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추징금을 대하는 두 친구의 다른 자세

[기자수첩]추징금을 대하는 두 친구의 다른 자세

김훈남 기자
2013.09.03 15:10

"육사 11기, 대통령, 내란 및 뇌물죄 피고인, 사면, 2000억원대 추징금…"

유난히도 비슷한 굴곡 따라 인생을 살아온 두 친구가 팔순에 이르러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우리 역사상 대표적인 정치군인인 전두환과 노태우. 정치권력의 정점까지 올랐다가 피고인으로 추락한 두 전직 대통령의 행보는 1997년 대법원에서 조금씩 갈라지기 시작했다.

전두환과 노태우 두 사람은 1997년 유죄확정과 함께 뇌물혐의에 따른 추징금을 각각 2205억원과 2628억원씩 부과받았다. 그로부터 16년이 지난 지금 한명의 전직 대통령은 추징금 완납을 앞두고 있다. 동생과 사돈의 팔을 비틀건 말건 말이다.

반면 전두환 일가는 추징시효가 다가올 때마다 굴욕(?)을 당하고 있다. 옛 법에 따르면 3년이내 추징실적이 없을 경우 추징금은 사라진다. 때문에 매 3년 주기로 전두환 일가와 검찰의 줄다리기가 반복됐다.

검찰은 전직 대통령의 가재도구와 반려견에까지 '빨간딱지'를 붙이는가 하면 막 들어왔다는 강연료 300만원을 환수하기도 했다.

하이라이트는 2004년 차남 재용씨에 대한 조세포탈 수사. 당시 200억원을 대납한 전 전대통령의 부인 이순자씨의 명대사가 들리는 듯하다. "연좌죄가 없는 나라 아니냐, 알토란같은 돈."

최근 검찰청에선 2004년 하이라이트의 속편이 연출되고 있다. 주연은 아직까지 재용씨. 외삼촌 이창석씨도 비중있는 조연으로 캐스팅됐다. 역시나 소재는 조세포탈. 스케일은 현재 집계된 것으로만 800억원대로 9년전에 비해 몇 배나 커졌다.

검찰은 특별팀을 꾸려 의욕적으로 환수에 나섰고 나름의 성과도 올리고 있다. 현재 전두환 일가로부터 압류한 800억원대 재산 중 대부분을 국고에 환수할 수 있을 것이라 장담한다. 전두환 일가도 일부 추징금을 자진납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진격의 특수팀'을 보면서도 못내 입맛이 쓴 이유는 9년 전 하이라이트의 후속편을 보는 기분 때문일 것이다.

전두환법이 시행된 탓에 10년 뒤에 '제3편'을 보게 되는 것 아닐까 싶다. 투캅스, 터미네이터도 2편까지가 재미있지 않았던가. 평생을 비슷하게 살아온 친구 노태우처럼 추징금 납부에 있어서도 같은 길을 걷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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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남 기자

안녕하세요. 정치부 김훈남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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