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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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씨티은행 본사 1층에 또다시 천막이 등장했다. 노조가 마련한 농성장이다. 노조는 27일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의 선임을 반대하고 있다. 행장 선임 후 첫 출근을 한 28일, 박 행장은 통과의례처럼 출근저지를 당했다. 하지만 노조와의 대화 의지를 피력한 후 사무실로 올라갔다. 노조도 고민이다. 박 행장의 선임에는 반대하지만 대안이 마땅치 않다. 기자가 28일 오전 방문한 천막 농성장에 그 흔한 '투쟁가'도 흘러나오지 않은 이유로 보인다. 이는 한국씨티은행만의 문제가 아니다. 금융권 전반적으로 이른바 '선수급' 최고경영자(CEO)가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최근 만난 금융사의 한 임원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어릴 때 6~7명이 한꺼번에 달리기를 하는데, 항상 달리기를 잘하는 애들은 있기 마련이에요. 그런데 갑자기 그 '선수'들이 빠지면 달리기를 못하는 애들도 상을 받게 돼 있어요. 요즘 금융권이 그렇습니다". 이 임원이 언급한 선수는 전직 금융권 CEO들로서, 경영능력에서 두각
"우리는 죄인입니까?" 카자흐스탄 자원개발 현장에서 만난 한국석유공사 관계자가 취재를 위해 현장을 방문한 기자에게 던진 말이다. 한 낮 기온이 섭씨 50도까지 올라갈 정도로 강렬한 햇빛에 얼굴이 까맣게 타다 못해 검붉게 익어있던 그는 그렇게 묻고 고개를 숙여버렸다. 석유공사는 해외자원개발 최전선에 있는 공기업이다. 현정부 들어 이명박정부의 해외자원개발 부실 투자론이 불거지면서 석유공사는 마치 부도덕의 상징처럼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 등도 마찬가지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까지 겹치면서 에너지공기업들의 입지는 더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을 대상으로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만난 가스공사 직원은 "애들 얼굴도 3~4개월에 한 번 간신히 보고 세계 오지를 돌아다녔는데 차가운 시선만 돌아오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명박정부에서 에너지공기업들이 해외자원개발에 투자한 규모는 43조 원에 달한다. 말 그대로 천
“저희도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가 병을 얻은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이에요. 왜 뜻이 다르다고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지…” 지난 9월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대표단을 탈퇴하고, 가족대책위원회(이하 가족위)를 구성한 정애정씨는 최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하소연했다. 가족별로 서로 다른 입장이 반영되지 않는 반올림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불만이었다. 피해자 가족 중엔 일의 선후를 달리하는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 함께 투쟁하던 대표단 8명 중 6명의 생각이 이랬다. 자신들만이 보상받겠다는 게 아니라, 중재위를 통해 자신들에게 적용된 기준으로 다른 피해자 가족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가기를 바란 경우다. 가족위에에서 빠져 반올림에 남은 대표 황상기씨와 이종란 노무사 등은 반도체 피해자 문제를 공론화하는데 큰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 반올림이 현재는 가족위와 삼성전자가 합의한 제3의 조정기구(조정위원회)를 거부한다. 자신들과 뜻을 달리한 가족위에 대해
바야흐로 취업시즌이다. 대학가 취업준비생들은 취업의 문턱이 높아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문턱이 높은 것도 문제지만 공개된 취업정보의 양이 적다는 점도 이들을 괴롭힌다. 취업카페를 전전긍긍하며 정보를 모으는 데는 한계가 있고, 그나마 기댈만한 곳은 공개적으로 질문이 가능한 채용설명회 정도다. 이에 채용설명회를 찾은 지원자들은 두 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필사적이다. 노트 필기는 물론이고 노트북을 꺼내 일일이 담당자의 말을 받아 적는 등 분위기는 프레스센터를 방불케 한다. 인터넷에 나와 있는 단편적인 채용 공고만으로는 직무, 인재상, 채용전형 등 자세한 사항을 이해할 수 없지만 채용설명회에서는 비교적 이런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채용설명회에서도 답답함을 풀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연봉, 모집 인원 등 기본적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채용설명회를 찾은 지원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한다. 취준생은 말할 것도 없고 기자에게도 막무가내다. '대신가
"이번에는 사실 확인을 위한 확실한 증거와 자료를 마련해두었습니다. 지난번처럼 '아니면 말고'식 의혹제기에 가만히 앉아서 당하지 않을 겁니다." 물티슈업체 A의 입장은 단호했다. 이번에는 소비자 불안심리가 빠르게 확산되는 걸 사전에 방지하는 한편, 이 같은 불안을 조장해 반사이득을 얻으려는 숨은 세력(?)을 반드시 찾아내겠다는 각오였다. A는 최근 소셜커머스, 홈쇼핑 등 온라인 유통채널 MD(상품기획자)들 사이에서 물티슈 보존제로 널리 쓰이는 B성분의 안전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는 첩보를 접하고 관련 해명자료를 미리 마련하는 등 대응태세를 갖춰놨다고 했다. 한 달여 전 물티슈 보존제로 널리 쓰이는 일명 '세트리모늄 브로마이드' 사태로 호되게 당했던 기억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 다른 물티슈 업체 C는 얼마 전 자사 물티슈 제조 전 과정을 일반에 공개하며 소비자 불안 잠재우기에 나섰다. 그만큼 국제기준에 따라 양심적으로 물티슈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자신감이 없었다면 결코 가능하지
"국회에서 동행명령장을 발부해 유죄가 된 사례가 거의 없다." 지난해 7월 국회 '공공의료 정상화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동행명령장을 발부받은 홍준표 경남지사가 불응의 뜻을 밝히며 언론에 한 말이다. 홍 지사의 말을 접한 국회는 그야말로 '부들부들'했다(몸이 부르르 떨릴 정도로 화가 났을 때 쓰는 인터넷 용어). 국회는 '국회무시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을 쏟아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홍 지사의 말대로 동행명령 불응에 따른 검찰 고발은 하지 않았다. 같은 이유로 국회의 자존심은 1년이 지난 올해 다시 짓밟혔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한 이준석 전 세월호 선장에게 지난 15일과 23일 동행명령장을 발부했으나, 이 전 선장이 두 차례 모두 불응한 것. 세월호 사고 진상규명을 이번 국감 핵심과제로 내걸었던 야당은 증인조차 부르지 못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동행명령은 국회가 국정조사 또는 국정감사에서 증인이나 참고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을 거부할 경우,
"솔직히 지금 이 상황은 '도덕적 해이'라고 생각합니다." 수화기 너머 목소리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통화 상대방은 불과 한 달 전에 모뉴엘을 퇴직한 직원이다. 그는 "회사가 제주로 연구개발 조직을 이동시키면서 부인이 직장을 그만두고 삶의 터전을 옮긴 맞벌이 부부도 여러 쌍 된다"며 "모뉴엘의 이런 상황이 직원들에게 전혀 공유된 적이 없다"고 했다. 모뉴엘은 지난해 매출 1조 2737억원, 영업이익 1104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도 610억원이었고 최근 5년간 적자를 낸 적도 없었다. 지난 4월엔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의 기업 신용위험평가에서도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현금은 돌지 않았다. 모뉴엘은 최근 3년간 매출 2조5000억원을 올렸지만 정작 회사에 들어온 현금은 300억원도 채 되지 않았다. 작년 한 해에만 50억원이 넘는 돈이 이자로 나갔지만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 매출의 80%가 해외에서 나온다고 알려졌을 뿐 관세청 등 관련기관도 실제로 돈이 오갔는지는 확인하
지난 2008년 7월 KB금융지주의 초대 회장으로 황영기 전 회장이 선출된 후 국민은행 노조는 45일 동안 출근저지 시위를 벌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선캠프에 몸 담은 전력으로 '낙하산'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2010년 6월 어윤대 전 회장이 선출된 직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역시 'MB맨'으로 불렸던 어 전 회장은 1달여 동안 KB금융에 발을 붙일 수 없었다. 지난해 6월 임영록 전 회장에 대한 출근 저지는 비교적 짧은 열흘 남짓에 그쳤지만, 회장들의 고된 출근길은 마치 통과의례처럼 반복됐다. 윤종규 KB금융 회장 내정자도 23일 명동 본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나 전임 회장들과는 달랐다. 출근을 못한 게 아니라 안 했다. 국민은행 노조는 전날 윤 내정자 선출 직후 "KB가 관치의 외압에서 벗어난 역사적인 날"이라며 환영 성명을 냈다. 출근 저지는커녕 어서 오라고 두 손을 들어 문을 연 셈이다. 그러나 윤 내정자는 몸을 낮췄다. 내정자 신분으로 자연스러운 KB금융 회사
지난 주말 ‘러버덕’을 보러 서울 송파구에 있는 석촌호수에 갔다. 석촌호수 서호를 지나다 유람선 한 대가 다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롯데월드가 운영하는 제네바유람선이었다. 그런데 30인승 유람선을 탄 승객들은 아무도 구명조끼를 입고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셀카를 찍는 등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승객 중 어린 아이도 다수였다. 석촌호수 깊이는 4~5m라 사고가 나면 손 쓸 도리 없이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구명조끼를 안 입고도 운행할 수 있는 게 의아해 롯데월드에 전화를 걸었다. 롯데월드 측은 “바다가 아닌 호수라서 구명조끼를 꼭 착용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위험할 경우 선장 지시사항에 따라 착용케 한다고 덧붙였다. 파도가 없으니 안전하다는, 안일한 답변이었다. 반면 석촌호수 동호에 떠 있는 화제의 오리 ‘러버덕’은 지난 20일 바람을 뺐다. 비바람이 몰아쳐 안전상 위험하다는 이유였다. 똑같이 석촌호수에 떠 있는 러버덕과 유람선, 둘의 안전에 대한 대처가 자연스레 비교가
"정책수립은 30, 나머지 70은 홍보"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직원들에게 늘 강조하는 말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을 만들어도 국민을 설득시키지 못하면 실패한 정책이 돼 버린다는 의미다. 그러나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장의 최 부총리의 모습은 이런 지론과는 다소 고리가 멀어보였다. 자료에 바탕을 둔 충실한 설명을 통한 설득보다는 '내말이 맞다'는 주장을 반복하는 장면이 자주 연출됐다. 최 부총리는 "엔저가 얼마까지 떨어질 것 같냐"는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질문에 최 부총리는 "제가 신의 경지에 오르지 못해 그것까지는 알지 못한다. 제가 그것까지 알았으면 부자됐을 것"이라고 답했다. 보다 못한 여당의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에게까지 지적을 받았다. 정부의 세제개편에 따른 세수 귀착효과를 분석한 자료를 제출해달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세수추계를 하면 여러 가지 가정이 들어가기 때문에 가정이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받아쳤다. 이어 "가정이 필요 없는 부분만 제출해 드리겠
대전에서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A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2년 전 '옥탑방'을 중개했는데 세입자 B씨가 계약만료를 앞두고 자신이 낸 월세 모두를 A씨가 내야 한다며 협박을 해서다. 계약서와 중개대상물 확인 설명서에 서명을 누락했고 불법건축물을 자신에게 알선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B씨는 집주인에게도 불법건축물로 관청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뜯어내기까지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B씨는 불법으로 확장된 옥탑방이나 '방 쪼개기' 등을 한 다가구주택 등만 골라 입주한 후 꼬투리를 잡아 중개업자와 집주인을 협박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중개업소나 집주인 역시 불법을 저질렀기에 떳떳하진 않다. 우리 주변엔 '불법건축물'이 만연한다. 서울에만 5만7190동의 불법건축물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는 적발돼 파악된 숫자로, 적발되지 않은 것까지 감안하면 실제로 더 많을 것이라고 업계는 추산한다. 오죽하면 재정난을 겪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전담 단속반을 꾸릴 경우 이들이
"회사는 잘 나가지만 저는 이직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제 나이면 이제 떠날 때가 됐습니다" A 수입 명품 브랜드 한국법인의 10년차 직원은 이직 이야기를 꺼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위로 남아있는 한국 직원이 거의 없다"며 "조만간 직장을 타의로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근속 연수가 늘어 관리직으로 넘어갈 때가 되면 대부분 직장을 떠나는 것이 명품 브랜드 한국 직원들의 공통된 고민이라고도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법인에만 이른바 '유리천장'이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 마다 연차 차이는 있지만 관리직 직원 대부분은 해외 본사에서 온 임원들에 가로 막혀 진급이 힘들기 때문에 장기근속을 꿈도 꿀 수 없다. 특히 재무나 회계 등 핵심 업무직은 임원급으로 올라가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화려한 기업 이미지와 합리적인 사내 문화를 좇아 명품업체 입사를 선택했지만 7~8년만 근무하면 '현실적 한계'를 실감하게 된다. 관리직이 아니어도 비중 있는 직책을 맡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이미 브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