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총 8,461 건
30년 넘게 모래바람을 마신 상사맨이 있었다. 아랍어를 전공한 이 상사맨은 1977년 입사한 이래 중동지역을 누비며 플랜트, 중전기기, 비철금속, 석유화학제품을 가리지 않고 수십억달러 어치 팔았다. 중동지역 상사맨의 '교범'이었다. L상사 Y 부사장 이야기다. 사원으로 입사해 중동 실적 하나로 부사장 자리에 오른 그를 보며 상사맨들은 꿈을 키웠다. 마치 고졸 인턴사원으로 유수의 상사에 입사해 임원들 앞에서 당당히 프레젠테이션을 펼치던, 윤태호 작가의 웹툰 '미생'에 나온 장그래를 보는 듯했다. 웹툰 속 장그래는 상사와 함께 창업을 하며 해피엔딩을 맛보지만, Y 전 부사장의 말로는 그리 아름답지 못했다. 오만 정치권의 오만 국영석유공사에 대한 정치적 공격 속에, L상사가 컨설팅 비용으로 지불한 돈이 오만 석유공사 사장의 스위스은행 계좌로 들어간 정황이 포착됐다. 거래 내역에 '비리' 딱지가 붙었다. 책임자였던 Y 전 부사장은 오만 법원으로부터 지난 1심에서 3월 징역 10년의 실형과
"저는 전업주부로서 아이 둘을 키우면서 상상 이상의 피나는 노력으로 30대를 보내면서 감정평가사가 됐습니다. 40대에는 입시생인 아이들조차 내팽개치고 명예로운 감평사의 길을 걷고자 나름 최선을 다했습니다. 감평사 자격증은 엄마와 아내의 자리를 팽개치고 이뤄냈던 가족 모두의 희생이 담긴 소중한 결과였습니다.(중략) 십년이 지나 50대인 지금, 저는 이 자격증을 버리는 것이 저의 명예를 지키는 길이란 마음으로 농사꾼의 길을 가고자 합니다. 표준지 공시지가는 수십년간 감정평가사들의 모든 업무의 근간입니다. 이 업무에 참여하는 모든 평가사들은 차가운 가을·겨울 두 계절을 반납하고 정확한 현장조사를 위해 전국 방방곡곡 발품을 팔고 수많은 밤을 지새워 왔습니다.(중략) 그런데 감평사 고유의 업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표준지 조사평가업무가 예산 편성의 문제라는 이유를 들어 수십년간 조사 평가업무의 기틀을 만들고 발전시켜온 주역인 감평사들의 의견 한마디 묻지 않고 현장경험 한번 없는 공무원들의
지난 28일 석촌 지하차도 조사를 마친 조사위원회는 발표 자리에서 “운이 좋았다”는 표현을 썼다. 계속 놔뒀으면 결국 붕괴돼 백제 고분까지 무너져 내렸을 거란 이야기였다. 문제의 지하철 919 공사 구간에서 발견된 건 무려 깊이 4~5m, 길이 80m 구멍이었다. 사고 전 발견됐으니 그렇게 표현할 법도 했다. 당시 지하철 919공구를 감독한 감리원들의 부실관리 실태를 단독보도([단독] 석촌지하차도 동공, '부실감리'가 키웠다)하며 다른 공사 구간도 운이 좋았다는 걸 알게 됐다. 지하철 915~923공구까지 품질·안전 점검을 제대로 한 곳이 없었다. 월 1회 이상 해야 하는 현장 상태 점검을 적게는 2~3개월, 많게는 10개월 이상까지 빼먹은 경우도 있었다. 현장 회의를 100회 이상 빠진 경우도 다반사였다. 다행히 다른 공구에선 구멍이 발견되지 않았으니 운이 좋았던 셈이었다. 공구 전부에서 상황이 이러니 이유가 궁금했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책임감리제도에서 감리를 책임지는 인원
"부적합 철강재 유통 근절을 위한 정부차원 대책을 마련해달라" 지난 27일 철강업계 CEO들이 업계 현안간담회에서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을 만나 한목소리로 건의한 내용이다. 정상 철강재보다 10% 이상 무게가 빠지는 중국산 불량 철강재가 시장을 교란해 국민안전까지 위협한다는 우려도 터져 나왔다. 사실 지난 5월까지만 해도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 건설 철강재 제조업체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건설기술진흥법 개정시행령에 따라 부적합 철강재 사용 시 수입업체와 국내유통업체까지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이하 벌금을 부과하도록 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변하는 건 없었다. 수입철강재는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1309만톤 넘게 국내로 유입돼 역대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건설법 시행령이 개정된 5월23일 이후 들어온 H형강만도 8만8500톤이다. 형강은 50톤당 1회씩 품질안전시험을 받도록 개정돼 1770건의 검사가 진행됐어야 한다. 실제로는 4.4%에 불과한 77회만 시행됐다. 지난 27일 산업
지난주 발표된 자동차보험 할인할증제도 개편안을 두고 보험업계의 불만이 작지 않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개편작업은 9개월이란 긴 기간이 소요됐다.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제도 도입 취지가 많이 퇴색했다는 지적이다. 할인할증제도는 지난 1989년부터 현재까지 대인, 자기신체, 물적사고 등 사고 내용과 사고 크기(심도)에 따라 건당 0.5점~4점까지 차등적으로 점수를 부과하는 점수제가 유지됐다. 이번 개편안에 따라 2018년 건수제가 도입되면 사고 크기와 심도는 중요 고려사항이 되지 않는다. 단순히 사고 건수에 비례해 보험료를 더 내게 된다. "과거에 사고를 많이 낸 사람이 미래에도 사고를 낼 가능성이 높다"는 전제하에 사고발생 위험도에 상응해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 점수제 보다 건수제가 보험원리에 적합하다는 게 보험사들의 설명이다. 실제 점수제 하에서 단 한번의 사고를 냈는데 하필 외제차를 들이 받았다면? 일부로 외제차를 골라 사고를 낸 것도 아닌데 다음해 보험료 폭탄을 맞는 것은
'국정감사 일정이 당겨졌다고 했다. 올해는 두 번 실시한다고. 국감 내실화를 위해서라는 명분이었다. 여름휴가도 가야 되는데 자료요청이 쏟아진다. 야근에 야근.. '직장인의 권리'인 휴가 찾기도 어렵다. 꾸역꾸역 준비했다. 자료집 인쇄물도 준비했다. 국감장소를 마련하기 위해 사무실도 비웠다. 신경은 날카로워졌다. 국감이 취소될 수도 있다는 소문이 들리기 시작했다. 1차 국감 예정일을 1주 정도 앞둔 시점. '설마' 했다. 우리 부서원들은 단체로 '멘붕'에 빠졌다. 팀장도, 과장도 몰랐다. 전날까지도. 국감을 하루 앞둔 25일 오후, '국감 취소' 통보를 받았다. 사무실 곳곳에선 장탄식이 흘러 나왔다. '국감보다 힘든 국감 준비'를 또 한 번 겪어야 하나…'(피감기관 직원의 가상 독백) 당초 1차 국정감사는 26일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예정돼 있었다. 1주일 쯤 전부터 국감이 연기될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세월호 특별법' 문제로 여야가 대치하면서다. 결국 사상 첫 분리국
"수년전 수천만원의 정책자금을 대출받고 갚지도 않은 사람에게 또 대출을 해줘야하나요. 더 필요한 사람들도 많은데.“ 소기업·소상공인 보증기관인 지역 신용보증재단에 근무하는 한 직원의 하소연이다.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펼치며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위한 대출을 늘리라고 독려할 때마다 직면하는 ‘딜레마’라고 그는 토로했다. 정부가 재정확대 정책을 펼칠 때마다 지역 본부별로 보증서 할당량이 떨어진다고한다. “정부의 정책기조에 최대한 협조해달라”는 친절한 공문도 내려오는 것은 물론이다. 일선 직원들 입장에서는 엄청난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는 비단 신용보증재단만의 문제는 아니다.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금융 공공기관들은 모두 동일한 고민을 안고 있다. 정부자금이 시중에 많이 풀릴수록 부실률에 대한 부담은 고스란히 금융 공공기관들이 떠안아야한다.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기금건전성이나 부채현황 등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진다. 또한 정책자금 집행 현황이 늘면 ‘퍼
“당신들은 잉여인간입니다.” 세월호 유가족이 엿새째 노숙하고 있는 서울시 종로구 청운동 주민자치센터 앞 천막 농성장. 한 세월호 유가족이 26일 정오 무렵 이곳을 찾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을 향해 쏘아부친 말이다. 이 유가족은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되려면) 국회의원들이 죽어야 한다. 본인들은 너무 배부르다. 배를 곯게 해드리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야간 마라톤 의원총회에서 ‘전면투쟁’을 결의한지 12시간만에, 청와대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특별법 제정에 전면적으로 나서라”고 촉구한 지 30분만에 돌아온 유가족의 반응은 이렇게 싸늘했다. 1958년 사상계에 발표된 손창섭의 단편소설 '잉여인간'에는 세명의 동창생이 당시 상황을 대변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굴복하지 않고 주변 인물의 정신적 지주가 되는 치과의사 서만기와 현실의 부조리에 분노하고 타협하지 못해 궁핍한 삶을 사는 ‘비분강개파’ 채익준, 잘 사는 처가 덕에 돈 걱정 없이 지내지만 수동적이
지난달 3일 열린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기자간담회 공지는 다소 이례적이었다. 관례를 깨고 불과 행사 며칠 전에 공지가 됐기 때문이다. 두 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할 수 있었다. 단순한 인사자리거나 중요한 의사결정이 있거나. 결론은 후자였다. 김 회장은 그날 은행 조기통합을 공론화하면서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통합 논의는 그렇게 시작됐다. 이후 조기통합 논의는 숨가쁘게 진행됐다. 7월11일 하나금융 전체 임원이 조기통합 추진을 위한 결의문을 채택하고 같은달 17일에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이사회에서 조기통합 추진을 의결했다. 하나은행장과 외환은행장은 지난 19일 통합을 '선언'하며 조기통합 추진에 방점을 찍었다. 오는 28일에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이사회가 조기통합을 의결할 예정이다.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는 일정이지만 마침표를 찍기 위해선 남은 절차가 있다. 은행 조기통합에 반대하고 있는 외환은행 노조가 통합에 동의하는 일이다. 외환은행 노조의 입
"매각을 추진중인 동부하이텍을 바라보는 팹리스(fabless, 반도체개발전문)업체들의 마음은 착잡할 수밖에 없다." 국내 한 팹리스업체 임원의 말이다. 그는 "일부 반도체 제품 생산을 동부하이텍에 맡기고 있지만, 매각설이 나오면서 불안한 마음에 생산을 맡길만한 다른 업체를 물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동부하이텍은 2004년 동부전자와 아남반도체가 공식 합병하면서 탄생했다. 출범 당시 사명은 동부아남반도체였으나, 이후 동부일렉트로닉스 등을 거쳐 2007년부터 현재 사명을 유지하고 있다. 동부하이텍은 두 가지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첫 번째이자 유일한 파운드리 전문회사라는 것이 그것이다. 파운드리(foundry)는 반도체 전공정을 위탁받아 생산만 하는 회사를 말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국내에서 관련사업을 하고 있으나, 이들 기업은 독자 반도체 제품 비중이 높아 순수 파운드리로 분류되지 않는다. 동부하이텍은 TSMC, 글로벌파운드리즈 등 해외 업체들이 주도하는 파운드리
현대건설 사장과 효성 부회장직을 거쳤던 이종수 SH공사 사장이 공사로 자리를 옮긴 것은 2012년. 당시 SH공사는 부채에 신음하고 있었고 이는 동시에 박원순 시장에게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었다. 대기업 수장을 지내며 별 어려움이 없었던 전문경영인이 이 같은 상황의 공기업 사장에 취임하자 주변에선 '아쉬울 것이 없는데 왜 저런 곳을 가냐'는 우려와 함께 'SH공사가 확실히 변하겠구나'하는 기대를 동시에 했었다. 이 사장 취임후 2년6개월만에 SH공사는 3조2000억원의 채무를 줄이는데 성공했다. 물론 박 시장이 그토록 강조했던 임대주택 8만가구 공급에도 큰 기여를 했다.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것. 그런 그가 지난 21일 돌연 사표를 냈다. 이 사장은 지난해 초에도 사임 의사를 밝혔었다. 이유는 서울시의 부채감축에 대한 압박. 결국 박 시장이 이 사장 자택까지 직접 찾아가 마음을 돌리게 하면서 상황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공기업에 대한 서울시의 관료주의적 태도는 입방아에
"국방부 앞에서 소복 입고 난리치면 의외로 순직 처리가 잘 돼요." 군부대 내에서 발생한 자살과 가혹행위로 인한 사망사고 후속처리 과정을 여러차례 지켜본 시민단체 관계자의 말이다. 28사단 윤일병 사건이나 공군 제15특수임무 비행단 김일병 사건 등 군 당국이 사망사건 발생초기엔 은폐하기에 급급하다 유족들이 집단행동에 나서고 나서야 마지못해 해결해주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군 당국의 후속처리는 원칙도 기준도 없다는게 유가족들과 시민단체들의 지적이다. 군을 믿고 기다린 결과 가혹행위 피해자가 우울증 환자로 뒤바뀌기도 했다. 당국을 믿고 협조했던 가족들이 가정불화나 애인의 변심 등 개인 사유로 자살했다는 수사사건 보고서를 받고 뒤늦게 분개한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는 설명이다. 길거리로 나가 피켓을 들고 시민단체와 함께 집단행동에 나서고 난 후 어렵사리 순직자로 인정받는들 유가족들에겐 '상처뿐인 영광'이다. 이런 사례가 반복된다면 군을 불신하고 일단 길거리로 나가 피켓을 들라고 어깨를 떠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