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보여주기식' 수사통제 안되려면

[기자수첩]'보여주기식' 수사통제 안되려면

조준영 기자
2025.10.13 05:03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은 경찰의 수사에 대해 세 가지 통제장치를 갖게 됐다. 경찰이 사건을 송치했을 때는 보완수사(요구), 불송치했을 때는 재수사요청, 수사중지 결정에 대해서는 시정조치요구를 할 수 있다. 겉으로는 경찰 수사의 적절성을 점검할 수 있는 맞춤형 체계가 마련된 듯 보이지만 실무에서는 사건을 서로 떠넘기며 책임을 피할 수 있는 구조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과 경찰 사이 소통은 서면으로 이뤄진다. 검찰이 송치사건의 특정 부분을 보완해 달라며 사건을 돌려보내면 그 시점부터 검사는 손을 뗀다. 경찰이 이행결과통지서를 작성해 다시 검찰로 보내면 공은 다시 검사에게 넘어간다. 검찰은 이를 검토해 필요시 또 보완을 요구한다. 이런 핑퐁이 길게는 1~2년씩 이어지면 사건 처리가 늦어지기 일쑤다. 상대가 서면을 보낼 때까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사실상 없다고 한다.

불송치나 수사중지 사건은 더 심각하다. 경찰이 불송치나 수사중지 결정을 내리면 기록은 검찰로 넘어가지만 검찰의 사건이 되진 않는다. 기록을 며칠 살펴본 뒤 다시 돌려보내면 그만이라 꼼꼼히 살펴볼 유인도 적다.

수사중지는 피의자나 중요 참고인의 소재가 불명일 때 하는 결정이다. 그런데 감시망이 느슨하니 경찰은 주민등록상 주소지만 확인하는 등 소재파악을 게을리하고, 결국 사건을 중지시켜 자신의 미제사건을 줄이려는 유혹을 받게 된다. 검사 또한 별다른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니 수사결과를 기다리는 피해자들만 애태우는 구조가 됐다.

이처럼 서로의 선의에 기대는 수사절차는 무책임을 제도화한다. 수사지연이 만성화된 근본 이유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8월 검찰개혁 논의가 "보여주기식이 돼선 안 된다"며 "권력 집중으로 인한 권한 남용 방지 대책, 수사권을 원활하게 운용하는 등의 근본적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방안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수사권 조정의 취지는 막강한 검찰의 권한을 경찰과 나눠 견제와 균형을 이루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견제와 균형이 책임의 공백을 낳는다면 그것은 개혁이 아닌 개악에 가까워진다. 보여주기식 통제가 아닌 '누가 어떻게 수사에 책임을 질 수 있는지' 분명한 원칙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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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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