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우크라 전쟁 속 참혹하게 희생된 어린이들…
희생양이 또 다른 희생양을 만드는 비극 없어야

"지난 23개월 동안 가자지구에서 어린이가 한 시간에 한 명씩 죽어나갔다."(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어린이를 납치하고 세뇌시킨 전쟁 범죄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총회에서 전쟁에 휘말린 어린이 인권을 화두로 꺼낸 정상은 에르도안과 나우세다뿐이다. 각각 이스라엘과 러시아를 비난하려는 의도가 명확하지만, 전쟁 속 어린이 인권이 주목받지 못하는 지금 이를 화두로 거론한 점에 감사하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가자에서 매일 평균 28명의 어린이가 폭격과 질병, 영양실조로 목숨을 잃었다. 초등학교 한 반이 통째로 사라지는 셈이다. 지난 7월에는 가자 난민 캠프에서 식수를 받으려 줄 서 있던 어린이 6명이 이스라엘 폭격으로 사망했다. 이스라엘은 오폭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애초에 식수가 충분했다면 이들이 목숨을 잃을 일은 없었다. 영국 가디언 편집진의 글을 빌리자면 이 죽음은 단순한 실수가 아닌 만들어진 비극이다.
지난 16일 미국 예일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납치한 어린이들을 210개 시설로 보내 사상·군사교육을 실시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시설을 탈출한 한 10대는 지난달 뉴욕포스트 인터뷰에서 러시아에 충성을 맹세하라는 압박과 회유를 받았으며 강제로 진정제가 투여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소 3만5000명의 우크라이나 어린이가 러시아로 끌려갔을 것으로 추정한다.
가자와 우크라이나 어린이들만 희생양이 된 건 아니다. AFP통신에 따르면 2023년 10월7일 하마스 기습으로 13세 미만 이스라엘 어린이 13명이 사망했다. 인해전술을 쓰는 러시아는 10대 소년병을 양성한다는데, 실태를 살펴볼 만한 자료조차 보이지 않는다.
가디언 편집진은 가자의 비극을 전하면서 "앞으로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살아남아 절망 혹은 복수심과 마주하겠느냐"고 했다. 결국 전쟁에서 어린이는 죽어도 희생양, 살아도 희생양이다. 이 아이들이 성장해 손에 무기를 들어 또 다른 아이들이 희생된다면 비극도 이런 비극이 없다. 증오의 사슬을 끊기 위해서라도 더 이상의 희생은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