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총 8,404 건
"이웃나라에서 발생한 사고였는데도 (원전 안전 관련자들이) 정신을 못 차리더라구요. '만약 이번 일이 국내에서 발생했다면 어땠을까'를 생각하니 아찔하더라구요." 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의 원자력발전소에서 사고가 난 지 일주일쯤 지난 후 국내 원자력 안전 및 방재 분야를 책임지고 있는 한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실제로 이번 사고가 난 후 우리 정부가 했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현지 상황 파악과 교민들의 안전 확보, 그리고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취재차 통화를 해 보면 "우리도 일본과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통해서 듣는 것이 전부"라는 말이 반복됐다. 또 인근 교민들에 대한 대피나 귀국권고 등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일에 대해서는 'F학점'이었다. 사고 초기 "한국은 안전하다"만 반복하다가 국민들의 불안감이 한껏 확대되고 나서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공개했다. 왜 처음부터 그
"일본 정부와 경찰 등 당국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한국의 구조대 파견에 감사를 표시했고, 구조대가 보여준 열의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최근 일본 동북부 지역에서 교민 지원 활동을 벌이다 귀국한 외교통상부 직원의 말이다. 외교부 직원의 공치사(功致辭)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리 구조대의 활약상을 살펴보면 공감이 간다. 오죽하면 일본 언론들이 일제히 "한국 구조대가 일본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찬사를 보냈을까 한국 긴급구조대는 해외 구조대로는 가장 먼저 일본에 파견돼 가장 마지막까지 구조 활동을 벌였다. 지난 12일 선발대인 119구조대원 5명과 구조견 2마리가 해외 구조대로는 중 처음으로 최대 지진 피해 지역인 센다이 지역에 급파됐다. 11일 일본 동북부 지역을 대지진과 쓰나미가 휩쓸고 간 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서다. 정부는 일본이 구조단 파견을 요청하기도 전에 100여 명의 구조단을 즉시 파견할 수 있도록 대기시키는 성의를 보였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일본 측이 당초 피
카이스트(KAIST)는 한국 영재교육의 요람이다. 고급 과학기술 인재의 양성과 국가 과학기술의 첨단화를 위해 설립된 특수 국립대학이다. 이같은 영재의 요람에서 3달 사이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속칭 '엄친아'들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진 것이다. 지난 20일 오후 6시35분쯤에는 카이스트 2학년에 재학 중이던 김모씨(19)가 경기 수원시 영통구 한 아파트 앞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는 지난 19일 오후 자신의 블로그에 '우울하다, 힘들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A4 한 장 분량의 유서에는 '여동생과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지난 1월에는 조모씨(19)가 다량의 수면제를 복용하고 스스로 생을 포기했다. 전문계고 출신 '로봇영재'로 카이스트에 입학해 유명세를 탔던 조씨는 성적부진과 여자친구와의 결별 등으로 힘들어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평점 3.0 미만인 학생에게 부과되는 '징벌적 수업료'는 여론의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반면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의 2박3일. 가는 곳마다 취재진과 인파가 몰렸고 말 한마디에 시장이 들썩거렸다. 특히 버핏의 투자회사인 대구텍이 있는 대구시는 버핏의 방문을 지역경제 활성화 기회로 삼겠다며 '국빈 대접'을 펼쳤다. 20일 버핏이 도착한 대구공항에는 늦은 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복 차림의 주부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대기했다. 대구시향의 실내악 연주까지 준비됐다. 1시간전부터 공항에 나와 대기했던 김범일 대구시장은 아예 1박2일을 버핏에게 '올인'했다. 숙소인 인터불고 호텔에서도 방까지 직접 배웅을 하고 다음날 예정에 없던 조찬을 마련했다. 조찬 후 기자들에게 "첨단복합의료단지 사업에 대해 관심을 표명했다"며 "긍정적으로 함께 투자하는 방안을 논의해보기로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 말을 들은 기자들은 버핏의 대구시 의료사업 투자 가능성에 대한 기사를 일제히 전송됐다. 그러나 반나절도 안돼 기대는 무산됐다. 버핏이 기자회견에서 "의료사업은 흥미진진하고 중요한 사업"이라며
전국 아파트 전셋값(KB국민은행 기준)이 100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가 올들어서만 2차례나 내놓은 전·월세시장 안정대책을 무색하게 한다. 전세난이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정치권이 가세했다. 민주당에 이어 최근 한나라당도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를 검토하고 나선 것이다. 전·월세 대출금 지원을 강화하거나 임대아파트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으로는 당장 전세난을 해결하는데 '약발'이 먹히지 않아서다. 우회하지 않고 전세난의 핵심인 '가격'을 정조준하려는 의도다. 그런데 반감이 만만치 않다. 국가가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다. 일부에선 위헌 소지를 거론하기도 한다. 전·월세 상한제가 어떤 식으로 도입될지 미지수지만 본질은 재산권 침해와 거리가 있다. 현재 논의되는 대로라면 집주인이 전·월세를 재계약할 때 일정 비율 이상 올려받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소유권 관련 행사 자체를 막는 게 아니라 수익의 일부를 제한한다는 게 정확하다. 이자율이나
"대입전형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부담이 낮지 않은 상황에서 복수시행을 실시할 경우 수험생의 시험 부담이 오히려 증가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수용했다." 지난 1월말 교육과학기술부가 2014학년도 수능 체제개편 방안을 발표하면서 '연 2회 실시 유보' 결정을 내린 배경을 설명한 대목이다. 그로부터 한 달여 뒤. 교과부는 '수능-EBS 연계 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올해 수능을 쉽게 출제해 영역별 만점자가 1% 수준까지 나오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수능 연2회 실시'와 마찬가지로 수험생 시험부담 완화 차원에서 나왔다. 두 발표는 따로 떼놓고 보면 별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연계시켜서 보면 논리적 모순이 드러난다. '연2회 실시 유보' 결정의 배경에는 2013년에 가서도 수능이 대입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란 인식이 깔려 있다. 2013년에 별로 줄어들지 않을 수능의 영향력이 올해라고 해서 줄어들 이유가 없다. 일반전형의 경우 수시건 정시건 수능이 당락을 좌우하는 것이 입
'순망치한(脣亡齒寒).' 한일 전자산업의 역학 관계가 그렇다. 일본은 반도체·액정표시장치(LCD)·각종 전자기기 등 글로벌 시장에선 둘도 없는 경쟁자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주요 부품·소재를 의존하고 있는 핵심 조달국이기 때문이다. 전자 분야의 국산화가 상당히 진척됐다고는 하지만 원자재를 비롯한 핵심 부품소재는 여전히 일본 의존도가 높다. 코트라에 따르면 작년 전자부품의 대일 수입금액은 68억 달러 규모로 전체 부품소재 대일수입액 중 비중(17.8%)이 가장 높다. 지난 11일 규모 9.0 강도의 대지진과 쓰나미가 일본 열도를 강타했을 당시 국내 전자업계가 크게 긴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이번 지진피해로 수많은 일본 전자업계도 크고 작은 피해를 입었다. 소니는 리튬이온전지, IC카드 등을 생산하는 미야기현, 후쿠시마현의 6개 공장 가동이 침수피해를 입었다. 샤프 역시 도치기현 LCD TV 조립공장의 가동이 중단됐다. 소니케미컬, 교세라, 알프스전기, 무라타제작소 등 전자부품 소재업
"고객님, 가입하시면 현금 30만원을 드리고 인터넷TV(IPTV) 3개월이 무료예요." 지난 주 기자는 A통신사로부터 이 같은 전화를 받았다. 지금 서비스를 받는 통신사를 바꿔 A사의 집전화, IPTV, 인터넷 등을 묶은 결합상품을 이용하면 월 이용료도 더 싸고 기존 통신사 위약금조로 30만원도 바로 계좌이체 해준다는 내용이었다. '현금'을 내세우며 기존 통신사 해지 등 번거로운 작업도 대신해주겠다는 직원의 살가운 목소리에 혹했지만 뭔가 개운치 않아 전화를 끊었다. 이틀 뒤, A사의 다른 직원에게서 전화가 왔다. 동일하게 상품 가입을 권유하는 내용이었지만 이번에는 현금 20만원을 준단다. 똑같은 A사의 정책이 왜 다르냐는 질문에 "30만원 준다는 데는 개인 사업자가 하는 데라 믿으면 안된다"며 본인은 본사 고객센터 직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다음주부터 본사 정책이 바뀌어 현금 대신 사은품을 주기 때문에 현금을 받고 싶으면 지금 가입 신청을 하라"고 독촉했다. 신학기를 맞아 통
평온했던 일상을 덮친 일본 대지진의 참사가 벌어진 지 사흘째 되던 지난 13일. 명동 인근에 있는 한 편의점을 찾았다. 일본 대지진으로 명동 상권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에 명동 일대 백화점, 화장품·의류 매장, 식당 등을 돌며 현장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 쪽은 어떨까 해서 들러본 매장이었다. 평소 일본 손님의 이용이 잦았던 곳인데 이날 일본인 손님은 한명도 없었다. 대신, 직원만 네 명이나 나와 매장을 지키고 있었다. 손님이 없는데도 이날 매장 직원들이 총출동한 이유는 화이트데이를 하루 앞둔 날이었기 때문이다. 편의점 업계에서 화이트데이는 최고 대목으로 통한다. 편의점 직원들은 하루 전부터 '결전의 날'을 위해 물량확보, 매대 설치 등 제반 준비로 바쁘다. 'D-데이'가 밝으면 편의점 앞은 화이트데이 판촉전으로 그야말로 난리가 난다. 편의점앞 길까지 막아설 정도로 큰 매대를 설치하고 핑크 일색의 사탕·초콜릿 바구니와 판매직원들의 호객행위가 편의점 앞을 지나가는 '남
"차일피일 미뤄오던 난제가 결국에는 터져버린 거죠. 몇 년 동안 지켜보고 있는 우리도 우리이지만, 이쯤 되면 론스타도 진저리를 칠 것 같습니다." 외환은행과 대주주인 론스타, 이들 사이에 끼어있는 하나금융, 그리고 금융당국이라는 '4각 편대'를 멀찍이서 바라보던 한 금융지주사 임원의 말이다. 2003년 외환은행 지분 51%를 인수한 뒤 대주주 자격이 없다는 비판을 받아온 론스타가 금융당국과 지루한 공방을 벌인 8년은 국민들에게나 당사자들에게나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금융위원회는 16일 '론스타는 금융자본이 맞다'는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대주주 적격성 여부에 대한 판단은 미뤘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주가조작 혐의에 대한 법률적 판단이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하나금융이 목 빠지게 기다리던 외환은행 인수 승인 건은 이날 회의에서 얼굴도 못 내밀었다. "언제 논의하게 될지 확실하지 않다"는 무책임한 답이 대신 돌아왔다. 금융위의 이런 태도는 '조심스러운 행보'임이 분명하지만 '책임
"리콜 위기를 이제 넘기나 싶었는데 지진과 쓰나미 입은 피해를 극복하는데 또 얼마나 걸릴 지 걱정입니다" 최근에 만난 한 일본차업체 임원의 하소연이다. 지난 2년간 리콜 문제에다 엔고 여파로 국내에 진출한 일본차업체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판매량 자체는 예전에 비해 크게 줄어들지 않았지만 사실 남는 게 없는 장사였다. "지금도 현대·기아차와 경쟁이 버거운데 앞으로 더 힘들어질 지도 모르겠네요"라는 푸념도 이어졌다. 차분하게 사태를 수습하는 일본업체들을 보면서 그들의 경쟁력을 새삼 확인하게 됐다. 토요타는 지진 발생 즉시 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닛산과 혼다도 마찬가지다. 부품업체들이 타격을 입어 당장 공장을 가동하기 힘든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겠지만 주된 이유는 종업원의 안전을 염려해서다. 닛산의 경우 지진 직후 본사를 개방해 지역 주민들에게 쉼터를 제공했고 토요타와 혼다는 거액의 구호성금을 쾌척했다. 이런 모습들은 외신을 타고 전세계로 전해졌고 '사람을 중시하는 회사'라는 이미지가 각
# 선배는 답답했다. 후배가 진의를 몰라준다고 토로했다.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니 그렇다고 했다. 시대가 바뀌면 경제 용어도 바뀌는데 후배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후배는 당당했다. 선배가 말한 개념이 애초에 틀렸다고 했다. 사회적 합의도 안된 얘기를 왜 하냐고 다그쳤다. 선배가 앞으로 더 이상 그 말을 꺼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과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얘기다. 정·재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초과이익공유제를 앞에 두고 이들은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두 사람은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9년 선후배 사이다. 정 위원장이 선배다. 이들의 대립은 최근 일이다. 최 장관이 지난 1월28일 장관에 취임하고 정 위원장을 찾아가 인사한 게 2월 초다. 두 사람은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자"고 다짐했다. 동반성장위원회가 민간기구지만 지경부와 업무 공조를 하게끔 돼 있다. 정 위원장이 2월23일 기자간담회에서 초과이익공유제를 꺼내면서 문제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