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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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과 전공의들은 의대증원에 반대해 대학과 병원을 떠났다. 그러나 이들도 필수의료를 살리는 것엔 동의한다고 했다. 의사 수를 늘려도 필수의료에 대한 집중 지원이 따르지 않으면 '낙수효과'는 없다는 게 그들이 떠난 이유 중 하나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돌이켜보면 '젊은 의사'들이 진정 필수의료를 걱정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의대생은 의대증원이 의학교육의 질을 떨어트릴 것이라며 수업을 거부했다. 그런 지가 벌써 2년째다. 1500여명이 늘어난 것도 부담인데, 내년이 돼 24~26학년도 입학생이 한 교실에서 수업받는 '트리플링'이 실현되면 교육이 더 어려워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러면 생명을 다루는 '필수 학문'도 제대로 배울 수 없다. 교육의 질을 이유로 '콩나물 강의실'에서 수업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면, 한꺼번에 복귀하는 선택도 해서는 안 될 일이나. 의대증원 후 수업 계획은 의학교육평가원의 '통과'를 받았지만 그보다 많은 인원이 제대로 교육받을지는 알 수 없다. 문제 상황을 만들고 정부와 교수에게 뒷수습을 맡긴다 한들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걸 정녕 의대생들은 몰랐을까.
새 정부 들어 '소버린 AI'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디지털 주권을 지키기 위해 글로벌 빅테크에 종속되지 않는, 독자적 AI 역량을 갖추자는 주장이다. 소버린 AI의 필요성과 방법론은 차치하고, 지금의 논의는 지나치게 'LLM(거대언어모델) 구축'에 집중돼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월드베스트 LLM' 프로젝트를 구상하는 등 정부의 지원이 국내 LLM 구축에 방점을 찍고 있고, 시장에서도 LLM을 개발하는 IT기업이나 스타트업들에만 주목한다. 소버린 AI가 곧 '국산 LLM'을 통칭하는 표현이 돼 버렸다. 물론 현시점에서 가장 범용적으로 활용되는 AI는 LLM이다. 컴퓨터로 할 수 있는 대부분의 일에서 LLM이 쓰인다. 게다가 LLM은 그림도 그리고 소리도 만들 만큼 활용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그러나 AI는 LLM이 전부가 아니다. 언젠가 컴퓨터 밖으로 나올 AI에는 눈의 역할을 해줄 '비전 AI'와 근육의 역할을 하는 '로봇 AI'가 필요하다. 물리 세상을 이해하고 물리적 행
"필리핀이 일본과 해상 합동훈련을 하는 모습 보세요." 한·일 정상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나란히 불참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지난 25일 한국 고위 외교관은 사석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일관계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다. 과거사만 보면 일본과 필리핀은 협력이 불가능한 국가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침공으로 필리핀인 약 50만명이 사망했고 1000명 넘는 여성이 위안부로 끌려갔다. 일본군은 당시 전투로 40만명 이상이 죽거나 실종됐다. 그런데도 양국은 2023년 남중국해에서 미·일·필 첫 해상훈련을 실시한 뒤 매년 양자 합동 군사훈련에 나서고 있다. 중국의 해상력 증강이 공동의 위협으로 부상하자 과거를 초월해 군사동맹급 협력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동중국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 중국과 영유권 분쟁 중인 일본은 중국의 해상력 확대를 최대 안보 위협으로 상정하고 있다. 중국이란 위협 앞에 우리나라의 처지도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시 노벨평화상의 문을 두드린다. 이번엔 중동의 오랜 앙숙인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에서 휴전을 성사시켰다는 이유에서다. 집권 1기 때도 한반도와 중동의 평화 중재 노력으로 노벨평화상을 노렸던 그다. 버디 카터 공화당 하원의원은 이스라엘과 이란 휴전 후 기다렸다는 듯 트럼프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 물론 휴전을 위한 트럼프의 중재 노력은 인정받을 만하다.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으로 촉발된 긴장이 이란의 보복으로 이어지며 전면전 일보 직전이던 상황이었다. 과감한 결단으로 미국의 군사 개입 사흘 만에 극적으로 휴전을 만들어내며 중동의 파국을 막았다는 점에서 트럼프의 중대한 외교 성과로 기록될 여지가 있단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박수치며 넘어갈 수 없는 대목들이 적지 않다. 그중 하나는 국제법을 무시한 일방적 무력행사라는 비판이다. 테러 지원국의 핵 위협을 중단시킨다는 명분으로 예방적 자위권이라는 이름 아래 감행된 공습은 국제법 위반 논란으로 이어졌다.
최근 스타트업 대표였던 A씨가 수년간 해외와 국내를 오가며 병역 의무를 회피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는 뉴스가 스타트업 업계에서 이슈가 됐다. 사건의 본질은 장기간 계획된 병역 회피(병역법 위반)로 비판받아 마땅한 일이다. 다만 이 뉴스를 접한 군 미필 남성 창업자들에게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저렇게까지 하진 않겠지만, 입대 문제가 사업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스타트업은 창업자 한 명에게 전적으로 의존한다. 개발, 마케팅, 영업, 투자유치 등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그런 만큼 창업자의 입대는 엄청난 리스크다. 계약과 협업은 미뤄지고 정부지원사업과 투자유치에서도 매우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인터뷰 일정을 잡았던 20대의 한 스타트업 대표는 돌연 인터뷰를 취소하겠다고 연락해 왔다. 입대를 앞두고 있던 그는, 곧 자리를 비우게 되는 것이 불가피한데 굳이 언론에 자신을 노출시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국가에선 청년 창
SK바이오팜이 개발한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는 국산 신약으론 처음으로 블록버스터 신약(연 매출 1조원 이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발작을 아예 없애는 비율이 11~28%로 기존 치료제 대비 상대적으로 높아 뇌전증 치료제의 '게임체인저'로도 불린다. 미국에선 2020년에 이미 출시됐고 유럽에서도 2021년부터 판매돼 환자들이 혜택을 입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선 환자들이 애타게 기다리는데도 2027년에나 건강보험 급여 적용과 함께 출시가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른 신약들도 국내 도입이 더디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 첫 출시 후 1년 내 신약이 도입하는 비율은 평균 18%이지만 한국은 비급여 도입 기준으로도 단 5%에 불과하다. 일본은 32%에 달한다. 신약 도입을 어렵게 하는 이유 중 하나는 까다로운 허가 심사와 절차다. 본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입수한 '신약 허가 현황' 자료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는 '사실상 없는' 선박과 회사에 대해 금융 제재를 한 적이 있다. 기자는 2022년 10월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한국의 독자 대북 제재 대상 명단에 포함된 북한 연루 선박의 IMO(국제해사기구) 선박 식별번호가 기획재정부 고시와 달리 조회되지 않는 것을 확인했었다. 또 다른 대북 제재 대상이었던 홍콩 법인은 기재부 제재 고시 3년 전 홍콩에서 해산 등기된 상태였다. 현행법상 제재 대상과 금융거래를 할 경우 자산이 동결되고 징역형까지 처해질 수 있다. 대형 은행이 제재 대상과 거래를 텄다간 자본시장이 뒤흔들릴 수도 있다. 문제는 존재 여부조차 확인되지 않는 선박이나 법인을 어떻게 특정하고 거래를 회피하느냐다. 외교부에 제재 명단 신뢰도를 물었더니 "미국 정보를 기반으로 한 조치"라 했고, 기재부는 "정보가 업데이트되고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물론 제재 대상이 피합병이나 명의 변경을 통해 법인을 변형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대외 선언적 행보에 너무 속도를 내고 있거나
"환노위(환경노동위원회)가 이 정도인데 다른 국회 상임위원회는 어떻겠어요?" 지난해 10월 환노위 국정감사장에서 만난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태블릿PC를 손에 쥔 채 회의장 안팎 곳곳에 쌓인 서류 더미를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사상 처음으로 국회가 '종이 없는 국감'을 치르겠다고 선언했지만 예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얘기였다. 당시 국회 복도는 '멀티탭의 지옥'이었다. 몇 없는 벽면 콘센트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멀티탭의 끝에 연결된 것은 프린터였다. 피감기관들이 답변 자료를 현장에서 출력할 수 있게 프린트들을 챙겨서 온 것이다. 문제는 대다수의 의원과 보좌진들은 출력물을 잘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자문서를 확인하는 것이 보편화돼서다. 태블릿PC 등을 들고 다니며 자료를 확인하는 모습이 자연스러워진 상황에서 피감기관들은 여전히 '출력의 관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회의 종이 소비량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전무하다. 국회와 피감기관 등이 각자의 예산으로 종이를 구입하
기시감과 학습 능력 부족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 기시감은 실제로 겪지 않은 상황을 그렇다고 인식하는 착각이고, 학습 능력 부족은 정보를 받아들이거나 '기억'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상태를 의미한다. 전자가 뇌의 기억 처리 과정에서 일시적 혼란이 불러일으킨 일종의 사고(事故)라면, 후자는 그보다 협소한 인재(人災)에 가깝다. 당시 집중하지 않았거나, 이미 경험했지만 기억하지 못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물론, 두 개념 모두 인지 과정과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아주 동떨어졌다고 할 순 없다. 이는 우리가 일상에서 학능 습력 부족을 기시감으로 착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자본시장에선 분리가 필요하다. 가치있는 정보를 얻는데 가장 불리한 개인투자자가 획득한 정보를 학습하지 못한다는 것은 대부분 손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미 도출된 결과를 학습해 최소한의 옥석을 가리는 것이 성공적 투자의 기본 덕목이다. 한동안 잊혔던 일부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사들의 주가가 최근 다시 급등하고 있다
"소송 당사자들이 진짜 원하는 일인지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얼마 전 만난 한 법조계 관계자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재판소원법'에 대해 "국민들의 불편이 오히려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재판소원은 법원 판결에 헌법소원 청구를 허용하는 제도를 뜻한다. 현행 헌법재판소법은 법원 판결에 대해서는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는데 민주당은 조만간 해당 조항을 고치겠다는 입장이다. 헌법재판소는 이 같은 헌재법 개정에 찬성한다는 의견서를 국회에 두 차례 제출했다고 한다. 민주당 의지대로 헌재법이 개정되면 대법원에서 받은 최종 판결에 불만을 품은 당사자가 헌재에 해당 판결의 위헌 여부를 판단해 달라는 요청을 할 수 있게 된다. 만약 헌재가 위헌이라고 결정하면 그 판결이 취소되고 법원이 다시 재판을 해야 한다. 재판소원 도입이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확대하는 길이라며 찬성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반대 의견이 적지 않다. 법적 다툼에 드는
"글쎄요, 훌륭한 인재가 우리나라로 들어오면 좋은데…. 돌아온 후 다시 떠나진 않아야겠죠." 어느 식사 자리에서 만난 한 과학기술분야 연구자의 말이다. 정부가 이달부터 해외인재 유치사업을 시작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다. 그는 "한국에 있는 연구자의 처우도 개선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4대 과학기술원(KAIST·DGIST·GIST·UNIST)이 이달 미국 유수 대학이 위치한 미국 보스턴, 실리콘밸리 등지에서 AI(인공지능) 융합분야 박사후연구원 영입을 위한 채용설명회를 연다. 미국 도널...
'김웨폰.'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여당의 첫 원내사령탑을 맡게 된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두고 지지자들이 붙인 애칭이다. 그의 이름인 '병기'가 무기(weapon)란 뜻의 단어와 음이 같다는 데 착안한 것이다. 국가정보원 출신 이력에 단호한 어투, 강단 있는 면모가 어우러지며 자연스럽게 별명으로 굳어졌다. 하지만 실제 김 원내대표의 스타일은 겉으로 보여지는 강한 이미지와는 다르다는 평가가 많다. 김 원내대표와 가까운 한 인사는 "생각보다 훨씬 정이 많다. 알고 보면 따뜻한 사람"이라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평소 의원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당내에 이견이 발생할 때면 물 밑에서 조율하는 역할도 묵묵히 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김 원내대표는 노련한 협상가이자 설득가이기도 하다. 그가 지난 21대 국회 당시 군 복무자를 예우하는 법안을 발의하면서 SNS(소셜미디어)에 썼던 진정성 담긴 글은 진영을 막론하고 공감을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