에 게임이용장애를 공식 등재했다는 이유로 논의가 평행선을 달리는 모습이다. 논의가 길어지자 게임업계는 불안에 떤다. 플랫폼 다변화로 이제 막 서구 시장에 진출한 산업인데 질병코드가 도입되면 게임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하면서 위축될 수 있어서다. 이미 게임에는 '현실도피' '폭력성 조장' 같은 부정적 낙인이 찍혔다. 대부분 명확한 의학적 근거도 없다. 현재 미국, 중국, 영국, 일본 등 주요 국가 가운데 게임이용장애에 질병코드를 부여한 나라는 중국이 유일하다. 미국은 논의조차 하지 않는다. 대부분 국가는 게임이용장애를 중독장애로 분류해 치료하지만 국가보건체계 내에서 질병코드를 부여하진 않는다. 국내에서도 게임이용장애에 질병코드를 부여하는 대신 기
서울 부동산 시장이 또다시 혼란의 한복판에 섰다. 백약이 무효하다. 손발이 안맞아서다. 정부와 서울시가 잇따라 내놓은 대책은 방향부터 다르다. 국토교통부는 '규제' 프레임을 강화하고, 서울시는 '도시 특화 정책'을 강조한다. 서울시는 부동산 거래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RTMS(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에 접근 권한이 없다. 거래정보를 확인하려면 각 자치구에 일일이 문의해야 한다. 서울 부동산 시장의 핵심 자료를 서울시가 직접 들여다볼 수 없다는 것은 행정 모순의 극치다. 국토부는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들지만, 익명화된 통계조차 공유되지 않는 구조에서는 서울시의 정책 설계 자체가 불가능하다. 데이터 비대칭 속에 시장 진단이 어긋나면 정책의 정확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국토연구원이 수행하는 주거실태조사는 2025년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2024년 결과조차 공개되지 않았다. 서울시가 자체 예산으로 참여한 데이터조차 활용이 제한된다. 중앙정부가 관리권을 쥔 탓에, 서울시는 '자신의 도시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은 경찰의 수사에 대해 세 가지 통제장치를 갖게 됐다. 경찰이 사건을 송치했을 때는 보완수사(요구), 불송치했을 때는 재수사요청, 수사중지 결정에 대해서는 시정조치요구를 할 수 있다. 겉으로는 경찰 수사의 적절성을 점검할 수 있는 맞춤형 체계가 마련된 듯 보이지만 실무에서는 사건을 서로 떠넘기며 책임을 피할 수 있는 구조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과 경찰 사이 소통은 서면으로 이뤄진다. 검찰이 송치사건의 특정 부분을 보완해 달라며 사건을 돌려보내면 그 시점부터 검사는 손을 뗀다. 경찰이 이행결과통지서를 작성해 다시 검찰로 보내면 공은 다시 검사에게 넘어간다. 검찰은 이를 검토해 필요시 또 보완을 요구한다. 이런 핑퐁이 길게는 1~2년씩 이어지면 사건 처리가 늦어지기 일쑤다. 상대가 서면을 보낼 때까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사실상 없다고 한다. 불송치나 수사중지 사건은 더 심각하다. 경찰이 불송치나 수사중지 결정을 내리면
정부가 추진하는 민생소비쿠폰은 소비 진작의 '즉효약'으로 평가받는다. 1차 지급 당시 참여율은 98.9%에 달했고, 직후 소매판매액지수는 2.7% 급등하며 29개월 만의 최대폭 상승을 기록했다. 소비자심리지수도 100선을 넘어서며 위축된 심리가 회복된 것이 확인됐다. 유통업계는 숨을 돌렸고, 소비자는 지갑을 열었다. 단기 성과만 보자면 반박하기 어렵다. 하지만 쿠폰이 쏘아 올린 소비 불씨가 언제까지 타오를지는 미지수다. 세금으로 만든 재원이 한시적 지갑 열기에 그친다면 경기부양 효과는 금세 사라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1차 쿠폰 지급 후 단기간의 지표 개선은 뚜렷했지만, 장기적 추세를 바꾸는 데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8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월대비 2.4% 감소하며 지난해 2월(3.5%)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했다. 9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10.1로 여전히 100선을 상회했지만 5개월간 유지돼온 상승세가 꺾였다. 소비쿠폰은 '마중물' 역할일 뿐 구조적 소비 회복을 대신할 수는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기 행정부 시절 주요 언론을 "국민의 적"이라 부르며 내건 구호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그는 1기 재임 기간 3만573건의 거짓 발언을 했다. 하루 평균 21건이다. 2기 행정부 들어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가짜뉴스를 비난하던 그가 세계에서 가장 큰 권력을 가진 허위 정보 생산자가 된 셈이다. 그의 거짓말 중 일부는 정책 성과 과장 정도였지만, 어떤 발언은 과학을 부정하고 특정 집단을 공격하며 정책으로까지 이어진다. 트럼프는 지난 22일(현지시간)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며 먹지 말라고 권고했다. 이에 세계보건기구를 비롯한 의료계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즉각 반박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사태가 엄마에게 자폐증 책임을 전가한다고 지적했다. 다음 날인 23일 트럼프는 유엔 총회 연설에서 또 허위 주장을 쏟아냈다. 특히 기후변화를 두고 "역사상 가장 큰 사기"라며 각국 정상을 향해 "
"지난 23개월 동안 가자지구에서 어린이가 한 시간에 한 명씩 죽어나갔다."(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어린이를 납치하고 세뇌시킨 전쟁 범죄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총회에서 전쟁에 휘말린 어린이 인권을 화두로 꺼낸 정상은 에르도안과 나우세다뿐이다. 각각 이스라엘과 러시아를 비난하려는 의도가 명확하지만, 전쟁 속 어린이 인권이 주목받지 못하는 지금 이를 화두로 거론한 점에 감사하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가자에서 매일 평균 28명의 어린이가 폭격과 질병, 영양실조로 목숨을 잃었다. 초등학교 한 반이 통째로 사라지는 셈이다. 지난 7월에는 가자 난민 캠프에서 식수를 받으려 줄 서 있던 어린이 6명이 이스라엘 폭격으로 사망했다. 이스라엘은 오폭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애초에 식수가 충분했다면 이들이 목숨을 잃을 일은 없었다. 영국 가디언 편집진의 글을 빌리자면 이 죽음은 단순한 실
정부가 공공성 강화를 기조로 주택공급 방안을 발표하면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역할이 더 커졌다. 그동안 택지를 조성해 민간에 매각해온 방식에서 직접 주택 사업 시행까지 맡게 돼서다. LH가 시행하는 주택 공급사업에 민간 건설사가 시공을 맡는 형태로 공공성과 품질을 동시에 높인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LH 직접시행 방안에 대한 일각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인천 검단 아파트 붕괴사고 등으로 인한 불신이 남아 있어서다. 그러나 해당 아파트는 LH가 설계하고 관급 자재를 사용하는 LH 자체 브랜드 '안단테' 아파트에 시공사가 기술적으로만 참여하는 방식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민간참여사업과는 다르다. LH 직접시행 민간참여사업은 LH가 시행하되 시공사가 설계, 시공과 관련한 모든 권한을 갖고 브랜드도 건설사 자체 브랜드를 적용한다. 그럼에도 수요자들의 불신을 인식한 듯 김윤덕 국토부장관은 최근 위례 신도시 민간참여사업 단지인 '위례자이더시티'를 방문했다. 김 장관은 단지를 둘러보고 "민간 아
정부가 결국 물러섰다. 투자자들의 반발에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을 현행 50억원으로 유지했다. 투자자들의 불만을 산 최고세율 35%의 배당소득 분리과세도 재검토에 들어갔다. 사실 이런 결말은 예견됐던 바다. 정책 목표와 방향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코스피5000'을 내세우면서 정책은 반대로 갔다. 대주주 기준 하향, 기대에 못 미친 배당소득 분리과세, 증권거래세율 인상 등은 모두 투자 심리에 역행한다. 정부 스스로 모순의 덫에 걸린 셈이다. 정부의 후퇴로 논란은 일단락된 듯 보이지만, 본질적 모순은 남아 있다. 이재명 정부 '경제 살리기'의 핵심 정책 수단은 '확장 재정'이다. 확장재정은 세수 확충 없인 불가능하다. 이번 세제개편안의 증세안이 불과 한 달 반 만에 철회되면서 세수 확충엔 물음표가 남았다. 여론 눈치에 밀려 세제를 접은 선례가 생긴 만큼, 금융·부동산·상속세 등 민감한 세제 논의는 더 어려워질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정책이 일관성을 잃으면 시장은 정부를 신뢰하지
주택청약 가점제(이하 가점제)가 도입된 지 어느덧 15년이 훌쩍 넘었다. 지난 2007년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을 통해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로 출발했다. 당시 투기 수요를 차단하고 실거주 중심의 주택 공급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정책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청약 당첨 평균 가점은 계속해서 높아지고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만점 통장도 당첨이 어려워지면서 심지어 '청약통장 무용론'까지 제기된다. 가점제는 무주택 기간 최대 32점, 부양가족 수 최대 35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 최대 17점으로 만점은 84점이다. 이 기준에 따라 '이론상 만점'을 받기 위해서는 무주택으로 15년 이상 유지하고 청약통장도 15년 이상 가입해야 하며 부양가족이 6명 이상이어야 한다. 하지만 제도 시행 기간이 이미 15년을 넘어서면서 실제 당첨자들은 무주택 기간과 청약통장 가입 기간 항목에서 거의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확보하고 있다. 문제는 당
"특목고 떨어졌다고 일반고나 직업계고 못가는거 아니잖아요. 특수학교는 보통 한 번 입학하면 졸업할 때까지 다니기 때문에 떨어지면 학부모들은 벼랑 끝에 몰린 것 같다고 느낍니다" 한 특수교육 관계자가 전한 현장 분위기다. 다음해 특수학교 입학 공고가 뜨는 매해 여름 무렵이 되면 장애 학생 학부모들의 움직임이 바빠진다. 집에서 그나마 가까운 학교를 가기 위해 분주히 전략을 짜야 해서다. 학기 중 결원이 생겼다는 소문이 돌기라도 하면 하루에도 수백통 전화가 쏟아지는 것은 물론, 자리 하나를 두고 경쟁률이 16대 1까지 치솟는다. 대치동에선 '레테(레벨테스트)'니 '초등 의대반'이니 전쟁이 벌어질 때,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은 기본적인 학교 교육을 받기 위해 그들만의 7세고시를 진이 빠지게 치뤄야 하는 셈이다. 올해 특수교육 대상 학생은 12만여명이다. 전체 유초중등 학생 550만명 중 2.1%에 해당하는 규모다. 절대적으로 차지하는 비율은 작지만, 해마다 늘어나는 모양새다. 통합교육을 선호
한국 의료가 세계 최고 수준임을 재차 입증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최근 공개한 '2026년 12개 임상 분야별 세계 최고 병원' 평가 순위 중 암 치료 분야 상위 10위권에 국내 병원은 3곳이나 이름을 올렸다. 이 중 한 병원은 소화기·내분비·신경·비뇨기·정형 분야를 포함, 총 6개 영역에서 10위 안에 들었다. 세계 의료관광의 '성지' 한국이 일군 K-의료의 성과다. 그러나 이 같은 위상 뒤엔 '위기의 필수의료'란 꼬리표가 끈질기게 따라붙는다.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는 응급이나 분만, 외상 등 필수 불가결한 의료서비스면서 최소한의 환자 인권 보장을 위해 공적 의료보장 체계를 담보하는 영역이다. 문제는 이 담보를 받쳐 줄 인력이 좀처럼 채워지지 않는단 점이다. 응급의학과·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필수과의 고질적 문제로 꼽히는 과도한 업무강도를 비롯해, 최근 산부인과 의료진을 상대로 한 소송으로 재차 대두된 사법적 위험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다. 안과·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