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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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중국, 공급과잉." 1분기 석유화학업체 기업설명회장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들이다. 석유화학업계는 정부가 정한 5대 구조조정 대상 업종 중 하나다. 하지만 업체별 1분기 실적은 수천억 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석유화학 업종에서 공급과잉에 따른 구조조정 분야로 지목된 고순도 테레프탈산(TPA)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한화종합화학, 삼남석유화학 등 주요 업체들이 1분기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발적으로 생산량을 줄이고 원가절감에 주력한 덕분이다. TPA는 폴리에스테르섬유와 페트(PET), 필름·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의 원료로 쓰이는 범용 화학제품이다. 상대적으로 기술집약도가 낮아 중국이 2012년부터 TPA 생산설비를 증설하면서 공급과잉이 심화됐다. 중국의 TPA 자급률이 100%에 육박해 중국에 수출하는 TPA 물량은 거의 없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실적 개선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석유화학업계의 자율적 구조조정이
"국민과 여야 정치권에 걱정을 끼쳐서 죄송한데 그렇게 크게 우려할 부분은 아니다. 2만명 고용은 유지될 수 있다" 우려가 됐다. 23일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에게 했다는 이 말을 듣고서다. 대우조선해양에는 현재 1만2000여명의 직영 직원과 3만여명에 달하는 외주인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사장의 말은 바꿔 말하면 최소 절반이상, 2만명 이상의 고용이 유지될 수 없다는 뜻이다. 정 사장의 2개월 전 발언을 보면 우려는 더욱 커진다. 그는 지난 3월 10일 기자간담회에서 "2019년까지 직영인력 2300명 정도가 정년퇴직하고, 외주인력도 1만명을 줄여 3만명 규모로 옥포조선소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두 달 사이 그가 말한 감원 규모는 1만명이 늘어난 셈이다. 이렇듯 수만명의 실업과 그에 따른 고통이 기정사실화 되자 여야 정치권도 앞다퉈 대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조선업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경영진 책임, 산업은행 불법 확인시 관련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팔아라'는 증시 격언이 있다. 구체화돼 누구든 다 알게 된 투자정보는 가치가 떨어진다는 뜻이다. 이 말은 공시제도의 허점을 명쾌히 설명한다. 공시제도는 투자자들에게 상장사 관련 경영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제공하고 공정한 가격을 형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생겨났다. 하지만 이미 정보가 유통돼 주가에 반영된 경우, 공시는 오히려 투자에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 부품업체 엠에스오토텍은 지난 12일 장 마감 후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와 부품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그런데 이 공시 이후, 엠에스오토텍 주가는 오히려 하락세를 보였다. 일주일 동안 약 23% 속절없이 하락하며 지난 19일 6680원에 장을 마감했다. 공시가 나온 직후인 지난 13일 오전, 이 회사 주가는 급등세로 시작했다. 장중 한 때 전 거래일 대비 25% 오른 1만800원까지 올랐다. 공시를 접한 뒤 최고점에서 주식을 사고, 일주일 뒤에 손절한 투자자가 있다면 일주일 만에 40% 이상 손실
서울시내면세점 4곳 추가 선정에 대한 특허 공고가 이르면 이달 말 이뤄질 예정이다. 지난해 말 특허권을 잃었던 '베테랑' 사업자 롯데면세점(월드타워점)과 SK네트웍스는 '회생' 기회를 얻게 됐다. 지난주 신규 시내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된 신세계면세점과 두타면세점이 각각 문을 열었다. 매출 2조원대 '면세 강자' 롯데면세점 소공점이 위치한 명동 지역과 유커들의 필수 쇼핑코스인 동대문에 문을 열어 관심이 집중됐다. 갤러리아면세점63, 용산 신라아이파크면세점 등을 포함 시내면세점 수는 올 연말까지 13개로, 2년 전에 비해 2배 넘게 늘게 됐다. 이 같은 면세점 '춘추전국시대' 국면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이 여행사 단체 및 명품브랜드를 유치를 둘러싼 과도한 출혈 경쟁이다.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 3대 명품은 면세점 성공 필수조건으로 언급될 정도로 신규 면세점들의 유치전이 치열하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 박서원 두산전무 등 오너들이 몸소 섭외에 나섰을 정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는 중소기업 10개 가운데 9곳은 실패하는 게 현실이다" 얼마 전 한국금융연구원이 개최한 효율적인 구조조정 방안 세미나에서 나온 얘기다. 이날 참석한 구조조정 전문가들은 중소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채권단과 법원의 역할을 강조했다. 지난해 서울중앙지법 등 전국 14개 법원에 회생 및 파산 신청을 한 기업은 1500여곳에 달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다. 이들 중 90% 이상은 중소기업이다. 하지만 대부분 업체가 회생에 실패해 파산하거나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포화상태인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후발주자나 기술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회생에 실패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살 수 있는 기업이 구조조정 시기를 놓치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그 이면엔 책임을 피하려는 법원과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채권단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초 금강레미콘 컨소시엄에 팔린 고성중공업(옛 천해지)이 대표적이다. 고성중공업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의 핵심 계열사라는
현실성 없는 5억원 짜리 ‘짜깁기’ 보고서” 19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으로부터 제출 받아 공개한 ‘해외자원개발 추진체계 개편 연구안’을 본 에너지공기업 고위 관계자의 평가다. 연구안은 해외자원개발과 관련해 △석유공사 자원개발 기능 민간 이관 △석유 자원개발 전문회사 신설 △석유공사 자원개발 기능 가스공사 이관 △석유공사·가스공사 통폐합 등 4개의 구조조정안을 제시했다. 문제는 4개안 모두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우선 석유공사의 자원개발 기능과 자산을 민간으로 넘기는 것은 ‘대기업 특혜’ 논란이 일까봐 이명박정부에서도 검토했으나 백지화됐던 안이다. 전문회사 설립은 일본식 구조조정 사례인데 민간의 자원개발 역량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민간이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에너지공기업의 대형화를 추진해 온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다. 석유공사의 자원개발 기능을 그나마 상황이 나은 가스공사로 이관하거나 아예 통폐합 하는 것은 현실성이 더 떨어진다. 조직·인력·부채 문제
"우리가 원숭이냐. 생존권 보장하라" 담벼락에 빨간 페인트로 '생존권'을 부르짖는 문구가 적혀 있다. 한쪽에선 외국인을 비롯, 관광객이 몰려와 벽화를 배경으로 고즈넉한 분위기를 사진에 담고 있다. 지난 13일 '날개 벽화'로 유명한 서울 종로구 이화동 벽화마을을 찾았을 때 목도한 광경. 어색한 공존이다. 벽화마을로 알려지기 전까지 마을은 평범한 동네였다. 2006년 문화체육관광부가 공공미술 프로젝트 사업을 시작하면서 달라졌다. 전문가 68명이 참여, 이화동 9번지 일대에 70여개 작품을 만들었다. 드라마, 예능프로그램에 소개돼 입소문을 타면서 관광객이 몰렸다. 마을은 유명세를 탔지만 주민의 삶은 반대였다. 관광객들이 쓰레기와 낙서, 소음까지 함께 몰고 왔기 때문이었다. 관계기관에 민원을 넣었지만 헛수고였다. 급기야 일부 주민이 벽화를 지워버렸다. 지난달 15일 마을 주민 3명은 벽화마을 계단의 '해바라기 그림'을 회색 수성페인트로 덧칠했고, 9일 뒤 다른 계단의 '잉어 그림'은 또
국방부가 16일 산업기능요원이나 전문요원처럼 이공계 출신에게 부여해온 병역 특례를 2023년까지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고 밝혀 논란이 거세다. 병역 자원이 부족하다는 게 이유인데, 국민들은 '오락가락' 입영 정책에 혼란스럽다. 국방부에 따르면 산업기능요원은 선발 인원을 2019년 4000명에서 매년 1000명씩 줄여 2023년에는 뽑지 않기로 했다. 전문연구요원은 2020년부터 매년 500명씩 줄인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입영 적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해 현역 입영 기준을 강화하기 급급했던 국방부가 하루아침에 정 반대 정책을 내놓으니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방부는 지난해 6월 현역 자원이 남아돌아 대기자가 많은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고등학교 중퇴·중학교 졸업 학력자 중 신체등위 1~3급인 사람을 보충역으로 전환하는 방침을 세웠다가 국정감사에서 '학력차별' 지적이 나오자 재검토하겠다고 밝히는 등 우왕좌왕했다. 국방부는 지난해 8월 비만지수(BMI) 등
"새로운 국방 기술을 평가하는 기준조차 없는 상황이다." 최근 한 섬유기업 대표를 만나 '스핀 온'(Spin-on)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왜 국방 분야로 진출하지 않는가"하고 묻자, 깊은 한숨 뒤에 돌아온 대답이다. 스핀 온은 민간의 우수기술이 국방기술에 적용되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이 업체가 개발한 신소재는 섬유 안 수분은 배출하고 섬유 밖 수분은 차단해 사계절을 군복 하나로 버티는 군 장병들에게 안성맞춤이었다. 열전도율이 높은 땀은 배출하고, 눈이나 비 등 외부 수분은 차단해 적정 온도와 쾌적함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또 인체 등으로부터 근적외선을 흡수해 열을 생성하는 발열 충전재도 혹한기 훈련 영하 날씨에 텐트와 침낭으로 버티는 장병들에 필요한 기술이었다. 이 기술들은 해외 유명 기업과 매출의 러닝로열티 받는 형태로 수출 계약을 맺는 등 해외에선 앞다퉈 적용하는 기술들이다. 문제는 해외에서 환영받는 제품들이, 정작 국내에선 홀대받고 있다는 점이다. 국방부에 제품을 공급하기
"정부가 하도 채근하다 보니 수주할지 말지 결정안 된 프로젝트도 업무협약(MOU)를 맺을 수밖에 없었어요. 일부에선 MOU 맺은 걸 마치 수주한 것처럼 생각하는데 3건 중 1건만 수주해도 대단한 겁니다." 최근 한 건설업체 임원에게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을 계기로 '제2의 중동 붐'이 찾아온 것이 아니냐고 묻자 이같이 답했다. 지난 4일 박 대통령은 이란에서 '총 371억달러(약 42조원) 규모 인프라 수주 가능성'이란 성과를 갖고 귀국했다. 구두 합의 사업까지 합치면 최대 456억 달러(약 52조원)에 달하는 '수주 잭팟'이었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서는 정부의 수주 성과 의욕이 오히려 국내 기업들에게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계심을 내비치고 있다. 대부분이 구속력 없는 'MOU' 수준이어서 실제 계약으로 이어질지, 사업을 따내더라도 수익성을 얼마나 담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여서다. 과거 이명박 정부가 외교 성과로 내세웠지만 저가수주로 난항을 겪고 있는 186억달러 규모의 아랍에미
"주말마다 땅 보러 다녀요" 한 대형증권사 리서치센터의 건설업종 애널리스트는 이달부터 부동산 월간 보고서를 발간한다며 한 얘기다. 자산관리(웰스 매니지먼트)수요가 늘어나면서 다양한 자산에 대한 분석 수요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증권사 외에도 최근 부동산 시세, 분양률 등 부동산 자산 관련 보고서를 내는 증권사들이 늘고 있다. 아파트 분양률이나 부동산 시세가 건설사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종합자산관리로의 체질 개선에 주력하고 있는 증권사들이 고액 자산가들을 잡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주식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익만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 시장 시황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너무 크다. 주식시장이 장기 박스권에 갇혀 있던 지난 3-4년간은 증권업계 최대의 불황이었다. 지난해 글로벌 증시가 동반 상승하면서 실적을 회복하긴 했지만 장기적으로 유지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가 대세인 상황에서 주식
퇴임한 판·검사가 법조계의 고질병인 '전관예우'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전관예우 근절을 위해 힘을 쏟는다고 했던 검찰과 법원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두 기관은 숨을 죽이고 사건의 흐름을 지켜보고 있다. 전관 비리는 거액의 수임료를 받은 전관 변호사가 자신과 친한 판검사를 통해 수사와 재판에 영향력을 끼치는 구조다. 이 구조에서 수사로 밝혀지는 부분은 대체로 '거액의 수임료를 받았다'는 것에 그친다. '영향력을 끼쳤다'는 것은 의심으로만 남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검찰과 법원 스스로 '전관의 영향을 받았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탓이 크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얽힌 이번 사건에서도 전관의 영향으로 부당한 결정이 내려졌다고 밝혀지긴 쉽지 않아 보인다. 법원은 정 대표의 항소심에서 '집행유예가 가능함에도' 실형을 선고했다고 강조한다. 검찰은 과거 정 대표에 대한 무혐의 처분과 항소심 중 보석신청에 대한 '적의처리' 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