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료가 세계 최고 수준임을 재차 입증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최근 공개한 '2026년 12개 임상 분야별 세계 최고 병원' 평가 순위 중 암 치료 분야 상위 10위권에 국내 병원은 3곳이나 이름을 올렸다. 이 중 한 병원은 소화기·내분비·신경·비뇨기·정형 분야를 포함, 총 6개 영역에서 10위 안에 들었다. 세계 의료관광의 '성지' 한국이 일군 K-의료의 성과다.
그러나 이 같은 위상 뒤엔 '위기의 필수의료'란 꼬리표가 끈질기게 따라붙는다.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는 응급이나 분만, 외상 등 필수 불가결한 의료서비스면서 최소한의 환자 인권 보장을 위해 공적 의료보장 체계를 담보하는 영역이다. 문제는 이 담보를 받쳐 줄 인력이 좀처럼 채워지지 않는단 점이다. 응급의학과·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필수과의 고질적 문제로 꼽히는 과도한 업무강도를 비롯해, 최근 산부인과 의료진을 상대로 한 소송으로 재차 대두된 사법적 위험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다. 안과·성형외과·피부과 등 소위 '돈 되는 과'로 인력이 몰린 상황에서 "필수과는 이미 침몰 위기에 놓였다"(국내 한 종합병원 외과 교수)는 게 국내 필수의료진의 시선이다.
국립대병원의 필수과 전공의 충원율은 2023년 12월 기준 81%에서 이달 현재 55.7%로 25%포인트(p) 급감했다. 특히 지방 국립대병원의 필수과 충원율은 경북대병원(본원) 47.4%, 강원대병원 35.1%, 제주대병원 38.7% 등 대부분 40% 안팎에 그쳤다. 올해 전체 전공의 정원의 70% 이상이 복귀한 서울 '빅5' 병원도 필수과는 인력난에 시달린다. 의정 사태 1년7개월 만에 의료현장에 돌아온 한 빅5 소속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는 기자와 대화 중 "의국 동료 20% 이상이 수련을 포기했다"며 "함께 복귀한 전공의들과 후배들이 끝까지 버틸 수 있을지 확신이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의료공백 사태는 의정 간 대립으로 시작됐지만, 동시에 필수과 중심의 해묵은 갈등이 터진 신호탄이기도 했단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의료체계가 단순히 의정 갈등 이전의 원상복구 수준에 그쳐선 안 된단 뜻이다. 환자 목숨과 결부된 필수의료를 살릴 근본적 대책이 마련돼야 '진짜 K-의료'를 지켜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