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끝나지 않는 중독 논란

[기자수첩]끝나지 않는 중독 논란

이정현 기자
2025.10.15 04:00

게임이용장애(게임중독)에 별도 질병코드를 부여해야 하는지를 놓고 민관협의체가 2019년부터 논의했으나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현행 체계로도 진료가 가능한 데다 주요 국가 가운데 선례가 거의 없음에도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질병분류에 게임이용장애를 공식 등재했다는 이유로 논의가 평행선을 달리는 모습이다.

논의가 길어지자 게임업계는 불안에 떤다. 플랫폼 다변화로 이제 막 서구 시장에 진출한 산업인데 질병코드가 도입되면 게임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하면서 위축될 수 있어서다. 이미 게임에는 '현실도피' '폭력성 조장' 같은 부정적 낙인이 찍혔다. 대부분 명확한 의학적 근거도 없다.

현재 미국, 중국, 영국, 일본 등 주요 국가 가운데 게임이용장애에 질병코드를 부여한 나라는 중국이 유일하다. 미국은 논의조차 하지 않는다. 대부분 국가는 게임이용장애를 중독장애로 분류해 치료하지만 국가보건체계 내에서 질병코드를 부여하진 않는다. 국내에서도 게임이용장애에 질병코드를 부여하는 대신 기존 질병코드인 일반적 행동장애에 포함하는 게 더 현실적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은 정부가 추진하는 게임산업 부흥책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게임이 애들을 망친다는 높은 인식의 벽을 넘어야 한다고 강조했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게임이 K컬처의 주역이라며 생태계 확대를 위해 노력하는 상황이다.

지난 8월 세계 최대 게임박람회 '게임스컴'에선 수많은 신체장애인 게이머가 눈에 띄었다. 가족들이 휠체어를 밀고다니며 줄을 섰고 게임을 할 수 있게 도왔다. 며칠 연속으로 만난 한 장애인 게이머에게 게임을 좋아하느냐고 묻자 그는 "게임 속에서는 하늘도 날 수 있고 수영도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했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두 다리를 움직일 수 없었다고 했다.

무턱대고 게임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게임중독과 그로 인한 사회적 피해는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과도한 걱정은 불필요하다. '셧다운제' '4대 중독물 규정' 등 근거 없는 낙인에 놀라 만든 제도의 부질없음을 오래 봐왔다. 나중에 책임지기 싫어 섣불리 내린 결정이 누군가의 꿈과 희망을 짓밟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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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기자

2016~ 사회부, 2021~ 정치부, 2023~ 정보미디어과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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