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포켓몬GO와 4차 산업혁명

[기자수첩]포켓몬GO와 4차 산업혁명

정영일 기자
2016.07.14 05:35

[the300]

'알파고(AlphaGo)'에 이은 두번째 문화 충격이다. 아니다. 문명 충격에 가깝다. 닌텐도의 모바일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GO(Pokemon Go)' 얘기다. 지난 6일(현지시간) 출시 직후 미국과 호주에서 다운로드 1순위를 차지했다. 미국 부동의 1위 데이팅앱 틴더를 제쳤다. 출시 48시간만에 미국 전체 안드로이드폰의 5.6%에 설치됐다는 외신 보도도 있었다. 조만간 하루 순 사용자수가 트위터를 제칠 것이라 전망한 분석기관도 나타났다.

게임 서비스 지역에 포함되지 않은 우리나라도 난리다. 지도 데이터 외부 반출을 금지한 정부 탓에 게임을 즐기지 못한다는 비난이 쇄도했다. 강원 속초에서 게임이 된다는 인증샷들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라오며 게임을 즐기기 원하는 사람들이 속속 속초로 가는 바람에 속초행 버스표가 만원이 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사양의 길을 걷던 닌텐도가 '포켓몬GO' 하나로 전 세계의 주목을 다시 받고 있다. 출시 이후 일본증시에서 닌텐도 주가도 수직 상승했다.

포켓몬스터라는 추억 속의 콘텐츠에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와 AR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융합시키는 순간 혁신의 '포텐'(가능성을 의미하는 포텐셜을 줄인말)이 터졌다. 구글 지도를 참고해 포켓몬이 숨어 있는 곳을 찾아가 스마트폰 카메라를 비춰 AR 속 포켓몬 캐릭터를 포켓볼을 던져 포획한다. 현실과 가상이 융합되며 게임 유저가 만화 속 주인공이 된듯한 느낌을 준다.

게임 만큼이나 게임을 소비하는 방식도 흥미롭다. 유튜브 친화적 게임 소비다. 게임이라면 흔히 어두침침한 방안에서 온라인 속 익명의 게임 유저들과 빠른 키보드 실력을 경쟁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반면 포켓몬GO 사용자들은 옷장에서 어떤 옷과 모자를 쓰면 포켓몬 주인공과 비슷해 보일지를 고민한다. 그리고 포켓몬을 찾아 동네를 서성인다. 포켓몬을 포획하는 순간까지가 일종의 의례다. 이 모든 과정을 촬영해 유튜브에 올린다.

하루 아침에 미래 기술이라던 AR이 우리 곁에 다가왔다. 포켓몬GO 돌풍에 채 닷새가 걸리지 않았다. 멀게만 느껴지던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이 알파고-이세돌 대국 이후 우리의 사고와 삶에 깊숙히 파고 든 것과 마찬가지다. 무방비 상태에서 산업화 시대와의 결별이 진행되고 있다. 뒤늦게 우리 정치지도자들은 앞다퉈 4차 산업혁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송희경 새누리당 의원 등이 참여하는 의원모임 '4차 산업혁명 포럼'이 국회에 만들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미래창조과학부는 국가 R&D 사업에 3.3조원을 투자했다. 2010~2014년 국가R&D 사업의 결과물로 취득한 미국 특허 가운데 피인용 회수 상위 10%에 든 우수 특허는 평균 3.5%에 불과했다. 40% 가까운 특허는 피인용 회수가 '0'인 무의미한 특허였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특허 취득과 유지에 쓸데없는 돈을 낭비하지 말라고까지 지적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열어가는 것은 구호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미래기술의 '포텐'을 키우는 국가 R&D 사업이 될 수 있도록 정치권의 세심한 감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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