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만점 통장도 못 믿어"…편법 부르는 '청약 가점제' 개편하자

[기자수첩] "만점 통장도 못 믿어"…편법 부르는 '청약 가점제' 개편하자

김지영 기자
2025.09.23 05:30

주택청약 가점제(이하 가점제)가 도입된 지 어느덧 15년이 훌쩍 넘었다. 지난 2007년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을 통해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로 출발했다. 당시 투기 수요를 차단하고 실거주 중심의 주택 공급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정책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청약 당첨 평균 가점은 계속해서 높아지고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만점 통장도 당첨이 어려워지면서 심지어 '청약통장 무용론'까지 제기된다.

가점제는 무주택 기간 최대 32점, 부양가족 수 최대 35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 최대 17점으로 만점은 84점이다. 이 기준에 따라 '이론상 만점'을 받기 위해서는 무주택으로 15년 이상 유지하고 청약통장도 15년 이상 가입해야 하며 부양가족이 6명 이상이어야 한다. 하지만 제도 시행 기간이 이미 15년을 넘어서면서 실제 당첨자들은 무주택 기간과 청약통장 가입 기간 항목에서 거의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확보하고 있다.

문제는 당락을 가르는 핵심 변수가 '부양가족 수'가 되면서부터다. 부양가족수가 당첨을 결정짓는 변수가 되자 편법도 비일비재해졌다. 대표적인 것이 부모의 위장전입을 통한 '가족 수 부풀리기'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024년 하반기에만 부양가족 수를 조작한 부정청약 사례가 180건 적발됐다. 당첨만 되면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에 달하는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벌 수위는 경미하다. 현행 주택법에 따르면 부정청약 적발 시 당첨 취소, 10년 간 청약 제한, 최대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판례에서는 행정 처분과 함께 실제 처벌은 실형 없이 대부분 몇백만원 수준의 벌금에 그치고 있다. 이쯤 되면 '걸려도 손해 볼 게 없는' 제도가 돼버린 셈이다.

이제 제도 전반의 구조적 개편이 필요한 시점이다. 자녀와 직계존속 등 부양가족 항목에 대한 세밀한 조정이 시급하다. 아울러 부정청약에 대한 처벌 수위도 대폭 상향해야 한다. 당첨만 되면 수억 원의 이득을 얻는 구조에서 벌금 수백만 원은 결코 제재로 작용하지 않는다. 최소한 불법행위를 저지를 만한 유인은 제거해야 제도의 공정성과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김지영 기자

안녕하세요. 건설부동산부 김지영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