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기 행정부 시절 주요 언론을 "국민의 적"이라 부르며 내건 구호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그는 1기 재임 기간 3만573건의 거짓 발언을 했다. 하루 평균 21건이다. 2기 행정부 들어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가짜뉴스를 비난하던 그가 세계에서 가장 큰 권력을 가진 허위 정보 생산자가 된 셈이다. 그의 거짓말 중 일부는 정책 성과 과장 정도였지만, 어떤 발언은 과학을 부정하고 특정 집단을 공격하며 정책으로까지 이어진다.
트럼프는 지난 22일(현지시간)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며 먹지 말라고 권고했다. 이에 세계보건기구를 비롯한 의료계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즉각 반박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사태가 엄마에게 자폐증 책임을 전가한다고 지적했다.
다음 날인 23일 트럼프는 유엔 총회 연설에서 또 허위 주장을 쏟아냈다. 특히 기후변화를 두고 "역사상 가장 큰 사기"라며 각국 정상을 향해 "이 사기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여러분 나라는 실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매년 수만 건의 기후변화 연구가 발표되고 있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취임 직후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하고 자국의 여러 환경 규제를 철폐했다.
이틀 뒤인 25일 트럼프는 좌파 운동 단체 등을 수사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는 보수 논객 찰리 커크 암살 이후 트럼프가 "폭력의 대부분은 좌파에서 나온다"며 강화한 좌파 탄압의 일환이다. 그러나 미 국립사법연구소는 "극우 세력에 의한 공격 건수가 다른 유형의 극단주의보다 빈번하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세 가지 허위 주장은 공통점을 보인다. 과학적 합의나 통계 자료와 배치되고, 대통령의 권력에 힘입어 정책으로 구현된다. 이에 임신부는 혼란을 겪고, 기후 정책은 사라지고, 일부 국민은 탄압 대상이 됐다. 학계와 언론이 그의 주장을 검증하고 반박하지만, 이미 형성된 여론이나 정책 집행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전 세계가 트럼프의 가짜뉴스와 전쟁 중이다. 세계 최강국의 권력을 등에 업은 싸움이다. 이 전쟁에서 민주주의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미국이 시험대에 올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