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점조직으로 운영, 소집명령에 따라 2~3시간이면 모여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51)에 대한 내란음모 혐의 수사가 한창인 가운데 이 의원을 중심으로 한 체제전복 모의가 어떤 식으로 이뤄졌는지와 그 내용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공안당국은 이 의원이 통진당 내 지하혁명조직(RO, Revolutionary Organization)을 운영하면서 한반도 유사시 남한에서 혼란을 불러 올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고 있다. RO의 구성과 활동방식이 이번 수사의 핵심 중 하나로 떠오를 전망이다.
30일 공안당국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RO는 이 의원 등을 중심으로 한 통진당 내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 잔존 세력들로 알려진 '경기동부연합'이 주축이 된 100여명 규모의 모임이다.
평소 이들은 3~4명으로 나뉘어 산악회 등으로 활동한다고 한다. 각각의 모임에는 '조장' 성격의 대표자가 있고 단계별로 연락과 조직을 담당하는 책임자가 존재한다. 이들은 이 의원의 지시를 받아 미리 약속된 연락망에 따라 소집명령을 전달하고 실행에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과 수도권에 훑어져 있는 조직원들이 모이는 데에는 불과 2~3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 수사의 결정적인 계기가 된 지난 5월 12일 서울 합정동 모 종교시설에서 열린 집회도 마찬가지다.
RO 조직원은 집회가 열리기 불과 몇 시간 전 '농산물직거래팀'이라고 속여 시설을 빌렸지만 곧바로 130여명이 모여 집회를 열었다.
이날 모임에서 이 의원은 "정치적·군사적으로 전쟁을 준비하자"는 취지의 발언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북한의 핵개발을 옹호하면서 "북은 모든 행위가 애국적인데 우리는 다 반역"이라는 말언도 서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참가자들은 권역별 토의에서 총기 등 구체적인 무기조달방법을 논의하는가 하면 유사시 공격대상인 기간 시설의 종류와 위치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 같은 모임 말미에는 참가자 전원이 6·25 전쟁 시절 북한 군가로도 쓰인 '적기가' 등 북한의 혁명가요를 부른 것으로 알려졌다.
RO 내에서 이 의원의 위치는 절대적이었다는 게 공안당국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모임의 소집에서 해산까지 대부분의 활동이 이 의원의 '말 한마디'면 이뤄졌다는 설명. 최근 열린 한 모임에서는 참석자를 둘러보던 이 의원이 의심스런 인물을 발견하고 해산을 명령했고 곧바로 모임은 취소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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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공안당국 관계자는 "RO는 이 의원 등이 소속된 NL(민족해방) 계열 주사파들의 조직 특성을 그대로 갖고 있다"며 "치밀한 연락망을 통한 모임과 1인자에 대한 절대적인 지지 등이 대표적 사례"라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법원의 영장을 받아 RO 모임에 참가한 구성원들의 통신기록을 확보하는 등 RO조직이 운영 실태를 파악하는 데에도 수사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실질적인 권력자는 전면에 등장하지 않았던 것과 달리 이 의원이 RO의 실질적인 리더인 것으로 파악하고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이에 대해 통진당은 "당원모임에서 이 의원을 강사로 초빙, 정세강연을 듣는 자리였다"며 "이날 공개된 녹취록은 일부 참가자들의 발언 취지가 '날조' 수준으로 심각하게 왜곡됐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한편 국정원과 검찰이 청구한 이 의원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접수받은 수원지법은 이날 오후 법무부에 체포동의요구서를 발송했다. 이를 접수받은 법무부는 국무회의와 대통령 재가를 거쳐 국회에 체포동의요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국회의장은 체포동의안 접수 후 최초로 열리는 회의에서 이를 보고해야하고 보고 후 24~72시간 이내 표결에 부쳐야 한다. 향후 국무회의와 국회 일정 등을 감안하면 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통과여부는 이르면 다음달 4일을 전후해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