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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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아닙니다. 사실과 전혀 다릅니다." 지난 21일자 3면 `홈플러스 내달 편의점 CVS플러스 시작' 기사가 나가기 하루 전날 자정까지 홈플러스 홍보실에선 편의점 진출 사실에 대해 강력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기사가 나가고 하루가 지나 홈플러스의 한 임원은 "성수동에 (편의점) 테스트점을 오픈하고 시장의 향후 반응을 지켜볼 예정"이라며 기사의 내용이 맞다고 바로 인정했다. 홈플러스는 왜 며칠도 못갈 `거짓말'을 했을까. 기업형 슈퍼마켓(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경우처럼 시민단체와 중소상인 반발 등 반대여론을 의식해서다. 그동안 SSM 사업에서 홈플러스가 마음고생을 한 점을 감안하면, 그토록 편의점 진출 사실을 부인한 점이 한편에선 이해가 간다. 그러나 이는 분명 짧은 생각이다. 홈플러스 SSM 사업의 문제는 출점 그 자체가 아니었다. 사업 확장 초기, 세상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사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만 했기 때문에 결국 거센 반대 여론에 부딪혔던 것이었다. 2007년
법인화에 반대하며 점거 농성을 벌이는 서울대 학생들과 대학 측의 팽팽했던 줄다리기가 지난 26일 일단락됐다. 소통 부재가 이번 사태를 촉발시켰다는 점에서는 '광우병 파동'과도 유사한 측면이 있다. 3년전인 2008년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광우병 파동' 때 자주 거론됐던 원칙 가운데 하나가 '사전 예방의 원칙'이다. 어떤 사안이 안전하다고 확증될 때까지는 불안전한 것으로 간주, 만일의 사태 예방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대 총학생회가 지난달 30일 6년 만에 성사된 비상총회에서 기습적으로 행정관을 점거하게 된 것은 일차적으로 대학 측의 책임이 크다는 시각이 많다. 앞서 교직원들의 점거 농성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음에도 구성원 설득에 다소 안일한 자세로 대처해온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 진행 과정에서도 대학 측의 소통 노력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왔다. 본부 측은 총학생회와의 3번에 걸친 '끝장 토론'을 벌이면서도 장소와 참석자 명단을 비밀에 부
한나라당이 7·4전당대회를 앞두고 격렬한 네거티브전(戰)에 휩싸였다. '줄세우기' 논란이 증폭되면서 계파갈등이 수면 위로 재부상했다. '특정 계파'가 차기 공천을 들먹이며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에게 '특정 후보'를 지원하라고 위협했다는 홍준표 후보의 주장에 한나라당이 휘청거리고 있다. 홍 후보가 말한 '특정 계파'는 최근 구(舊)주류로 몰린 친이(친이명박)계, '특정 후보'는 원희룡 후보라는 게 안팎의 중론이다. 구체적인 물증도 공개하지 않았지만 '공작정치설(說)'은 전면전을 앞두고 서로를 탐색하던 후보 간 '비방 물꼬'를 텄다. 나경원·남경필 후보는 기다렸다는 듯 '계파선거 타파'를 촉구하며 원 후보와 홍 후보를 싸잡아 비난했다. '특정 후보'로 지목된 원 후보는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을 줄 세우려 한 장본인은 홍 후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홍 후보가 지목한 '특정 계파'를 주도하는 이재오 특임장관도 "가만히 있는 사람을 끌어다 온갖 욕설을 하는 게 부패 아니냐"며 분통을 터
얼마 전 다녀온 홍콩의 3박4일 출장은 날씨와의 씨름이었다. 기온은 35도를 넘나들고, 습도는 연중 최고 수준인 85%를 웃돌았다. 숨이 턱턱 막히는 가운데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모기를 발견하지 못한 것. 고온다습한 홍콩의 기후는 모기가 번식하기에 '최적의 환경'일 텐데 모기를 만나지 못했다. 너무 습도가 높아 되레 모기도 살기 어려운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현지 관계자가 의문을 쉽게 풀어줬다. "정부가 워낙 방역작업을 철저히 하는 덕분입니다." 그는 "하수도 내 소독작업을 정기적으로 꼼꼼히 실시하는 데다 조금이라도 물이 고이면 바로 제거해 모기가 발을 붙이기 어렵다"며 "홍콩을 조금만 벗어나면 금방 모기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에서 지하철을 타고 20분을 달려 중국 광둥성 선전시에 가자 홍콩의 강점(?)은 바로 확인됐다. 중국 최초의 경제특구로 높은 소득을 자랑하는 선전이지만 홍콩과 '공기'의 차이는 컸다. 홍콩만큼 높고 멋진 건물이 많았으나
"어릴 때부터 1000원 짜리 공연에 익숙해지면 공연은 공짜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지난달 열린 '연극·뮤지컬계 현장전문가 간담회'에서 뮤지컬 '김종욱 찾기'의 장유정 감독이 한 말이다. 정부는 매달 청소년들이 1000원에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관객의 날'을 지정해 지난달부터 전국 97개 공연장에서 첫 선을 보였다. 이와 별도로 세종문화회관은 2007년부터 '1000원의 행복'이란 타이틀로 1000원 짜리 공연을 3년째 열고 있다. 문화생활을 위한 국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1000원 짜리 공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음악CD나 책값이 1만원이 넘고 조조영화도 대부분 5000원인데 현장에서 생생하게 즐길 수 있는 공연에 1000원이라는 값을 매긴 것은 초대권 문화를 없애보겠다고 발버둥친 공연 관계자들에겐 찬물을 끼얹는 제도라는 것이다. 이들은 국내 공연계가 괄목할만한 성장을 하고 있는 시점에서 정부가 1000원 티켓 제도를 만들게 아니
숭례문 오거리에서 신호등에 걸려 서 있으면 노란 표지판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역주행 주의'. 큼직한 붉은 글씨가 눈길을 끈다. 역주행으로 인한 사고가 적지 않았음을 짐작케 하는 표지판이다. 참 이상한 표지판이다. 역주행으로 인한 사고 발생이 높은 환경이라면 주의 표지판을 세우는 대신 역주행이 발생하지 않도록 바꿔야 정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역주행 주의' 표지판이 비단 숭례문 오거리에만 있는 것 같지 않다. 요즘 저축은행과 관련된 지역(?)에는 죄다 주의 표지판만 있다. 최근 만난 A저축은행 관계자는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인데, 갈수록 부실 저축은행이 되는 방향으로 내모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저축은행의 예금보험료율 인상을 두고 한 말이다. 그는 보험료율 인상이 건전경영을 유도하기보다 부실저축은행의 예보 소요분을 현재 남아있는 정상 저축은행에 떠넘김으로써 더욱 부실 위험 속으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저축은행이 부담하고 있는 예금보험료는 0.35%다. 이는 은행이 0
#1998년 8월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 아반떼룸. 당시 야당 국회의원들과 노동부 장관,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작고)이 자리를 함께했다. 이들이 정 회장을 찾은 것은 정리해고 인원을 대폭 줄이고 노조의 요구를 수용해달라고 요청하기 위해서다. 당시 울산 현대차 공장은 정리해고에 반발하는 노조 파업으로 3개월 가까이 가동이 중단된 상태였다. 1조원에 가까운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버티던 정 회장이었지만 정치권의 압력에 결국 백기를 들었다. 공권력 투입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막았지만 후유증이 상당했다. 직접적인 피해액만 1조7000억원에 달했고 300개 협력업체가 부도를 맞았다. 특히 현대차 파업은 그해 2월 노·사·정 대타협으로 도입된 정리해고제도가 제대로 정착될 수 있을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시험대였다. 현대차 처리 과정을 지켜보던 외국인투자자들은 "아직 멀었다"며 투자를 계속 미뤘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도 정치권에 노사분규 현장에 지나친 개입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했다. 현대차 노조는 그 이
'꾼'에게 특혜를 제공하고 수수료만 챙기는 증권사, 용역을 발주하고 뒷돈을 받은 한국거래소 직원...여의도 증권가가 연일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검찰은 23일 주식워런트증권(ELW) 전문 거래꾼 스캘퍼(초단타 매매자)들의 불법적인 매매 행태와 관련, 12개 증권사의 대표들을 무더기로 기소했다. 소환 대상 증권사 대표들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증권사의 사장들이 대부분 포함됐다. 금융기관들 입장에서는 '관행'이고 '과장'일수도 있다. 증권사들은 칼날을 너무 높이 들어 올렸다며 검찰의 대표 소환에 불만을 드러냈다. 관행처럼 해오던 일로 대표까지 소환하는 건 과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개미들만 당한다"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ELW 투자들에게 이런 이야기가 들어갈지는 모를 일이다. 관행이든 아니든 '스팰퍼'(일반 개인 투자자들의 시각에서는 '꾼'이다)들은 막대한 이익을 챙겼고 증권사도 상당한 수수료 수입을 올렸다. 이 때문에 '꾼'이 아닌 일반 투자자들은 손해를 봤다는게 검찰의 시각이다. 일반
# 지난 12일 엄연히 서울 강남의 한 지역인 개포동에서 불이 났다. 100여 가구가 불에 탔다. 재산피해액은 6500만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한 가구당 피해액은 대략 65만원이라는 말이 된다. 자활근로대마을로 불리는 판자촌이었고 고물이나 파지를 모으는 일이 주민들의 주업이었다. 이 곳 주민들은 전재산 '65만원'이 잿더미로 변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 14곳의 상점이 불탔다. 재산피해는 5억원이 채 안 되는 4억8000만원이라고 발표됐다. 점포당 피해액은 4000만원이 채 못 된다. 지난 3월 발생한 대전의 전통 시장인 중앙시장 화재 얘기다. 공유지를 불법(?) 점유한 개포동 주민들은 차치하고라도 중앙시장 상인들은 보험혜택이나 제대로 된 피해 보상을 받았을까. 개인 사정에 따라 미미한 차이는 있겠지만 정답은 ‘아니요’다. 대부분 재래시장은 화재에 극히 취약하다. 복잡한 미로식 통로 구조로 소방차 진입도 쉽지 않고 포장재, 화학섬유 등의 연소로 고열과 유독 가스 발생도 많다.
한국이 곤히 잠들었던 22일 새벽, 유럽에선 두 명의 총리가 불명예 사퇴위기에서 기사회생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하원 신임투표에서 가까스로 승리, 2013년까지 임기를 채울 수 있게 됐다. 탈세, 횡령, 미성년자 성매매 등 추문을 달고 사는 데다 사퇴위기를 여러 번 맞은 터라 이번만큼은 빠져나가기 어려워보였다. 하지만 그는 이번에도 살아 돌아왔다. 글자 그대로 '불사신'이다. 몇시간 뒤 아드리아해 건너편 그리스 국회의사당에선 새 내각에 대한 신임투표가 가결됐다. 300석짜리 의회에서 불과 12표 차이였지만 이긴 건 이긴 것이다. 바짝 긴장했던 게오르그 파판드레우 총리는 활짝 웃었다. 두 총리의 생존법은 각자 달랐다. 베를루스코니는 보수정당과 타협, 감세정책을 약속하고서야 지지를 약속받았다. 반면 파판드레우는 야당에 거국내각을 제안했다 거절되자 정면돌파를 선택, 개각을 단행하고 재신임을 물었다. 하지만 이들 앞에 만만찮은 과제가 산적했다는 사실은 똑같다. 우선 베를루
"제가 어떻게 압니까. 제주지방법원에 통화해보세요. (뚝)." 사업의 근간인 제주도 호텔과 카지노가 경매로 팔리기 직전인 티엘씨레저 상근이사와의 통화 내용이다. 증시에서 퇴출된데 이어 빚에 쫓겨 핵심자산을 뺏기게 생긴 회사의 경영진치곤 너무 침착했고 답변엔 성의가 없었다. 21일 제주지방법원은 호텔·카지노 운영업체 티엘씨레저의 제주도 더호텔과 베가스카지노의 감정가격이 383억8231만원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채권자인 에스피홀딩스가 티엘씨레저를 상대로 신청한 부동산 임의경매 개시 결정과 관련, 최저입찰가격이 확정된 것이다. 이에 따라 티엘씨레저의 호텔과 카지노는 다음달 11일 토지와 건물이 일괄 매각될 예정이다. 침착한 경영진과 달리 소액주주연대는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이날 소액주주연대는 제주도까지 찾아가 기자회견을 열고 감정가가 턱없이 낮다고 호소했다. 호텔 카지노는 대부분 호텔 내 사업장을 임대해 운영하지만 더호텔의 경우, 제주도내에서 유일하게 호텔이 직영으로 운영하는
심각한 '자기모순'에 빠진 것 같다. 정부가 최근 잇따라 내놓는 경제정책 얘기다. 서민 체감경제 악화 등 '발 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가 임기응변식으로 대응에 나서면서 앞뒤 안 맞는 정책목표를 동시에 내놓는 등 표류하고 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장·차관들은 지난 17∼18일 이틀 간 머리를 맞대고 내수활성화 대책을 논의했다. 겨울방학을 단축하는 대신 봄·가을방학을 신설하고, 대체공휴일제를 도입하거나 공공부문에 우선적으로 서머타임제를 적용하는 방안 등이 나왔다. 여가생활을 늘려 '삶의 질'을 높이면서 소비를 촉진하면 내수 진작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한마디로 '돈 쓸 시간을 늘려 소비를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여가시간을 늘려 소비를 진작하려면 우선 가계 대부분에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한다. 내수가 위축되는 근본 이유는 서민층이 쓸 돈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서민층과 중소자영업자들은 빚더미에 허우적대고 있다. 국민 한 사람당 부채는 1918만원으로 1인당 명목국민소득(GNI)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