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누진제 개편은 전기료 인하 아닌 정상화

[기자수첩]누진제 개편은 전기료 인하 아닌 정상화

세종=유영호 기자
2016.07.15 06:06

“최대전력이 여름철 최초로 8000만㎾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4일 여름철 전력수급 전망과 대책을 발표하면서 범국민적 절전동참이 필요하다는 호소를 빼놓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언급이 없어도 일반 가정은 여름철에 반강제적으로 절전을 해야 한다. ‘누진제 철퇴’와 그에 따른 ‘전기료 폭탄’ 때문이다.

우리나라 주택용 전기료는 6단계 누진제를 채택하고 있다. 처음 100㎾h를 쓸 때까지 ㎾h당 요금은 60.7원이지만 매 100㎾h마다 요금이 뛰어 전기사용량이 500㎾h를 넘어가면 ㎾h당 709.5원으로 11.7배 오른다.

예컨대 우리나라 4인 가구의 월평균 전기료(350㎾h)는 5만5330원(기본요금 3850원+사용요금 5만5969원)인데, 전기사용량이 1.6배(550㎾h) 늘면 전기료는 17만7020원으로 3.2배 늘어난다.

누진제는 1973년 1차 석유파동(오일쇼크) 이후 도입됐다. 문제는 누진제가 주택용 전기에만 적용된다는 것이다. 공장 등에 공급되는 산업용 전기료는 사용량과 상관없이 ㎾h당 107원이다.

‘영업비밀’을 이유로 한전이 원가를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주택용 전기요금의 원가보상률은 110%로 추정된다. 반면 산업용 전기는 95% 수준으로 여전히 원가를 밑돈다. 국민들 호주머니를 털어 매년 수조원을 산업계에 지원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전체 전기소비량에서 주택용의 비중은 13.6%에 불과하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의 절반에 그치고, 산업용(56.6%)의 4분의 1에도 못 미친다.

누진제의 불합리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정부가 전기료체계 개편을 추진했지만 에너지신산업이 핵심 국정과제로 부상하면서 없던 일이 됐다. 전기료 인하보다 에너지신산업 인프라에 투자해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근혜정부가 정권 출범부터 내세운 국정 아젠다는 ‘비정상의 정상화’다. 신산업 육성도 중요하나 그보다 먼저 해야 할 건 43년간 국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요구하는 누진제의 정상화다. 전기료의 인하가 아니라 정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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