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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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체면을 중시하는 나라입니다. 성공하지 않으면 인정받으며 살 수 없어요. 성공이란 고급 아파트와 외제 승용차를 갖고 있는 것을 말합니다. 베이징이나 상하이에는 이런 남자가 많아요. 결혼을 앞둔 여자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대도시에서 남자가 아파트 1채 없다면 결혼하기 힘듭니다." 얼마 전 중국 베이징시내 카페에서 만난 한 중국인 창업가의 말이다. 기자는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베이징 중관춘의 창업열기를 취재하기 위해 중국을 찾았다. 실리콘밸리의 창업가들이 말하는 "세상을 바꾸자"(Change the world)까지는 아니더라도 중국 창업가들만의 꿈과 이상을 들을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베이징에서 만난 창업가들이 말한 중국 '창업열기'의 근원은 '꿈과 이상'이 아닌 '지독한 현실'이었다. 베이징에서 가장 놀랐던 것 가운데 하나가 넘쳐나는 고급 외제차였다. 그것도 최고급 모델들이었다.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숫자 '8'을 연상시키는 로고 때문에 중국인들이 유난히 좋아
꼭 10년 전인 2001년 11월 30일. 골드만삭스의 한 영국인 이코노미스트가 브릭스(BRICs)라는 생소한 용어를 제시했다. 현재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회장인 짐 오닐이었다. 그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머릿글자를 차례로 묶어 이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그는 '세계는 더 나은 경제 브릭스(BRICs)를 원한다'는 보고서에서 4개국이 앞으로 세계 경제의 주인공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견했다. 당시만 해도 상당부분 베일에 가려 있던 중국이나 소련 해체 뒤 모라토리엄까지 겪은 러시아가 세계 경제의 단단한 벽돌(brick)이 되리라는 전망은 꽤 이례적이었다. 그러나 브릭스 4개국의 성장은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대로 '승승장구' 그 자체였다. 짐 오닐이 최근 텔레그라프 기고에서 "딱 하나 후회스러운 것은 좀 더 과감하게 전망하지 못한 일"이라고 밝힐 정도다. 중국은 국내총생산(GDP)에서 일본, 독일을 제치고 세계 2위로 올라서 최강대국 미국을 위협할 정도로 '굴기'했다. 러시
"한국의 ETF 시장이 양적 성장을 이뤘다지만 레버리지, 인버스ETF에 몰린 쏠림 현상을 개선하지 못한다면 질적 성장은 불투명해 보입니다." 올해 2회째를 맞는 '글로벌 ETF 컨퍼런스'에서 조셉 호 크레딧스위스 에셋매니지먼트 상무는 국내 ETF 시장에 대해 냉혹한 평가를 내렸다. 전세계적으로도 위험 상품으로 꼽히는 레버리지 및 인버스 ETF가 한국에서는 일찍부터 금융당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아 지난해부터 거래가 본격적으로 이뤄졌고, 단타를 노린 개인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레버리지, 인버스ETF 에 뛰어든 투자자들이 급증, 'ETF종목 100개 시대'를 맞았다. 설정액도 10조원으로 늘었다. ETF 컨퍼런스를 주최한 한국거래소는 3년 안에 세계 10위권에 진입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레버리지와 인버스ETF의 거래대금 비중이80%에 달하는 현실은 거래소가 초청한 외국 전문가가 보기에도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소수 종목으로의 쏠림 현
A는 십수년간 빵을 만들어 온 경험과 제빵자격증도 갖고 있지만 밑천이 모자랐다. 반면 B는 돈이 있지만 `기술'을 갖고 있지 않았다. 이들은 이해관계가 맞아 빵집을 인수해 동업했지만 1년도 못돼 가게 문을 닫았다. 손님이 없어서가 아니다. 서로의 몫이 작다는 불만이 쌓이자 갈라서게 됐다. 이처럼 동업관계로 사업을 벌이다가 감정의 골만 깊어진 채, 접는 경우를 주변에서 심심찮게 본다. 명확한 `계약관계'보단 서로 믿음이 있다고 착각한 `이해관계'가 파국을 부른 사례다. 하이마트 경영권을 놓고 최대주주인 유진그룹과 전문경영인이자 2대주주인 선종구 회장 간 벌이는 분쟁이 딱 그 짝이다. 법인 간 `동업'인데도 마치 개인 간에 벌어지는 행태를 보고 있는 것 같다. 선 회장에 대한 `경영권 보장'의 사실여부를 두고 양 측이 연일 폭로전을 펼치며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지만 `시시비비'를 쉽사리 가릴 수 없는 형국이다. 업계에선 이번 `진실게임'의 시발점으로 유진그룹이 사실상 선종구 회장과 공동
"현대캐피탈→농협→SK컴즈→넥슨→?" 올들어만 굵직한 해킹사고가 벌써 4번째다. 이제는 성인 남녀부터 이제는 초등학생까지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개인정보가 빠져나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일차적으로 개인정보 유출 기업들에게 비난의 화살이 쏠린다.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이 있는 만큼 이들 기업에 대한 질책은 너무나 당연하다. 문제는 과연 이들 기업에게만 돌을 던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최근 개인정보 유출사고를 겪었던 SK컴즈와 넥슨의 경우, 규모 대비 보안 투자면에서 크게 뒤쳐지지 않았던 곳들이다. 일각에서 이들 기업에 대한 '동정론'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과거 호기심이나 영웅심리 차원에서 이뤄지던 '해킹'이 돈벌이 수단으로 변질되면서 최근 사이버 공격이 보다 정교하고 끈질긴 타깃공격(APT) 형태로 진화되고 있다. 아무리 든든한 '철옹성'이라고 하더라도 작심하고 달려드는 해커에게는 장사가 없다는 말도 나온다. 실제 미국 주요 정
"뼛속까지 친미인 대통령과 통상 관료들이 서민과 나라 살림을 팔아먹은 2011년 11월 22일, 난 이날을 잊지 않겠다." 지난 2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강행 처리 직후 인천지법의 최모(45) 부장판사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반향은 엄청났다. 부장판사의 신분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 같은 글을 올려도 되는지, 또 "뼛속까지 친미" "나라 살림을 팔아먹은" 등의 표현이 적절한지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최 부장판사를 옹호하는 진보진영 인사들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SNS는 소수 친구나 회원만 공유하는 사적공간'이라는 입장이다. SNS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것은 사생활 영역으로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 실제로 최 부장판사의 페이스북 친구는 당시 300여명이었다. 겨우 300여명의 친구에게 자신의 의견을 밝힌 것이 문제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최 부장판사의 거친(!) 표현에 대해서도 '법관도 사회 이슈에 대해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표출할 수 있어야 한
"한국 지적재산권 시장은 성장가능성은 크지만 시장규모는 주목할 만한 수준이 아닙니다. 그러니 지재권을 특기로 삼을 분은 우리 로펌에 와도 키워드릴 수 없습니다" 최근 연세대학교 로스쿨 취업설명회에서 재학생들을 만난 한 로펌 파트너 변호사의 말이다. 이 말은 한국 지재권 시장의 현 주소를 보여준다. 미국에서는 소송가액 기준 지재권 시장 규모가 M&A에 이어 2위를 차지할 정도로 크지만 한국에서는 '돈 되는 시장'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사직한 지 1달도 되지 않은 경쟁사의 직원을 고용하거나 타 기업의 제품을 모방하는 것이 흔하다. 경쟁사의 핵심 직원을 채용해 영업 비밀을 빼내도 소송가액 몇 억대에 그친다. 지재권에 대한 법적, 사회적 인식이 희박한 것이다. 때문에 이번 코오롱인더의 미국 1조원 배상 판결은 업계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국내 업계에서는 후발주자의 시장진입을 막기 위해 거대기업이 흔히 사용하는 '법적 견제'라는 인식이 적지 않았고, 피고인 코오롱 측이
"지금은 시간이 없는데요, 내일 또 와볼 수 있을까요." 머니투데이가 최근 개최한 '우량기업 취업설명회' 첫 날, 한 여학생이 아쉬운 듯 이같이 말했다. 이날 경희대 국제캠퍼스에선 이 행사 외에 LG전자, 삼성SDS, 한화 등 대기업들이 인턴사원 채용설명회가 열렸다. 그는 애초 LG전자 부스를 찾고 있었다. "그곳 보신 후 한번 들러보세요. 전자업종에 우량기업이 많습니다." 기자의 이런 '설득'에 "그럼 딱 1곳만 볼게요"라며 반도체 장비업체 창구에 들렀다. 처음에는 곧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기세였던 그는 기업 인사담당자와 대화를 한 후 진지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대화는 20분을 훌쩍 넘겼고 그는 이후 기자에게 "다른 회사도 추천해주세요"라고 요청했다. 이후 추가로 3개 전자회사 인사담당자와 만났다. 1시간 지나고 나서 다시 기자를 찾은 그는 "다른 일정이 있어 떠나야 하는데 혹시 내일까지 진행하나요"라고 되물었다. 경희대를 시작으로 한양대, 건국대, 중앙대 4개 대학에서 진행한
국제금융시장 불안이 장기화되면서 은행권에서 '한국은행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달러 자금을 지원해 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은행들이 달러 조달 금리가 올라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외환보유액을 쌓아놓고만 있기는 아깝다는 것이다. 외환보유액은 한 나라가 비상시 실탄으로 활용할 수 있는 대외 지급자산을 의미한다. 실제 지불능력이 있고 없고를 떠나 한 나라의 금융시장이 총체적 유동성 위기를 맞을 때, 중앙은행이 사태 해결을 위해 쓰는 것이 바로 이 외환보유액이다. 그래서 중앙은행을 최종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라고 칭한다. 각 기관이 아무리 비싼 돈을 줘도 자금 조달을 할 수 없을 때 나선다는 얘기다. 은행권의 논리는 기왕에 위기를 위해 쌓아놓은 자금이니 묶어두지 말고 미리 국내 은행을 좀 도와달라는 것이다. 가령 한은이 국내 은행들과 커미티드라인(비상시 달러공급을 사전 약속)을 계약하면 해외 신용도가 높아져 달려 조달비용을 낮출 수 있고 혹 조달을 하지 못해도 한
"잘 몰라서 묻는 건데, 한나라당에서 파견되신 분, 맞죠." 제1야당을 이끌고 있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소셜네트워크시스템(SNS)에서 조롱의 대상이 됐다. 지난 2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 강행처리가 이뤄질 때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던 손 대표에 대해 24만명이 넘는 폴로어를 보유한 소설가 공지영 씨는 트위터에 이렇게 일침을 놨다. 민주당은 공씨가 사실 확인 없이 손 대표를 비하한 것이라며 항의했지만 SNS에는 "무엇이 문제인지 민주당이 아직 분간하지 못하는 것 같다"라는 의견이 다수다. 그간 민주당 지도부가 보인 한·미 FTA 반대는 다분히 정략적이라는 인상이 짙었다. 민주노동당 등 다른 야당을 통합의 울타리로 끌어들이기 위한 목적이 첫째였다. 지도부가 한·미 FTA와 관련한 의원총회를 2차례나 열었지만 찬반에 대해 무기명 투표를 하자는 '협상파들'의 요구는 일축한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비준안 저지를 위해 야권 공조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야권 공조를 깨
"한국업체와 다시는 일하고 싶지 않아요." 지난달 19일 싱가포르에서 만난 현지인 A씨는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A씨는 국내 한 건설사의 싱가포르 현장 회계팀에서 일한다. 업계에서 흔히 말하는 '로컬(Local) 채용 인력'이다. A씨가 한국업체에서의 일을 힘들어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기업내 군사문화 때문이다. 기업이란 조직의 특성상 어느 정도의 상명하복은 피할 수 없지만 한국업체는 정도가 심하다는 것이다. 특히 본사에서 파견된 직원과 같은 시간을 일하고도 절반 수준의 임금밖에 받지 못한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그는 "지금까지 일본, 중국 등 여러 국가의 회사와 일해봤지만 (한국업체가) 가장 힘들다"며 "한국 건설사는 외부에서 보기에는 훌륭해도 함께 일하기는 두려운 존재"라고 말했다. 걱정스런 부분은 이 지점이다. 싱가포르 현지인이 한국 건설사를 기피하면 이는 고스란히 경쟁력 저하로 돌아올 수 있다. 성공적인 프로젝트 수행의 전제조건인 우수인력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요즘
한국 의회는 무력(無力)하다. 의회의 제 몫인 갈등 조정 능력도 없지만 때마다 무력(武力)을 아끼지 않는다. 최근 우리 사회의 최대 갈등 현안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의회에서 너무도 무력하게, 사실상 무력으로 비준됐다. 해외 언론도 한국 의회의 무력을 알고 있다. 지난 22일 국회가 한나라당 주도로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강행처리한 직후 대부분의 보도기사들은 사회·경제적 분석과 평가보다는 국회의 비준안 처리 과정에 주목했다. 여당이 일방적으로 표결을 강행하고 최루탄 소동이 벌어지는 등 혼란 속에서 비준안이 통과됐다고 전한 기사들이 많았다. AP는 한나라당이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민심 이반을 우려해 당초 비준안 처리를 강행하지 않았지만 결국 야당의 저항을 뚫고 비준안을 처리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한나라당이 물리적 충돌을 피하기 위해 갑작스럽게 표결 일정을 잡아 다수당 지위를 이용해 비준했다고 전했다. 또 외신에 빠지지 않았던 것이 한 야당 의원의 '최루탄 살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